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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 상태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이유

토양 상태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이유

Decanter Column 2017년 1월 23일

고급 와인 한 병을 만드는 데 지렁이가 몇 마리나 필요할까? 썰렁한 농담 따위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저명한 토양 컨설턴트 클로드와 리디아 부르기뇽 부부에 따르면 이것은 와인의 미래가 직면한 엄청난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나의 어머니는 평생 정원을 일궈오면서 느리지만 확실히 자신의 취미를 직업으로 바꾼 사람이다. 1960년대 맨체스터에서 약학을 전공하면서 약제로 쓰이는 식물에 관해 논문을 썼고, 나중에는 정원의 역사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따셨다. 그리고 병원 약사로 근무하다가 은퇴한 이후로는 식물원에 대한 책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은 19세기 정원에 대한 연구를 전문으로 하고 계신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내가 와인과 관련해 몇몇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꺼냈을 때 어머니가 그 사람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휴 존슨도 아셨다. 자기 정원이나 밭을 일구기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 이 주제를 다룬 그의 수많은 저서와 나무에 대한 그의 집착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데 얼마 전에는 어머니가 또 다른 사람, 아니 두 사람의 이름을 알고 계신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건 바로 클로드와 리디아 부르기뇽 부부였다.
그들은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 가장 유명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 컨설턴트이고, 나 역시 2016년 여름 몽타뉴 생테밀리옹의 클로 미랑드 레스토랑에서 그들과 저녁식사를 하다가 이 사실을 몸소 알게 되었다. 그들은 보르도에 자주 오지 않고, 보르도의 양조 관행 상당 부분에 관해 꽤 신랄한 비판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나 역시 그들의 전문 분야인 토양 미생물학 학회에서 그들의 강연을 가끔 들을 뿐이었다.
언뜻 들으면 끔찍하도록 지루한 분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부부로 이루어진 이 팀은 와인의 세계에서 가장 인습 타파적이면서도 이단적인 방식으로 유명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현재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컨설팅 기업을 세우기까지 다양한 정부 조직도 탄생시켰으며 – 한 시점에서는 유럽 최고의 농학연구단체이자 그들을 고용한 적도 있는 INRA(프랑스국립농학연구소)가 거대 농업 기업과 은밀히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에 관해 대체로 반체제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보르도에서 반체제적 와인 양조에 앞장섰던 최초의 선구자인 샤토 르쀠의 장-피에르 아모로와 함께 그들과의 식사에 초대되었을 때 무척 기뻤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식사가 끝날 때쯤(그러는 내내 몇 분마다 한 번씩 “이건 기사화하면 안 됩니다”라든가 “당신이 떠난 뒤에 우린 이 일에 관해 이야기를 더 나눌 겁니다” 같은 말들이 오갔다.) 부르기뇽 부부 덕에 나는 지렁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와인 중 일부를 만드는 열쇠라는 사실을 완전히 믿게 되었다.
정원과 텃밭에 관한 한 궁금한 것이 생기면 언제나 달려가곤 했던 어머니에게 다음 날 아침 전화를 건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휴 존슨과 마찬가지로 부르기뇽 부부의 통찰 역시 와인 애호가뿐 아니라 아마추어 정원사들에게도 매우 귀중한 것이었다. 최소한 유기농 원칙을 따르고, 작물에 줄 거름은 직접 만드는 사람들에게만은 말이다. 이런 방식들은 대부분 지렁이를 끌어들이기 위함인데, 지렁이는 땅속에 구멍을 뚫고 다녀 배수 잠재력을 높여주고, 부패하는 물질 주변에 몰려들어 퇴비를 생산하는데, 바로 이것이 일종의 매우 강력한 토양 회춘제가 된다는 것이다.
클로드와 리디아 부르기뇽은 지난 1989년 자신들의 LAMS 컨설팅 회사를 세운 뒤 바로 이 특정한 분야를 전문으로 해오고 있다. 그런데 INRA는 프랑스 토양의 영양분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그들의 우려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았고 인공 비료와 살충제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기를 꺼려 왔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떠난 이유입니다. 우리는 이것이 농업의 미래에서 매우 필수적인 주제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클로드가 말했다.
“그리고 아직도 토양의 미생물학을 기반으로 한 인증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그를 위해 로비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영양분이라고는 없이 황폐해진 토양에서 어떻게 건강한 포도나무나 다른 식물들을 기를 수 있겠어요?” 리디아가 남편의 말에 그대로 이어 덧붙였다.
“1950년대에만 해도 프랑스 토양은 헥타르 당 지렁이가 2,000kg은 되었는데 지금은 100kg도 되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지렁이들이 중요한 화학 물질과 유기 물질들을 지표면으로 올려다 주지 못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칼륨, 인산염, 질소 같은 물질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어요.” 클로드가 최근 한 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범인은 당연히 토양에 스며든 화학 물질, 농업에 과도하게 사용하게 된 중장비, 토양 내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뿌리체계를 갖춘 나무들의 광범위한 손실 같은 현상이다.
정부 기관은 회의적이지만 부르기뇽 부부의 말을 믿는 와인메이커들 – 로마네 콩티부터 르플레브, 자크 셀로스, 플뢰리, 샤브, 위에, 보니 둔, 바이라, 베가 시실리아를 비롯해 수많은 유명 와인메이커들 – 은 기꺼이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나선다.
오랜 시간에 걸쳐 그들은 12,000가지가 넘는 토양을 방문하고 관찰했는데, 그들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독일, 헝가리, 오스트리아,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그밖에도 많은 나라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생태계는 거의 다 보았습니다. 우린 토양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알고 있습니다. 직접 파헤쳐 안을 들여다보았기 때문이죠.”
친환경 인증을 자랑하는 와인 생산자들의 말이 진실인지 어떻게 하면 가려낼 수 있는지 요령을 알려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직전에 그들에게 전화를 건 적이 있었다. 역시나 예상한 대로 두 사람 다 말할 수 있도록 전화기는 스피커로 돌려졌다.
“포도원을 직접 가봐야 합니다.”
언제나 단호한 클로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리디아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토양 위를 걸어보는 거예요. 느낌을 느껴보는 거죠. 살아있는 토양은 숲속 바닥처럼 유연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지친 토양은 단단히 뭉쳐 있고 밟아도 잘 들어가지 않아 걷기에 딱딱하죠. 그런 다음에는 표토를 한 움큼 집어봅니다. 맨 위 5cm 정도면 충분해요. 토양에서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 문제입니다. 건강한 토양은 숲 바닥이나 버섯 같은 냄새가 나요. 그런 다음 손 안에 담긴 토양의 구조를 느껴보세요. 살아있는 생물이 가득 든 토양은 쿠스쿠스(좁쌀 모양의 파스타-옮긴이)랑 비슷해 보이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둥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토양을 청소하고, 식물의 뿌리와 효소를 주고받고, 무기질을 흡수하는 수백 가지의 아주 작은 유기체를 함유하고 있어요. 이 모든 것들이 와인에 복합성을 더해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처음 우리가 시작했을 때만 해도 토양처럼 직접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돈을 쓸 용의가 있는 와이너리는 한 곳도 없었어요. 차라리 이 나라, 저 나라를 날아다니며 유명세를 떨치는 거물 와인메이커들을 영입하는 데 투자하고 싶어 했죠. 하지만 증거는 와인을 통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부르기뇽 부부의 접근법을 채택한 선구자들

부르기뇽 부부는 세계적으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한 와인메이커들과 협력해 왔고, 거의 바이오다이나믹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초기에 그들의 방식을 받아들였던 두 곳은 다음과 같다.
도멘 데 비뉴 뒤 메이, 마콩 – 마코네에 있는 쥘리엥 기요의 이 바이오다이나믹 포도원은 단 한 번도 땅에 화학물질을 써본 적이 없다. 그의 아버지 알랭은 프랑스유기농와인연합의 회장이었고, 1980년대 초 프랑스 농무장관 필립 바수르가 공식적으로 AB(프랑스 유기농 인증)를 인정하도록 설득한 팀의 일원이었다.
도멘 드 마르셀 피에르, 모르공 – 오늘날 마티유 라피에르가 운영하고 있는데, 그의 아버지 마르셀은 연구원뿐 아니라 프랑스에서 천연 와인 운동의 아버지로 여겨지고 있는 네고시앙 쥘 쇼베와 손잡고 협력했다. 라피에르는 1981년 이후로 쭉 이산화황, 효모, 박테리아를 양조 과정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바이오다이나믹 방식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오늘날 천연 와인의 진정한 선도자라고 할 수 있다.

CREDIT

        • 작성자

          Jane Anson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7.1.05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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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로 Decanter Magazine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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