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하이덴취 서북쪽에 자리한 ‘에서도 부자들만 모여 살기로 유명한 부촌이다. 주로 베이징 동북쪽에 자리한 중국 제1의 한인타운 왕징(望京)에 밀집해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지역이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즈를 떠올릴 만큼 넓고 거대한 부지에 건설된 호화로운 대형 빌라촌과 밖에서는 감히 그 안을 살필 엄두조차 낼 수 없을 만큼 높고 단단한 외벽을 두른 ‘캐슬’을 떠올리는 높다란 건물들이 어깨를 이어 자리한 곳이다.

이곳의 주요 주민들은 유명 연예인부터 내로라하는 사업가 등 빼곡하게 들어선 기존의 아파트에 지친,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 때문에 인근에 소재한 대형 쇼핑몰과 커피숍 등에 앉아 무더운 여름 한때를 보내고 있으면 오가는 이들 중에 종종 TV에서 접한 익숙한 얼굴의 연예인들이 지나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현지 연예 기사에서나 접할 수 있는 파파라치 사진이 이곳 일대에서 수차례 찍혔을 것이라는 지인의 추측이 힘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필자는 이곳 일대에서 모 유명 중국 여배우가 출산 후 자녀와 오가는 것을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목격하듯 멀찍이 앉아 지켜본 적이 있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외모의 그녀는 엄마가 된 이후에 더 멋진 여성으로 보여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회상할 수 있을 정도다.

하이덴취 빠고우 일대에 자리한 분위기 좋은 만카페. 만카페의 ‘만(漫)’이라는 글자에는 낭만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바로 이곳, 빠고우 일대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카페 한 곳이 있다. 그 주인공은 한국인 사장이 운영하는 만 카페(MAAN COFFEE)다.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상 글로벌 카페 브랜드 스타벅스가 가진 100% 커피만을 취급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식사할 수 있는 다양한 음식을 함께 판매한다는 점이 중국인들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만카페에서 판매되는 하루 매출 2~3만 위안(약 370~560만 원)가운데 약 30%만이 커피류 등 음료 판매 수익이고 나머지 70%는 수제 샌드위치, 와플, 빙수 등 다양한 식사류가 차지한다.

더욱이 현재 중국 40여 곳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150여 개의 만 카페 매장을 운영하는 이는 한국인 사장 신자상 회장이다. 지난 2005년 베이징에 처음 ‘애강산’이라는 한식당 문을 열었던 신 회장은 이후 중국 시장에 카페 문화가 부재했다는 점을 목격하고 만 카페 창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오고 있다. 현재 베이징은 물론, 상하이, 다롄 등 전국 대도시 번화가에서는 만 카페의 명성과 인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

목재 100%로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페 내부.

 이 같은 그의 창업스토리와 성공 신화는 중국 내 한인 교민 커뮤니티에서도 종종 자랑스럽게 회자되는 일이 잦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베이징 현지에는 한인 교민이 운영하는 크고 작은 카페가 십여 곳에 달하지만, 그 가운데 만 카페의 성공을 따라갈 곳은 없다는 것이 현지 교민들의 평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존의 스타벅스 전략을 그대로 모방한 형태였다면 현재의 성공 신화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현지인의 수요에 맞춘 맞춤형 카페 운영 전략이 지금의 만 카페를 있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인들의 대부분은 미국계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와 영국계 커피 업체 코스타(COSTA COFFEE)가 중국 시장에 들어서기 이전부터 대만에서 건너온 ‘샹따오(上岛)’ 카페를 주로 이용해 왔다.

만카페에서는 커피류 외에도 와플, 샌드위치, 빙수 등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현지에도 꾸준하게 인기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샹따오 카페는 중국인의 특성과 감성을 그대로 담아 운영되는데, 오전에는 조찬 식사류를, 점심시간에는 정찬 식사 주문이 가능한 레스토랑 겸용 카페다. 판매되는 커피와 식사류의 가격대가 각각 40위안~100위안 사이로 비교적 고가 정책을 펴고 있는 곳이지만, 긴 시간 한 자리에서 앉아 이야기 나누는 것을 삶의 중요한 순간 중 하나로 여기는 중국인들에게 푹신한 쇼파와 은은한 조명을 제공하며, 때마다 먹을거리를 주문할 수 있는 샹따오야말로 스타벅스의 세련된 외관과 분위기를 외면하게 할 만큼 중요한 것이었던 셈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만 카페’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식사류에 큰 호응을 보내는 중국인 고객들은 ‘샹따오’ 등 기존의 자국 커피숍이 가진 ‘만능’ 기능에 익숙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만 카페의 승승장구에는 중국인의 특성과 취향에 맞춘 현지 전략이 통했기 때문으로 분석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 탓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 자국의 커피 브랜드가 갖추지 못한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에 적절한 세련된 카페 분위기와 외관도 이곳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을 꾸준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100% 목재로 구성된 편안한 분위기의 내부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 높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악 선택 등도 기존 중국 커피 브랜드가 갖추지 못한 장점들이다.

더욱이 한국인 사장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인 탓인지 중국에서는 쉽게 맛보지 못할 진한 농도의 커피 맛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곳의 큰 장점이다.

소위 ‘보리차’ 맛을 내는 밍밍한 풍미의 저가 커피에 익숙했을 현지인은 물론, 이곳에 다녀간 외국인들 역시 진한 커피의 향에 엄치를 치켜세우는데 망설임이 없는 이유다.

현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반 커피숍의 커피와는 그 향부터 비교가 불가하다. 이유는 당일 볶는 커피콩을 주문 즉시 전문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덕분인데, 커피잔 위로 소복하게 쌓여 내어져 오는 하얀 커피 거품이 알싸한 향과 더해져 첫 한 모금의 행복을 배가 되게 한다.

이 곳 만 카페의 ‘만(漫)’이 낭만을 상징하는 글자라고 하니, 커피 한 모금에서 필자가 느낀 소소한 행복이 그것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