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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먹고 마시기 A to Z : 광저우에도 ‘北京’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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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먹고 마시기 A to Z : 광저우에도 ‘北京’이 있다고?

임지연 2016년 9월 5일

중국 어느 지역을 가든, 그 곳의 명물이라 불리는 곳의 지명은 늘 항상 ‘베이징루(北京路)’입니다.

수도 베이징에서 수 천키로 떨어진 중국의 땅 끝 도시 광저우도 예외는 아닌데,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부자들이 모여 사는 ‘세련된 도시’ 광저우에도 ‘베이징 길’이라는 지명으로 불리는 곳이 있어 찾았습니다.

하루 평균 5~6만 명의 유동 인구가 오가는 거리인 만큼 늦은 밤까지 불야성의 불을 밝힌 이곳은 지하철 명 역시 베이징루짠(북경로역, 北京路站)입니다. 처음 발을 딛었을 때나, 수차례 찾아오는 지금이나 늘 그들이 만들어 내는 흥분이 여행자의 기분을 한껏 들뜨게 만드는 곳이죠.

'북경로'라는 이름을 한 광저우의 거리를 많은 사람들이 거닐고 있다.

‘북경로’라는 이름을 한 광저우의 거리를 많은 사람들이 거닐고 있다.

남방 도시 특유의 기분 좋은 ‘흥청거림’이 있어, 유독 긴 밤이 두려운 여행자들에게 기분 좋은 떨림을 선사하는 탓입니다.

특히 골목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빠른 템포의 음악을 속으로 흥얼거리며 동서남북으로 길게 뻗은 거리를 하릴없이 거니는 여유로움을 만끽하기에 좋은 밤이 지속될 것만 같은 곳입니다.

그렇게 한 두 시간 즈음 거리의 흥취에 취하다보면 자연스레 허기가 도는 것이 느껴지는데, 이때가 바로 이 거리를 유명하게 만들어 준 또 다른 명물 먹거리를 맛 볼 차례입니다.

'북경로'라는 이름을 한 광저우의 거리를 많은 사람들이 거닐고 있다.


어느 지역이든 손님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맛 집이듯 이 일대에서 가장 많은 손님들이 줄을 선 식당 ‘其美 潮州魚旦粉世家’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주문 전 팁으로, 중국어를 모른다는 이유로 주문대 앞에서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해외 각국에서 찾아온 여행자들을 위해 식당 벽면에는 빼곡하게 이 집에서 조리할 수 있는 가장 맛있는 음식들이 한 그릇씩 걸려 있기 때문이죠.

또, 광둥성의 성도 광저우에 사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표준어인 푸통화(普通話) 대신 그들만의 언어 ‘광둥어(廣東語, Cantonese Chinese)’를 사용하는데, 그들의 언어 세계는 중국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라 할지라도 소통하는데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같기 때문이죠.

이럴 땐 단지, 사진에 담긴 한 그릇 요리 가운데 가장 먹고 싶은 몇 가지를 선정해서 손가락으로 꾹 눌러 주문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더운 남방 날씨 탓에 식당 밖으로 길게 자리한 간이 의자와 식탁에 정감이 간다.

더운 남방 날씨 탓에 식당 밖으로 길게 자리한 간이 의자와 식탁에 정감이 간다.

더운 남방 날씨 탓에 식당 밖으로 길게 자리한 간이 의자와 식탁에 정감이 간다.

필자가 주문한 요리는 식당 곳곳에서 고개를 숙이고 후룩 후룩 소리 내며 들이 마시고 있는 면 요리 한 그릇과 간간한 간장에 조려낸 돼지 곱창, 청경채를 아삭하게 삶아 그 위에 고깃기름에 조린 간장 양념을 덮은 요리 세 가지입니다.

주문한 지 15분 정도 지나서 내어 온 요리들은 필자에게 첫 광동식 음식으로, ‘처음’이라는 적당한 긴장감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며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짭조름한 곱창에 배어 있는 간장 향이 ‘피로감을 풀어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지 음식은 본래 첫 인상이 중요한데, 중국의 각 지역마다 사용하는 향신료가 빚어내는 특유의 맛 탓에 첫 인상이 좋은 음식이야말로 오래 즐겨 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이유로, 처음 중국을 여행하는 이들은 음식의 맛 평가 영역에 ‘맛있다’ 또는 ‘맛없다’ 외에 ‘먹을 수 있다’ ‘먹을 수 없다’는 또 다른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는데, 이번 광저우에서 맛 본 광동식 요리는 한국에서 익숙하게 맛보았던 짭조름한 간장 향 때문인지, 한 입 가득 물고 ‘맛있다’고 연신 감탄사를 뱉어냈습니다.

이들 중 가장 맛이 좋았던 요리는 쫀득한 새우를 갈아서 경단으로 만들어 쪄낸 뒤, 쫄깃한 쌀국수에 담백한 소고기 국물을 자작하게 담아낸 면 요리를 꼽고 싶습니다.

그 위에 살포시 올린 ‘샹차이(香菜)’의 향이 새우와 소고기 국물의 조합에 향긋함을 더했는데요.

그래서 인지 이곳 사람들은 연신 커다란 그릇에 담아내 온 국수를 들이키느라 정신없이 머리를 식탁 위로 숙이고 면을 들이키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모든 음식을 다 맛보는데 필요한 비용은 72위안(약 1만 4천원)으로, 현지 로컬 식당으로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손님들이 줄 지어 식당을 찾을 정도로 맛만큼은 일품인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한 두 그릇을 눈 깜짝할 사이에 비워내고, 다시 베이징루를 걸으며 부른 배를 소화시킬 수 있는 여행자의 밤을 마음껏 즐겨봅니다.

본분이 여행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이 모든 ‘여유’를 즐기며, 한 때 고된 직장인으로 저녁 없는 삶을 살아야 했던 그때를 벗어나기로 결심한 스스로의 결단에 조용히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비록 가난하지만 여유로운 여행자의 삶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더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또 함께 즐기고 싶습니다.

 


⦮찾아가시는 방법⦯

#식당명: 其美 潮州魚旦粉世家
#광동지하철 6호선 베이징루짠(北京路站)에서 하차 후 십자 모양으로 뻗은 동서남북의 보행자 전용 도로 가운데 서쪽으로 뻗은 거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방문하실 땐 편안한 운동화를 추천해 드립니다. 도로 바닥이 울퉁불퉁한 모양의 돌로 각인돼 있어 구두 보다는 푹신한 운동화가 더 잘 어울리는 거리입니다.

Tags:
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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