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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키워드로 읽는 루시용 와인

  지난 10월 28일부터 10월 31일 대전과 서울에서 루시용 와인에 대한 디스커버리 투어가 열렸다. 마스터 클래스와 시음회, 그리고 와인 디너로 이어진 열정적인 행사들은 몇 년 사이 한국시장에 광범위하게 진출한 루시용 와인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한국 수출량은 2014년 대비 2015년 한 해 동안만 양적으로는 67.86%, 금액으로는 44.32% 성장했다) 작년에 이어 꽤 많은 숫자의 미수입 와이너리들도 이번 행사에 동행했다.

우리 곁으로 바싹 다가온 루시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루시용 와인 수출협회 이사이자 양조학자인 에릭 아라실(Eric Aracil, 이하 에릭)이 진행한 열정적인 마스터 클래스를 토대로 루시용을 잊지 못하게 만들 세 가지 키워드를 뽑아보았다. 루시용, 이것만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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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는 탄탄한 지역의 정체성과 부를 바탕으로 독립하려는 시도를 가장 많이 하는 지역중의 하나다. 루시옹은 프랑스지만 카탈루냐의 정체성을 공유한다. 출처: https://www.20minutos.es

카탈루냐: 랑그독하고 그만 좀 묶어

우리는 보통 이 지역을 랑그독-루시용으로 묶어 배운다. 물론, 전 세계의 와인 산지는 셀 수 없이 많고 세부지역을 전부 구분하여 부르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루시용은 이들과 엮이는 것을 싫어한다.

루시용은 15세기 지중해를 바탕으로 시칠리아 섬과 이탈리아 남부를 포함하는 광대한 무역 국가를 이루었던 아라곤 연합왕국의 일원이었다. 스페인 왕국에 합병된 이후에도 광범위한 자치권을 인정받는 카탈루냐(Catalunya) 지방에 속했다가 1659년이 되어서야 스페인이 프랑스-스페인 전쟁에서 패하면서 맺은 피레네 조약에 의해 프랑스로 넘어간다. 이후 30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이곳 루시용의 사람들은 찬란했던 시절의 아라곤, 그리고 카탈루냐의 정체성을 자랑스러워한다.

행정적으로는 랑그독과 묶여 불릴지 몰라도 카탈루냐어를 여전히 병행하여 사용하며 일부 원산지 표기에도 카탈란이 등장한다. 심지어 본인들을 북부 카탈루냐로, 현재의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을 남부 카탈루냐로 부르기도 한다니, 프랑스의 정체성이 확연한 랑그독과 묶이는 것이 편안하지만은 않을듯! 구분해서 기억해주자.

(IMG_110702: 루시용 지방의 토양과 지질지도 출처: 루시용 와인협회(CiVR) 홈페이지 https://www.vinsduroussillon.com/)

(IMG_110702: 루시용 지방의 토양과 지질지도 출처: 루시용 와인협회(CiVR) 홈페이지 https://www.vinsduroussillon.com/)

무한함: 미세기후 x 복잡한 떼루아 x 소규모

루시용 와인 협회(CIVR)는 ‘무한한 루시용(Infiniment Roussillon)’을 슬로건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무한하다는 것은 그리 쉽게 잡히는 개념은 아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루시용의 와인이 만들어지는 조건을 들여다보자.

지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루시용은 굉장히 좁다. 삼면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이 좁은 지역은 에릭에 따르면 마치 ‘원형극장’처럼 보이는데, 그 안에 수 많은 언덕과 세 개나 되는 강이 자리한다. 덕분에 지형이 복잡하고, 경사면의 방향에 따라 햇빛을 받는 시간대도 제각각이며, 바람의 영향도 다르다. 이른바 미세기후(microclimate)의 공간이다. 테루아도 화강암에서 석회암, 자갈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이웃 밭에서 같은 포도를 길러도 다른 맛을 낸단다.

고온 건조한 지중해의 여름 날씨는 헥타르당 38hl(프랑스 평균 60hl/ha)의 와인을 만드는 농축미 있는 포도를 생산하게 만들며, 여기에 각각의 기후와 테루아에 맞는 23가지 품종에 2,200명의 소규모 생산자들의 캐릭터가 곱해진다. 결과적으로 이런 특성들은 루시용의 와인의 정체성을 ‘무한한(Infiniment)’ 것으로 만든다.

(IMG_0145: 이번 행사에는 굉장히 많은 미수입 와이너리들이 참여했다. 인상적이었던 Chateau Rombeau의 Rivesaltes Ambre 2009)

(IMG_0145: 이번 행사에는 굉장히 많은 미수입 와이너리들이 참여했다. 인상적이었던 Chateau Rombeau의 Rivesaltes Ambre 2009)

뱅 두 나튀렐: 프랑스 전체 생산량의 80%

물론 루시용이 고품질의 스틸 와인도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지만 워낙 와인 생산량이 많은 프랑스에서 이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2%) 그 중요성을 잊는 경우가 많다.

루시용을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는 와인은 뱅 두 나튀렐 Vin doux Naturel이다. 이 프랑스식 주정강화 와인은 알코올 발효를 다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순도 96%의 알코올이 첨가되면서 만들어진다. 다른 주정강화에 비해 순도가 높은 알코올을 사용하는 것은 각각의 포도 품종과 테루아의 특성을 생생하기 살리기 위해서란다. 결과적으로 14.5도 이상의 알콜을 가지지만 대부분의 포트 와인(18~20도)보다는 낮은 도수를 가진 생동감 있는 주정강화 와인이 완성된다.

루시용의 뱅 두 나튀렐은 프랑스 전체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며 질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품종, 산화의 여부, 숙성기간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완성되는 이 주정강화에 대한 이해는 페어링으로 내놓을 수 있는 디저트 와인에 대한 지평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을 방문한 루시용 관계자들!

한국을 방문한 루시용 관계자들!

‘카탈루냐’, ‘무한함’, 그리고 ‘뱅 두 나튀렐’!

이 세 가지 키워드만 기억하면 루시용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Tags:
나호림

F&B director & writer, Read against the g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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