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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香港) ‘당일치기’의 고수 [1편]

홍콩(香港) ‘당일치기’의 고수 [1편]

임지연 2016년 9월 29일

필자의 경우 선호하는 여행지 선정의 기준은 언제나 ‘남들이 모르는 곳’이 선정 기준 부동의 1위였습니다.

남들이 모르는 곳이면서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好的(‘좋다’는 승낙의 의미)’였죠.

그래서인지, 중국 전역을 여행하는 여행자라는 신분을 망각하면서까지 중국의 대표적인 여행 도시로 꼽히는 ‘홍콩’ 만큼은 필자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아마도, 필자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남들이 다 하는 것, 남들이 다 해 본 것, 남들이 다 가본 것에 대한 흥미가 유난히 떨어지게 하는 유전자가 있었던 탓입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 여행지는 중국의 땅 끝 도시 ‘광저우’를 경유한 홍콩 일대를 돌아보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서방의 색과 동양의 색이 미묘하게 섞인 도시, 홍콩의 여름.

서방의 색과 동양의 색이 미묘하게 섞인 도시, 홍콩의 여름.

물론 당일치기라는 전제하게 길지 않은 여행을 선택한 것은 여전히 남들과 같은 쇼핑 일변도의 홍콩을 즐기지 않겠노라 스스로 다짐한 탓도 있겠지만, 단 하루 체험한 홍콩은 연신 감탄사를 뱉어 낼 만큼 아름다운 도시였음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지면을 빌려 당일치기 여행 코스로 소개할 곳은 홍콩의 중심 거리 침사추이에 자리한 ‘베이징루(北京路)’입니다.

광동성의 성도 광저우에서도 발견했던 ‘베이징루’는 사실상 중국 어느 지역을 찾아가든 전화하고 유명한 거리라면 단 한 번도 제외 없이 모두 ‘베이징루’로 불리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수려한 도시마다 자리한 ‘명동’이라는 지명의 거리와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죠.

아마도, 수도 베이징에 대한 동경을 담은 것이라고 짐작해 봅니다. 이 거리 일대 걷고 있으면,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거는 남성들이 있습니다. “짝퉁 시계 있어요”라면서 은밀히 접근한 이 남성들은 익숙하지만 매우 낯선 독특한 발음으로 “한국 사람이에요? 시계 있어요. 싸요! 싸!”라고 웃으며 접근해 옵니다. 아마도 필자가 어깨 위로 둘러멘 커다란 카메라를 연신 터뜨리고 있었기 때문에 한 눈에 여행자라고 짐작된 모양입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베이징루’ 골목 곳곳에는 암암리에 거래되는 짝퉁 시계, 가방, 구두 상점들이 오밀 조밀하게 모여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정식으로 상점 등록 마친 상태로 영업을 하는 곳이 상당하지만, 이들처럼 길 목 어귀에서 은밀히 말을 걸어오는 이들을 따라 나서면 듣고 보도 못한 두꺼운 철물을 사이에 둔 지하 상점으로 인도 받게 된다고 합니다.

명품에는 ‘1도’ 관심 없는 필자는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하고, 가던 길을 부지런히 걸어갑니다.

베이징루 언덕을 5분 쯤 오르면, 현지인들에게 특히 유명한 서양식 레스토랑 ‘THE SPAGHETTI HOUSE’가 눈에 띕니다. 붉은 간판이 거리 위로 크게 걸려 있어 유난히 눈에 잘 띄는 이곳은 현지인들에게 특히 유명한 서양식 레스토랑으로, 이름처럼 스파게티, 리조또 등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이죠.

필자는 이날 매운 맛의 홍콩식 토마토 스파게티와 치킨 감자 구이의 두 가지 요리를 추천 받았습니다. 추천 받은 요리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홍콩의 거리 곳곳이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닙니다. 화려하지만 그 내면이 가진 어쩔 수 없는 중국 특유의 문화는 감춘 듯 보이지만, 전혀 감춰지지 않아 쉽게 발견 되곤 하죠.

낡고, 허름한 중국의 이면을 특별히 더 좋아하는 필자는 창밖으로 보이는 홍콩의 허름한 골목 너머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풍경에 잠시 취해 봅니다.


그 사이 창가에 뜻하지 않은 손님이 들었는데,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사이좋게 창문 밖 담을 넘어 필자가 앉은 안쪽을 들여다보는 예측하지 못한 순간, 홍콩이 좋아지면서 이곳을 떠나게 될 이 밤이 크게 아쉬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도착과 떠남은 여행자에게는 숙명이라고 하던가요. 그 숙명을 오늘 밤 쉬이 받아들여야겠다는 다독임을 스스로에게 읊조려 봅니다.

그러는 중 주문한 요리들이 정갈하게 내어져 나왔습니다.


짭조름한 소금 끼가 입맛을 돌게 하는 치킨과 감자튀김이 곁들어진 닭 요리가 보기 좋은 그릇에 담겨져 나오는데, 첫 번째로는 오랜만에 맛보는 서양식 음식이 유난히 입맛을 돋우고, 함께 주문한 스파이시 스파게티에서 느껴지는 홍콩식 두반장(豆瓣醬) 소스 향이 토마토소스와 어울려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유독 좋습니다. 맛 역시 좋은데, 그 맛이 그동안 맛보았던 스파게티 맛과는 다른 독특한 향을 담고 있습니다.

홍콩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특유의 향긋한 향신료 맛과 달달하면서도 시큼한 토마토소스 맛과 잘 어울리는 조합이죠.

깨끗하게 그릇을 비우고 지불한 비용은 281 홍콩 달러(서비스 비용 25불 포함)로, 이 지역 일대 상당수 레스토랑처럼 이 집에서도 서비스 비용을 추가로 납부하였습니다.

중국 대륙에는 없는 익숙하지 않은 서비스 비용 문화가 낯설면서도 또 대륙에서는 받을 수 없었던 그 만큼의 환대가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거리로 나와 걷다보면 어둑한 밤으로 접어드는데, 이때는 다시 대륙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아쉽지만, 짧았던 홍콩에서의 당일치기 일정을 마무리하고 중국 본토로 향하는 기차에 탑승하기 위해 다시 홍콩 지하철 ‘Tsim Sha Tsui(尖沙咀, 이하 침사추이)’역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레스토랑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침사추이역에서 기차역이 자리한 ‘Hung Hom(紅磡)’역까지는 1정거장 거리입니다. 어둑한 저녁 시간대에는 주로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아 지하철 이용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으니, 기차역까지 도보로 이동할 시간이 넉넉할 경우 걸어서 가는 방법도 좋은 방식입니다.

가는 길마다 그동안 tv나, 여행 잡지에서나 보았던 홍콩의 밤거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고, 세련되고 정갈한 홍콩 사람들의 모습에서 또 다른 중국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 이어, 다음 호에서는 필자에게는 짧지만, 긴 여행지가 되었던 고마운 홍콩에서의 하루를 꿈꾸는 이들에게 대륙을 경유하는 ‘당일치기’ 코스로의 여정을 소개하며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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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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