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드셨습니까? 한국에서 파는 것과 맛이 같은가요?”
광동성(廣東)의 성도 광저우(廣州) 명동(明洞) 거리에 자리한 ‘춘천 닭갈비’ 집에서 한 상 거하게 먹고 마시고 나오는 길에, 레스토랑 주인이 건 낸 인사말입니다.
맛있게 드셨는지 묻는 인사는 의례적인 안부였을 것이나, 한국에서 먹었던 춘천 닭갈비 맛을 잊지 못해, 중국에서 직접 식당을 차렸다는 사연을 가진 주인이 필자에게, ‘한국식 춘천 닭갈비와 중국 현지화 된 닭갈비의 맛이 같은 지’를 신중하게 묻는 의중에는 현지화에 성공한 자신의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 나왔습니다.
필자는 “비록 한국의 것과 맛은 동일하지 않지만, 한국식 못지않게 맛이 좋았다”는 답변으로 주인장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해 드릴 곳은 광동성 광저우에 자리한 ‘한식’ 음식점 ‘춘천닭갈비’ 집입니다.
오픈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5시부터 밤 11시까지입니다. 오후 3시부터 5시 사이 두 시간은 저녁 식사 준비를 위해 쉬는 시간을 가진다고 합니다. 필자는 5시가 채 되기 전인 4시 40분에 도착했으나, 직원들은 분주한 식재료 준비를 위해 오후 5시에 문을 열어야 한다면서 양해를 구했습니다.
인근에 자리한 사탑은 한 두 바꿔 돌며 즐기는 시간을 보내고, 다시 찾은 식당에는 벌써 손님들이 긴 줄을 섰고, 그 앞에서는 서툰 한국어이지만, 분명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라고 인사를 나누는 중국인 직원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비단 이 날 만이 아니라, 매일 점심/저녁 식사 시간에는 입소문을 듣고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들로 인해 긴 행렬이 이어지는 이곳에서 판매되는 음식은 오직 ‘춘천 닭갈비’ 한 종류입니다.
필자 역시 춘천닭갈비와 흰 쌀밥, 시원한 음료수가 제공되는 세트 메뉴(1인 78위안)을 주문하자, 두꺼운 한국식 석쇠와 흰 쌀밥이 정갈하게 차려졌습니다.
가장 먼저 내어져 나오는 것은 세트 메뉴에 포함된 음료입니다. 과일 주스 위에 올라간 솜사탕이 화려한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중국인들을 시각적으로 만족시켜주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음료를 한 입 시원하게 마시고, 그 위에 올려 내어준 달달한 솜사탕을 한 입 베어 물며 지인들과의 만담을 나누는 시간 동안 식당에서는 또 다른 세트 메뉴에 포함된 음식들이 줄을 이어 내어져 나옵니다.
정갈하면서도 한 상 크게 차려 내오는 식단의 비주얼에 일단 압도당하고, 그 뒤로 줄줄이 연이어 나오는 화려한 형태의 음료, 세트 메뉴에 포함된 안심 스테이크까지 석쇠에 지글지글 굽는 향연이 이어지는데, 이미 여행 중 갖가지 현지 음식을 맛본 터라 배를 주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부드러운 육즙이 터져 나오는 고기 앞에서 허기(虛飢)란 시각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더욱이 그 곳이 중국의 땅 끝 도시 광저우이며, 여행 중 만난 고국 음식을 마주하고 있는 순간의 소중함을 아는 이라면, 혀끝으로 느껴지는 맛의 황홀함의 중요성을 오래 즐기고 싶은 법인데요, 음식에 가까이 카메라를 가져다 대며, 이것 저것 재료의 종류와 식재료를 한국에서 수입해 오는지 여부, 주인장의 솜씨가 한국에서 배워 온 것인지는 묻는 필자에게 식당 내부 손님들의 이목이 오래 집중됐습니다.
한국인이 이곳을 찾아 온 것은 드문 일이라면서, 그래서 인지 오히려 손님들은 한국인들이 즐기는 음식 중에 춘천 닭갈비가 있는지, 또 춘천닭갈비의 맛이 이곳에서 판매되는 것과 같은지에 궁금증이 몰리는 모양새 였습니다.
옆 좌석에 앉아서 식사를 즐기던 여성 두 분은 어설픈 필자의 중국어 발음이 재밌는지, 식사를 하다 말고 필자를 사진에 담아하기도 했죠.
어디를 가든 한국과 한빤(韓版)이라 불리는 한국식 음식과 패션, 문화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더욱이 해당 식당에서 판매되는 춘천 닭갈비는 한국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기존의 우리식 닭갈비에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더해, 고급 음식화 시켰는데, 우선 싱싱한 야채와 함께 내어온 닭갈비에는 빨간 우리식 고추장 양념이 둘러져 있고, 따로 3분 39초 달궈진 석쇠에 고기와 야채를 한데 볶아 석쇠 가장자리에 둘러놓은 뒤, 두툼하게 썰어낸 스테이크를 석쇠 중앙에 올려 구워내면 광동식 춘천 닭갈비가 완성됩니다.
스테이크는 스테이크대로 소금에 찍어 맛을 보고, 닭갈비는 야채와 함께 쌈에 싸서 먹는 우리 식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이죠.
원하는 이들은 다 익힌 스테이크를 닭갈비 소스와 밥, 김, 김치 등과 함께 두 번 볶아내 먹는 모습도 종종 발견 됐는데, 볶음밥의 외관이 우리식 김치 볶음밥과 매우 유사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인지 현지에서는 비교적 가격이 비싼 1인분에 78위안(약 1만 5천원)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가격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들은 이곳을 찾아 한국과 한국문화, 음식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마치 한국에서 즐기는 음식을 직접 맛보았다는 기분 좋은 한 끼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어 sns 게재하고, 함께 온 지인들과 함께 즐거운 식사를 하는 곳으로 한식당을 찾는 젊은이들의 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이죠.
특히, 인근에는 이 같은 한식당이 줄을 이어 문을 열고 있다는 점에서도 우리 것에 대한 중국인들의 큰 관심을 실제로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광동성의 명동이라 불리는 해당 거리에 자리한 대형 쇼핑몰에는 한국식 패션이라 불리는 다양한 여성 옷, 남성 옷, 신발, 액세서리 제품 판매점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모양새인데, 또 이 거리 곳곳에서는 한국 가수의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한빤에 취한 중국과 중국인들이 한국식이라면 무엇이든 듣고, 즐기고 맛보고 싶게 만들 고 있다는 현지 분위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를 통해 여행 중 뜻 밖에 만난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느껴 보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특별히 더욱 뿌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