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한국과 칠레의 수교 60주년을 기념 행사가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본 행사는 칠레의 주요 협회인 칠레포크(Chile Pork; 칠레돈육생산자협회)와 와인즈오브칠레(Wines of Chile; 칠레와인협회)가 주최하여, 칠레를 대표하는 식품인 칠레 돈육과 와인을 만날 수 있었다.
올해 한국과 수교 60주년을 맞은 칠레는 한국의 ‘1호 FTA’ 파트너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낯선 나라였던 칠레가 우리에게 친숙하게 된 계기가 2002년에 체결하고 2년 뒤 발효한 한·칠레 FTA인 것이다. FTA 추진 과정에서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약 8,000여 품목이 무관세 적용을 받으며 다양한 분야의 시장 다변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칠레와 한국의 무역 규모가 6억 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은 칠레의 7번째로 큰 시장으로, 2020년 대비 35% 증가한 총 7,900만 달러를 수출했다.
그리고 한·칠레 FTA의 상징처럼 인식되는 품목이 바로 와인이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 중에서 칠레는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에 이어 4번째에 위치하고 있다. 와인에 대한 관세 철폐로 칠레 와인은 ‘가성비 와인’의 대명사로 인식될 정도였다. 하지만 국내에 수입되는 칠레 와인이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다양화되면서 이제는 고품질의 프리미엄 와인 생산국으로서의 인식 또한 탄탄하게 굳혀지고 있다.
칠레 와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칠레 와인이 나아갈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와인즈오브칠레(Wines of Chile)의 Angelica Valenzuela 커머셜 디렉터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와인즈오브칠레는 칠레 와인 생산자를 대표하는 비영리 무역 협회로, 전 세계적으로 칠레 와인의 품질과 이미지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Valenzuela 씨는 한국은 양적인 면에서나 금액적인 면에서나 칠레 와인에 있어 7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며, 병 와인의 평균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장임을 강조했다. “이는 한국이 우리에게 매우 독특하고 중요한 시장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프리미엄 포지셔닝의 좋은 결과의 예이기 때문이죠.”
90년대 초, 칠레 와인 생산자들은 전 세계에 대규모 수출을 시작했고, 당시 많은 국가에 개방되었던 칠레는 양적 성장에 초점을 두었다고 한다. “가격과 포지셔닝에 대한 올바른 정립보다 성장과 확장을 위한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5~10년간의 변화의 노력으로, 오늘날 우리는 칠레의 다양한 프리미엄 와인을 전 세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와인즈오브칠레는 그들의 80개 회원 와이너리와 함께 칠레 와인의 올바른 포지셔닝 정립에 온 힘을 기울였으며, 이러한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좋은 결과가 이뤄내고 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국인 것이다.
칠레 와인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단어가 있다.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칠레는 지속가능한 와인 생산에 가장 앞장서 있다. 이는 다양한 표준 검증을 실시하는 지속가능성 코드(Sustainability Code) 덕분으로, 불과 10년 만에 와인 수출의 80% 이상이 지속가능성 인증을 획득했다. 와인을 생산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환경 및 사회적 위험을 줄이기 위한 책임 있는 생산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기후 변화와 싸우는 오늘날 칠레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물 부족이다. 안데스산맥과 같은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칠레이지만, 일시적일지 영구적일지 알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공공-민간 기반의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와이너리들은 새로운 조건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상 정보, 정밀 농업 시스템 및 관개 시스템을 사용하고, 미래 변화 및 포도 재배 적성에 대한 시나리오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연관 R&D 프로젝트를 구현하면서요. 또한, 캐노피 성장을 조절하기 위한 훈련 시스템 평가 및 온난화에 더 잘 적응하는 클론 평가도 실시하고 있고, 줄 방향과 가지치기 계절을 수정하거나 관개 시기를 변경하는 예도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노력은 우수한 생산량과 품질 유지를 위한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단순히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환경 변화를 통해 이러한 현상의 영향을 억제하기 위한 완화 조치에도 전념하고 있다. “포도원 관리, 탄소 발자국 측정 및 감소, 생물다양성 관리 및 천연자원의 지속 가능한 관리 등 칠레 와인 산업의 지속 가능성 코드에서는 이 모든 측면을 고려합니다.”라고 Valenzuela 씨는 덧붙였다.
칠레는 ‘혁신, 다양성 및 지속가능성’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존의 생산 지역에 대한 연구와 함께 새로운 기후 조건에 적응한 식물 사용과 같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탐험을 이어간다.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는 기술 및 생산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지만, 칠레의 풍부한 기후와 지리적 다양성으로 인해 새로운 생산 지역에서도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 재배지의 재배치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산악 부근 지역이나 해안 지역을 포함하여 생산 국경이 확장되어 칠레 북부 지역과 함께 남부 지역과 파타고니아 지역이 열릴 것입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준비된 자에게서 볼 수 있는 강한 자신감을 Valenzuela 씨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올해 와인은 어떤 모습일까? Valenzuela 씨는 “2020-2021은 도전적인 빈티지였습니다. 여름의 예기치 않은 기후(1월 말의 비정상적이고 집중적인 강우 이후 몇 주 동안 춥고 흐린 날이 포도 숙성을 지연시킴)의 결과로 몇 가지 교훈을 얻었습니다.”라는 평을 전했다. 그리고 와인의 최종 결과물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되는데, 특히 레드 와인의 품질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한다.
“와인에서 표현되는 관능적 특성과 관련하여, 화이트 와인은 신선하고 표현력이 풍부하며 매우 좋은 산도와 균형 잡힌 알코올 함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레드와인의 경우 기후 조건으로 인해 천천히 포도가 숙성되어 매우 선명하고 강렬한 색상을 띠고, 훌륭한 아로마 표현, 부드러운 타닌 및 적당한 알코올 도수를 가진 와인이 탄생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에이징을 위한 좋은 조건을 보여 병입 상태에서의 긴 수명을 기대할 수 있는 와인입니다.”
올해 빈티지(2021-2022)와 관련하여 아직 최종적인 세부 정보는 나오지 않았으나, 기록에 따르면 2021년은 칠레 역사상 4번째로 건조한 시즌이었다고 한다. 이는 생산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와인의 품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포도나무의 식물위생 상태가 좋기에 품질 면에서 좋은 빈티지를 기대한다고 Valenzuela 씨는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