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의 선저우 호가 우주인 3명을 싣고 우주로 향하는 유인 우주선이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중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우주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유인 우주 정거장 건설을 임무 중인 이들은 우주선 내에서 총 120가지의 ‘먹방’ 쇼를 보여주면서 연일 화제를 이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들이 광활한 우주 속으로 여행을 떠나기 이전부터 우주여행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한 와인들이 있었다. 무려 1년 6개월 전 우주로 떠난 뒤, 14개월의 긴 시간 동안 우주에서 각종 화학 실험을 마친 뒤 성공적인 귀환 소식으로 많은 이들을 들뜨게 했던 와인들이었다.
그 주인공은 보르도 와인 12병과 캔에 담겨 옮겨진 메를로 와인 320개, 카베르네 소비뇽 등이다.
이에 앞서 룩셈부르크 스타트업체 ‘스페이스 카고 언리미티드’는 지난 2019년 11월 민간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X의 화물선 ‘카고 드래건’에 12병의 와인들을 실어 나른 바 있다. 오직 농업 연구를 목적으로 한 실험용 우주 발사체였다는 점에서 이 분야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사건이었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 다양한 실험 대상이 됐던 와인들은 총 438일 19시간 동안 지구 궤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숙성 단계를 완료했다. 이 기간에 와인들이 광활한 우주 속에서 이동한 거리는 무려 3억㎞에 달했다.
특히 당시 우주선에 와인이 실리기까지는 긴 고난의 과정이 수반됐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의 화물선 ‘카고 드래건’에 와인이 실리기 이전까지만 해도 와인은 우주선 내 취급 금지 품목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었다.
당시 와인 산업 주요 관련인들은 무려 6개월의 시간을 공들여 관련 업체와 우주 발사체 연구자들을 설득하는 등 긴 시간 와인의 무중력 상태에서의 숙성 등 미래 연구를 위해 시간을 소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우주 정거장 내에는 와인 저장고 설치 등 눈에 띄는 와인 산업 관련 발전에 대한 기대가 모아질 수 있게 됐다.
특히 우주여행을 떠나기 이전, 많은 사람들은 와인이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 1년 동안 숙성될 경우 그 숙성 정도가 지구에서의 것과 비교해 더 빠른 숙성 농도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었다.
이와 관련해 WISE 최고 과학 책임자 마이클 레버트 박사는 우주에서의 와인 숙성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극성 방사선과 같은 외부 환경에 장기간 노출된 와인 내부에서는 지구 안에서 지켜볼 수 없는 다양한 분자 활동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클 레버트 박사는 “특히 중력이 부재한 우주 공간은 와인 숙성을 결정하는 환경적 요소 중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혀왔다”면서 “그런데 이 실험을 통해 와인이 무중력 상태에 놓였을 때 더 강한 환경 적응력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종의 와인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실험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간이 발명한 가장 신화적인 음료인 와인이 우주 산업과 관련돼 가장 매혹적인 방법으로 그 발전 양상을 예측할 수 있는 계기였다”면서 “우주 공간이 지구 환경과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우주에서의 임무를 마친 뒤 최근 귀환한 와인 제품 12병이 시중에 나오면서 천정부지로 솟는 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양상이다.
얼마 전 미국 CNN 방송과 영국 인디펜던트 등은 프랑스 보르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샤토 페트루스’ 와인의 블라인드 품평회가 개최된 내용을 보도했다. 품평회에는 우주에서 1년 동안 숙성 단계를 마친 프랑스산 메를로 품종의 와인과 같은 기간 지구에서 보관했던 성숙이 완료된 동일한 제품이 비교 대상으로 놓여졌다.
최초의 무중력 상태에서 숙성을 완료한 와인의 맛을 확인하는 뜻깊은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와인 전문가 제인 앤슨은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서 400일 넘게 이동하며 숙성된 와인은 지구에서의 숙성 단계를 완료한 것과 그 색깔부터 큰 차이가 있다”면서 “우주에서 숙성된 와인의 경우 중심부 색상이 뚜렷하고 가장자리 부분은 짙은 벽돌색으로 숙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맛 역시 지구에서의 것과 차이가 있다”면서 “지구의 와인과 비교해 더 깊은 맛을 내면서 숙성됐고, 타닌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얼핏 꽃향기가 좀 더 나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와인 전문가들은 무중력 상태의 우주 와인 맛에 대해 기존 지구의 것과 비교해 같은 기간 동안 숙성 기간이 2∼3년 더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이끄는 필리프 데리어트 박사는 “향후 어떤 요소가 와인의 맛과 향, 침전물과 기포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미쳤는지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실제로 관련 연구원들은 우주에서 가져온 와인들과 포도 줄기세포 등에 대한 연구 분석을 진행 중이다.
한편, 이번에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와인은 경매업체 크리스티를 통해 경매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예상 낙찰가는 1병당 최소 100만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한 브랜드의 와인 가격과 비교해 160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특히 경매 업체 크리스티 측은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12병의 와인 중 단 한 병만 경매에 부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판매 금액은 전액 와인을 우주로 보내는 데 성공한 스타트업체 연구 기금으로 활용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