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와인의 인기에 ‘착한 소비’ 트렌드가 더해지면서 최근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것에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와인 제조 전문업체이자 호주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와인 회사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트레저리 와인 에스테이트(Treasury Wine Estate)가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와이너리에 대형 태양광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킨 것. 이번 태양광 에너지 활용 프로젝트는 호주 와이너리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착수 사업으로 향후 100% 완벽한 친환경 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완벽에 가까운 탄소 배출량 ‘0%’ 도전을 앞두고 있다.
트레저리 와인 에스테이트 측은 이번 사업과 관련해 빠르면 2024년 말을 목표로 100% 재생 가능한 친환경 태양광 시설을 구축, 호주 와인을 전 세계 다양한 국가와 지역에 대대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태양광 시설 구축 프로젝트는 호주 남쪽 지역에 있는 바로사 밸리 와이너리들이 그 시작점이 됐다. 바로사 밸리 일대는 호주의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 중 한 곳으로 최고급 남호주산 와인 생산지로 이미 유명세가 대단한 곳이다. 무려 15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와이너리와 80개의 셀러 도어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계속해서 쉬라즈, 마타로, 까베르네 소비뇽, 세미용 품종을 생산해 오고 있는 그야말로 와인 본거지로 꼽힌다. 풍부한 맛의 레드 와인과 주정강화 와인이 주력 상품이다.
이미 올 중순 바로사 지역 와이너리에는 100% 재생 가능한 총 6,000개의 태양광 전지판이 설치됐으며, 이를 통해 시간당 평균 5,500메가와트의 전력이 생산돼 충분한 전력 공급이 가능해졌다. 바로사 와이너리 운영진들은 향후 자연 친화적인 와인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는 등 기업 초창기부터 지향했던 ‘친환경’ 운영 철학을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푼 분위기다.
이번 프로젝트는 향후 바로사 지역을 중심으로 재생 가능 전력 인프라 용량을 추가 설치해 에너지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는데, 남쪽 해안에 인접한 빅토리아 야라 밸리(Victoria’s Yarra Valley)의 가파른 경사면에 위치한 콜드스트림 힐스(Coldstream Hills)의 포도밭과 남호주의 대표적인 와이너리 펜폴즈(Penfolds), 호주 쿠나와라(Coonawara) 지역 최초의 와이너리인 윈즈(Wynns) 등과 적극적인 협력하에 진행했기에 현실화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최고의 와인을 맛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들을 위해 제공하는 대표 관광 상품인 열기구 벌룬 어드벤처즈를 타고 포도밭을 감상하는 시설에도 태양광 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이 사용되게 됐다. 이렇게 다채로운 관광을 즐긴 와인 애호가들은 이후 소문난 맛집인 이 지역 곳곳의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고, 인근 마을과 국립 공원의 경치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이때 방문객들은 자신이 태어난 해에 만들어진 와인을 맛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이 관광 코스를 진행하는 데 사용하는 전력은 모두 태양광 에너지로 사용될 계획이다.
트레져리 와인 에스테이트의 야심찬 이번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로 활동 중인 케린 페티는 “100% 재생 가능한 전력 생산을 위한 투자에 회사가 전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반드시 구축해야 하는 탈 탄소 정책에 대한 절박함이 이번 사업에 대규모 투자와 실행을 용감하게 감행한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태양광 전지 패널을 대규모로 건설한 것은 탄소 배출량 제로에 한 발 더 가까이 가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선택이자 지구를 위한 기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태양광 에너지 구축 사업이 성공할 경우 향후 호주 지역 외에 뉴질랜드와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지에서도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한 와인 생산 방식이 크게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졌다.
바로사 밸리 와이너리 운영진들은 향후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를 중심으로 약 1만 3,000여 곳의 태양광 전지판을 추가 설치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는데, 추후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 설치될 태양광 전지판은 미국 유명 배터리 제조업체 ESS가 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에 대한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향후 바로사 밸리 와이너리와 관련 시설에서는 모든 직원의 자동차 이용을 금지해서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더 나아가 포도밭에 화학적 살충제 대신 거위로 해충을 잡는 친환경 농업법을 계획하는 등 우수한 품질의 친환경 와인에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케린 페티는 “향후 미국에서도 태양광 에너지를 100% 이용하는 재생 에너지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미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와인 생산 방식이 구축된다면 그때야말로 비로소 와인과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