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처음엔.
5월 들어 왜 이렇게 유난히 홍콩이 들썩이는지. 왜 홍콩 전역에 이토록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 행사 포스터가 형형색색 붙여지고, 와인 행사와 워크샵 소식으로 구글 캘린더와 페이스북 알람에 불이 나는지. 다만 날씨가 따뜻해져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웬걸, 매년 홍콩의 5월은 ‘프랑스의 달’이라고 한다. ‘르 프렌치 메이(Le French May)’. 그 프랑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가 지난 2일 홍콩 PMQ에서 열렸다. 다양한 프랑스산 치즈와 소시지, 알자스 와인과 프랑스 요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해 놀러 갔을 뿐이었는데, 우연히 축하의 현장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홍콩에 있는 모든 프랑인들이 모인 듯했다. 모두가 즐거워했고, 기꺼워했다. 서커스와 흥겨운 재즈 음악이 한데 뒤섞여, 열기로 가득 찼고, 사람들은 모두 박수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프랑스 와인을 사랑하는 내가 빠질 순 없지, 한 손에는 ‘크레망 달자스(Crémant d’Alsace)’를, 다른 손에는 꼼떼 치즈(Comté)를 들고 아름다운 ‘오월의 프랑스’를 위해 건배했다. Santé!
홍콩의 ‘르 프렌치 메이(Le French May)’ 축제의 시작은 1993년부터였다. 매년 수천만명의 여행객이 오가는 홍콩에 프랑스의 문화를 알리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벌써 23년째, 매년 5월이면 홍콩과 마카오 곳곳에서 프랑스 문화 예술을 알리는 공연과 행사가 열린다. 공연은 행위예술과 오페라, 재즈와 클래식, 스트리트 댄스와 현대무용, 연극과 발레 등 장르를 넘나들고, 영화관에서는 한 달 내내 프랑스 영화를 상영하며, 미술관에서는 클로드 모네와 에드가 드가의 전시를 기획한다. 매년 5월이면 누구나 홍콩에서 프랑스 문화 예술 바다에 푹 빠져 헤엄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 의견으로, 축제의 화룡점정은 바로 ‘르 프렌치 구르메이(Le French GourMay)’라는 프랑스 와인/요리문화 축제가 아닐까 싶다.
오직 미식가에 의한, 미식가를 위한, 미식가의 축제인 ‘르 프렌치 구르메이’에, 올해는 홍콩과 마카오 전역 총 110개의 레스토랑, 80개의 와인샵 및 상점, 53개의 식음료 수입업체가 참여하고, 12개의 와인 관련 워크샵이 예정되어있다. 재미있는 것은 매년 이 축제를 준비하는 주최 지역이 다르다는 점이다. 2009년 론 밸리, 2010년 랑그독 루시용, 2011년 프로방스, 2012년 보르도, 2013년 부르고뉴, 2014년 (다시) 론 밸리, 2015년 미디피레네, 그리고 올해는 프랑스의 북동부 지역 ‘알자스(Alsace)’가 그 주인공이다. 하 해의 주최 지역이 정해지면, 프랑스를 사랑하는 이들 모두가 힘을 합쳐 5월 한 달간 그 지역의 와인과 요리를 알리는데 전력을 다한다. 예컨대, 올해는 축제에 참여하는 모든 레스토랑들이 특별히 프랑스 알자스 메뉴를 선보이거나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와인샵에서는 알자스 와인 10%-30% 특별 세일 행사 및 생산자 초청 시음회를, 각종 기관과 협회는 알자스 와인 워크샵과 강의, 페어 등을 개최한다.
개인적으로 ‘르 프렌치 구르메이’를 즐기는 첫 일정으로 지난 6일, 셩완 헐리우드 로드에 위치한 와인셀러 ‘라 꺄반(La Cabane, 62 Hollywood Rd, Central)’ 시음회에 참석했다. 프랑스 알자스 와이너리 ‘장 루이 앤 파비엔느 만(Jean-Louis et Fabienne Mann)’의 와인메이커인 ‘세바스찬 만(Sebastien Mann)’이 홍콩을 방문해 함께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리슬링과 게브르츠트라미너 뿐만 아니라 실바너, 옥세루아, 뮈스카, 피노그리 등 평소에 접하기 힘든 품종 와인을 테이스팅하며, 그가 직접 알자스에서 공수해온 치즈와 함께 페어링 하는 시간을 가졌다.
‘르 프렌치 메이’와 ‘르 프렌치 구르메이’ 행사는 홍콩과 마카오 전역에서 이 달 말일까지 계속된다. 자세한 일정과 스케줄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년 주최 지역은 어디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그러나 올해 5월은, 내 남은 힘을 다해 알자스 와인의 바다를 헤엄치리… 그러니 부디 당신, 언젠가 5월의 여행을 계획한다면 꼭 홍콩을 떠올려주길 바란다. 분명 프랑스의 쿵쿵 뛰는 붉은 심장을 움켜쥘 수 있을테니까.
르 프렌치 메이(Le French May) 공식 사이트: www.frenchmay.com
르 프렌치 구르메이(Le French Gourmay) 공식 사이트: www.frenchgourm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