무르익기를 기다려온 와인을 열고 싶은 날, 평소 마셔보고 싶었던 와인이 손에 들어온 날,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특정 와인을 꼭 마시고 싶은 날. 이럴 때 와인 애호가들이 찾는 것이 ‘콜키지프리’ 레스토랑이다. 그러나 음식의 맛과 분위기가 만족스러우면서도 콜키지프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레스토랑은 생각보다 찾기 힘들다. 오늘은 앞선 두 가지 요소 모두에서 뛰어나면서도 콜키지프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이닝 세 곳을 소개한다.
바 와인공간
– 와인과의 만남에 집중하고 싶다면
바 와인공간은 오픈한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강남역 한복판에 자리 잡은 이곳은 여느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은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이다.
바 와인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치게 되는 것은 한쪽 벽면을 메운 와인 디스펜서다. 웬만한 바에서 1~2대 정도만 보유하고 있는 디스펜서가 이곳에는 무려 서른 종류의 와인을 잔 단위로 맛볼 수 있다. 이는 곧 다양한 와인을 글라스로 맛볼 수 있다는 뜻. 용량을 선택할 수 있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디스펜서에 진열되는 와인의 리스트는 매달 새롭게 업데이트되니, 이 라인업을 테이스팅하는 것만으로도 바 와인공간을 찾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바 와인공간은 바로 옆 공간에 보틀샵을 함께 운영하며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와인을 판매한다. 물론 직접 가져온 와인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구입한 와인도 바에서 함께 즐길 수 있다. 보다 많은 이들이 대중적으로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오너의 철학이 엿보이는 공간이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뛰어난 퀄리티의 음식이다. 스페인 현지의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헤드셰프가 와인과의 매칭을 최우선으로 두고 메뉴를 구성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음식과 와인을 결합한 새로운 프로모션을 선보이는데, 가을에 선보일 메뉴는 에스까르고가 중심이 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법하다.
더 샤퀴테리아
– 완벽한 마리아주를 찾고 싶다면
요즘에는 색다른 마리아주를 발견해내고 있지만, 역시 와인의 영원한 친구는 치즈와 육류 아닐까. 서울 한남동의 더 샤퀴테리아는 이러한 클래식한 마리아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프리미엄 육가공 브랜드 존쿡델리미트의 모회사인 에쓰푸드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샤퀴테리(육가공품)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샤퀴테리아를 찾는 손님을 맞는 것은 쇼케이스에 주렁주렁 탐스럽게 진열된 각종 햄과 소시지들이다. 마치 유럽의 한 델리 샵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풍경이다.
메뉴판에는 저마다 다른 특징과 풍미를 가진 제품에 대한 안내가 친절하게 쓰여 있다. 하몽, 이베리코 베요타, 프로슈토 등 비교적 친숙한 이름의 햄은 물론, 라이어너, 모타멜라, 비어슁켄 등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이름도 있다. 그렇다고 내 입맛과 잘 맞지 않는 제품을 고르는 건 아닐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더 샤퀴테리아에서는 육가공품을 10g 단위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류의 샤퀴테리를 경험해 보기에 이보다 좋은 공간이 있을까. 치즈 역시 마찬가지로 10g 단위로 구입할 수 있기에 부담 없이 여러 가지 제품을 맛보며 내가 가져온 와인과 가장 훌륭한 궁합을 자랑하는 치즈를 찾아볼 수 있다. 샤퀴테리와 치즈 외에도 직접 고른 재료로 만드는 샌드위치나 샐러드, 그라탱 등 볼륨 있는 메뉴 또한 갖추고 있으니 허한(?) 속을 달래기에도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더 샤퀴테리아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매장 지하에 ‘살라미 뮤지엄’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 이곳에서는 이탈리아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숙성되는 살라미의 모든 것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
내추럴키친 마켓오
– 와인 모임을 기획 중이라면
때로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모임이 필요하다. 이때 서울 도곡동과 논현동 두 곳에 매장이 있는 ‘내추럴키친 마켓오’는 좋은 선택이다.
높은 천정, 넓고 쾌적한 공간은 다소 규모가 큰 모임이라도 하더라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다. 메뉴 또한 피자, 파스타, 카르파치오 등 와인과 함께 즐기기에 궁합이 좋은 음식들로 구성되어 있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요리에 담아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내추럴키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강원도에서 자란 한우, 치악산에서 재배한 송이, 봉화에서 보내온 채소 등 국산 재료를 사용해 건강한 음식을 차려낸다. 단, 콜키지프리를 위해서는 인원에 맞게 메인 디시를 주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