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만이 전부는 아니다. 제인 앤슨이 보르도의 새 샤토들 중에서도 유망주들을 골라보았다.
작년에 나파에 새로 문을 여는 와이너리들을 찾아보는 일에 대해 디캔터에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 이후로도 새로 나타나는 와이너리들을 계속 확인해나가는 건 거의 풀타임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만 해도 나파 밸리 빈트너스(NVV)에 새로이 등록한 곳만 50군데가 넘고, 그 소유주들은 NBA 농구 스타 야오밍부터 프랑스 백만장자 프랑수아 피노까지 매우 다양했다. 2015년과 2016년에도 열 곳이 넘게 추가되었고, 약 30개의 새로운 와이너리 프로젝트가 나파 카운티의 승인을 받아 진행 중이다. (이 중 일부는 기존 회사가 확장하거나 시설을 변경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곳 보르도에서는 조금 더 여유롭게 접근해도 괜찮다. 풀타임 일이라기보다는 은퇴 후 쉬엄쉬엄하는 일 정도랄까. 이 지역의 와이너리 대부분은 최근 생겼다는 사실보다는 수 세기에 걸친 오래 역사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리고 이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8,000곳이 넘는 와이너리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골리앗 같은 곳들을 상대하고 있다면 말이다. 1.5헥타르 규모의 도멘 드 라 파시옹 오-브리옹을 보라. 미셸 알라리의 지휘 아래 2008년 빈티지로 (재)시작을 했다가 다시 2012년에 힘센 이웃인 샤토 오-브리옹에 흡수되며 문을 닫지 않았는가.
버티지 못했던 또 다른 신규 와이너리로는 몽타뉴 생테밀리옹의 샤토 아카펠라가 있다. 2001년 베아트리스와 크리스토프 쿠아시 부부에 의해 설립되었다가 2년 전에 매각되었는데 이 역시 덩치가 큰 곳으로 통합된 경우였다.
설립 초기부터 그들의 소식을 챙겨 들었던 나는 그들이 생산을 중단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유감스러웠지만 나중에 베아트리스 쿠아시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몽타뉴 생테밀리옹에서 3헥타르도 안 되는 규모는 상업적으로 살아남기에는 너무 작았죠.”
그들은 실수나 잘못한 게 없었다. 좋은 테루아를 골랐고, 통을 열고 발효를 시키는 등 부르고뉴 방식을 이용해 유기농으로 재배했으며, 미셸 롤랑 같은 유명한 컨설턴트들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빌리면 “작은 아펠라시옹의 가격 상한선”에 가로막힐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이번 주에 프랑스 농업회의소에서 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는데, 유기농 방식이 전통적인 재배 방식에 비해 15% 정도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한다.)
현재 그녀는 라랑드 드 포므롤에 위치한 23헥타르 규모의 가문 소유 와이너리인 샤토 페롱으로 다시 돌아와 일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규모의 경제 덕에 상황이 조금 낫다고 한다.
“매각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현금 흐름이라는 현실에 직면했을 때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배웠죠.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모두 젊은 날 경험의 일부니까요.”
물론 보르도에도 매우 중요한 첫 5년을 버텨내고 현재 이곳의 식구가 된 새로운 얼굴들도 있다. 샤토 발랑드로와 도멘 드 라 모두 1990년대에 세워진 곳이다. 다른 곳들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다.
샤토 클로 드 부아르(Château Clos de Boüard), 몽타뉴 생테밀리옹
코랄리 드 부아르와 남편인 로익 마이예가 바로 얼마 전 첫 번째 빈티지인 2016년 와인을 선보였다. 공식적으로는 카스텔 프레르가 소유했었던 샤토 투르 무세에 새 이름을 붙인 것이지만 말이다.
드 부아르는 물론 가문의 도움도 받았다. 위베르 드 부아르(컨설턴트다)의 딸인 그녀는 30헥타르의 포도밭을 가지고 있어서 아카펠라에서 그렇게 갖기 힘들어 했던 규모의 경제도 누릴 수 있지만 사실 새로운 샤토 브랜드를 만드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테루아가 매우 훌륭하다. 샤토 발랑드로, 로셰이롱, 트로플롱 몽도와 가까운 점토와 석회석으로 이루어진 언덕에 위치해 있으며, 메를로와 두 종류의 카베르네를 약 60:40 비율로 재배한다.
“7년 동안 저만의 포도원을 찾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산 바로 그 날 생테밀리옹에 있는 곳도 둘러보았는데 그곳은 가격이 더 비싸면서도 테루아는 별로 좋지 못했어요. 원래는 6~7헥타르 정도만 구입하려고 했었는데 이곳 토양의 품질과 방위가 너무 좋아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죠. 생테밀리옹 AOC의 경계인 바르반 강 바로 위에 있는데 품질 잠재력을 보면 제게는 이곳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었어요.” 드 부아르가 이번 주에 내게 들려준 말이다.
샤토 라 세라핀(Château la Séraphine), 포므롤
영국인인 마틴 크라주스키가 2016년 말 샤토 드 수르를 중국의 부호 마윈에게 매각한 후 포므롤에 2.23헥타르의 포도밭을 사고는 폴란드 계인 할머니 이름을 따 샤토 세라핀이라고 이름 지었다. (보르도에서 흔히 사용하는 이름 짓는 방식인 것 같다. 생테밀리옹의 샤토 벨레르-모낭주 역시 에두아르 무엑스의 할머니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기 때문이다.)
크라주스키는 10-55년 된 100% 메를로 포도밭과 함께 따로 오래된 집과 와이너리가 있는 땅을 사들였다. 한때 포므롤 마을 교회를 내다보는 아주 작은 가정집이었던 곳이다.
그 이후 그는 나무의 절반을 다시 심고 카베르네 프랑을 일부 추가했으며, 2017년 수확 시기까지 새로운 와이너리 건물과 샤토 건설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와인 투어 시설 준공도 2018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그가 예상하는 첫 번째 빈티지는 2017년이다.
“물론 그것보다도 천천히 움직이는 것도 좋습니다. 지금은 테루아를 알아가면서 재배 밀도 등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와이너리에 집중하고 있어요. 마법으로 가득한 포므롤 같은 아펠라시옹에 장기간에 걸쳐 재건할 수 있는 곳을 매입한 것은 매우 훌륭한 기회였습니다.”
클로 상투스 퍼펙투스(Clos Sanctus Perfectus), 생테스테프
베르나르 마그레즈는 최근 몇 년 동안 자신의 전략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품질이 떨어지는 곳들은 버리고 파프 클레망, 퐁브로주, 클로 오 페레게이의 라 투르 카르네 같은 등급 와이너리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2016년 12월에 사들인 생테스테프의 이 작은 땅, 연간 약 3,000병 정도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곳은 예외로 했다. 전에 예술적인 크뤼 와이너리였던 이곳에 새로운 이름을 붙인 뒤 디렉터인 프레데릭 샤바노는 첫 번째 빈티지가 2017년이 될 것이며 완전히 새로 설비를 갖춘 셀러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아펠라시옹 중에서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심층 자갈 테루아로 이루어진 네 구획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샤뱌노가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생테스테프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 아펠라시옹에서 서너 번 연속으로 좋은 빈티지가 나왔고 한창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 회사 SAFER에서 이곳의 토지 가격이 2015년부터 2016년 사이에 헥타르 당 9%가 올라 현재 헥타르 당 38만 유로에 달한다고 보고한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샤토 파야(Château Fayat), 포므롤
기업가 클레망 파야가 몇 년에 걸쳐 세 곳의 포므롤 포도원을 구매했다가(10헥타르 규모의 코망데리 드 마제이르, 각각 3헥타르인 샤토 비쥬 부르녜프, 프리외르 드 라 코망데리) 2009년에 그곳들을 모두 합쳐 샤토 파야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다시 초점을 집중함으로써 와인 유통에 더 유리한 규모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당시 디렉터로서 재정비의 총책임을 맡았던 야닉 에브누가 샤토 파야에서 추가 매입한 16헥타르 부지를 두고 내게 들려준 말이다. 오늘날 샤토 파야는 그 16헥타르 덕분에 이 아펠라시옹에서 탑 10에 들 수 있었다.
라우라 드 캉봉(L’Aura de Cambon), 마고
이 반 헥타르짜리 작은 구획은 오랫동안 유명한 마고 와이너리들에 최고의 고기를 공급해오던 그 지역 푸줏간 주인이 2003년에 매각한 것으로, 당시 그 땅을 꿀꺽 삼켜버릴 대규모 와이너리보다는 가문 소유의 와이너리에 팔기로 했던 그의 뜻을 따랐다.
당시에는 식목권을 갖춘 삼림 지대였던 이 땅을 손에 넣은 운 좋은 사람은 크뤼 부르주아 샤토 캉봉 라 펠루스의 장-피에르 마리였고, 그는 그곳에 포도나무가 심어져 있었다면 턱도 없었을 아주 낮은 가격으로 그곳을 매입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빈티지는 2006이었다.
지롤라트(Girolate), 보르도
2001년 출시 시점부터 이미 매우 야심 찼던 와인이다. 한낱 보르도 아펠라시옹에 속했던 데스파뉴 가문에서 만든 이 와인은 처음에 100% 메를로 와인으로 시작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카베르네 프랑이 일부 들어갈 예정이다.) 고품질 점토-석회석 언덕 지대에 헥타르 당 만 그루를 재배하여 수확하며, 배럴 발효하고 새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미셸 롤랑이 컨설턴트로 참여했다.
처음부터 드라마틱한 풍미를 자랑했던 이 와인은 최근 몇 년 동안 딱 적당한 수준으로 부드러워졌다. 2010년부터 시작한 바이오다이내믹 방식의 도움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2018년에는 데메테르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처음부터 우리의 목표는 앙트르 뒤 메르에서 가장 뛰어난 테루아의 맛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라벨에 적힌 보르도라는 아펠라시옹만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지롤라트가 우리가 예상했던 품질 수준까지 점점 다다르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훌륭했던 2016년 앙 프리뫼르 테이스팅 당시 바살린 그랑제-데스파뉴가 내게 한 말이다.
도멘 레 사동(Domaine les Sadons), 포이약
현재 알랭 알비스튀의 포도밭인 이 땅은 1997년까지만 해도 채소 텃밭에 불과했다. 그는 처남으로부터 받은 식목권을 이용할 수 있었고 2006년에야 비로소 그것을 스스로 취득했다.
샤토 라뇨 아 포이약(Château Lagneaux à Pauillac)
2010년 샤토 프티 보크의 라뇨 가문에서 세웠다.
리프(L’If), 생테밀리옹
2010년 자크 티엥퐁이 매입하여 새로운 구획을 더한 뒤 오-플랑티였던 이름도 바꾸었다.
퀸투스(Quintus), 생테밀리옹
오-브리옹의 룩셈부르크 왕자 로베르가 등급 포도원 두 곳, 라로세와 테트르 도게이를 매입해 하나로 합쳤다. 그렇게 하면서 등급 지위를 잃었기에(생테밀리옹의 규정은 메독이나 페삭 레오냥 규정과 다르다) 다음에 다시 신청해야 한다. 그런데 신청을 할지 말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샤토 라 코니방스(Château La Connivence), 포므롤
알렉상드르 드 말레 로크포르(생테밀리옹의 샤토 라 가펠리에르)가 파트너들과 공동 소유한 1헥타르도 안 되는 구획이다. 첫 번째 빈티지는 2009년이었다.
샤토 오 바칼랑(Château Haut Bacalan), 페삭 레오냥
프레데릭과 샤를-앙리가 이끄는 고네 샹파뉴 가문에서 1998년에 이 에스테이트를 매입하고 거의 70년 동안 포도나무 한 그루 없던 이 땅에 포도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첫 번째 수확은 2001년이었다.
작성자
Jane Anson
번역자
Sehee Koo
작성일자
2017.5.18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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