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제퍼드가 뉴질랜드의 전체 와인 생산량보다 많은 프랑스의 뱅 드 페이 와인에 대해 알아보고 그중 몇 가지를 추천한다.

페즈나 근처에서 페이 독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원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일단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전체 프랑스 와인 중 14퍼센트를 차지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뉴질랜드 전체에서 매년 생산하는 양보다 많다. 연간 650만 헥토리터(이 중 250만 헥토리터가 매년 170개 국가로 수출된다)에 달하는 생산량은 오스트레일리아 총 생산량의 절반, 미국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뱅 드 페이 와인의 규모가 그 정도다.
왜 양이 그리도 많을까? ‘품종 와인’이 그 답이다. 뱅 드 페이 독은 모든 프랑스 품종 와인의 92퍼센트를 차지하고, 품종 와인이야말로 세계의 와인 애호가들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와인(예를 들어 영국에서 판매되는 와인의 66퍼센트가 품종 와인이다)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산 품종 와인을 원하는 해외 구매자가 있다면 뱅 드 페이 와인을 찾으면 된다. 이곳에서도 가장 많은 양을 생산하는 두 지역은 나의 고향인 에로(전체 생산량 중 45퍼센트)와 오드(33퍼센트)다. 공식적으로는 랑그독-루시용에 속하지만 이곳에서 생산되는 AOP와인은 종종 남부 론 와인으로 표시되는 가르에서도 21퍼센트를 생산한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을 생산한다는 건 그만큼 높은 퀄리티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전체 페이 독 와인의 83퍼센트는 벌크 와인으로 판매된다), 뱅 드 페이 독 중 최고의 품종 와인들은 섬세함과 절제미가 있어 ‘품종 와인’이라는 장르 안에서 꾸준한 상업적 매력을 갖는다. 매년 페이 독에서는 전문가를 초빙해 200종이 넘는 후보 중에서 50종 정도의 와인을 테이스팅하게 한 뒤, 20종의 ‘트로피 컬렉션’을 발표한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이 컬렉션을 맛본 나는 그중에서 열 가지를 골라 아래 테이스팅 노트를 첨부했다. 아주 높은 가성비를 얻을 수 있는 와인들이다.
2015-2016년의 통계를 간단히 살펴보면 페이 독에서 가장 인기 높은 포도는 내가 기대한 샤르도네도, 카베르네 소비뇽도 아닌 메를로였다. 흥미롭게도 로제는 하락세에 있다. 지난 통계에서는 화이트 와인보다 많이 판매되었으나 2015-2016은 아니었다. (화이트 26퍼센트, 로제 22퍼센트, 레드 52퍼센트였다.) 다양성을 원한다면, 페이 독에서는 산지오베제, 템프라니요, 카르메네르를 비롯해 가장 최근에 추가된 알바리뇨와 칼라독(그르나슈-말벡 교배종)까지, 총 58종의 품종이 허용된다. 놀랍게도 피노 누아가 그르나슈보다 앞서(그르나슈는 97,103헥토리터, 피노 누아는 117,018헥토리터) 네 번째로 널리 재배되는 레드 품종이고, 카베르네 소비뇽과 그르나슈 교배종인 마르셀랑이 매년 중요도를 높여가고 있다. 비오니에, 그르나슈 블랑, 베르멘티노, 마르산느 또한 늘어나고 있다.
페이 독 단체장인 플로랑스 바르테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놀랍게도 상품화되는 모든 페이 독 와인은 판매허가를 받기 위해 반드시 샘플 테이스팅을 거쳐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건 곧 매주 900건의 샘플이 들어오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공인된 450명의 테이스터가 필요하며, 어마어마한 행정 업무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중 거부율이 9-20퍼센트에 달한다는 것이다. (650만 헥토리터의 20퍼센트는 무려 130만 헥토리터다. 참으로 깐깐하지 않은가.) 블렌딩은 허용되며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나 아직까지는 그 양이 매우 적다. (현재 페이 독 와인의 7퍼센트를 차지한다. 10년 전만 해도 겨우 2퍼센트였다.) 페이 독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세대교체다. 생산자 중 65퍼센트가 55세를 넘겼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조금 전, 라 그랑드 모트의 카지노에서 페이 독 연례 총회가 열렸는데 좋은 소식이 있음에도 분위기는 사뭇 어두웠다. “2016년 수확량은 전년보다 적었지만 품질은 매우 뛰어났습니다. 전국적으로 수확량이 떨어졌고 과잉 재고도 없으니 다 판매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도 상인들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어요. 왜 그럴까요?” 페이 독 회장 자크 그라브길이 물었다.
그라브길은 실적이 매우 낮았던 프랑스의 2016년 관광업 문제부터 뱅 드 프랑스 와인에도 이제 포도 품종을 표시할 수 있게 되어 페이 독의 경쟁력을 조금 잃게 된 사실까지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미래를 보고 브렉시트를 언급했을 가능성도 있다. 영국 슈퍼마켓 바이어들이 파운드화의 가치가 떨어져서 생긴 경제적 부담을 같이, 혹은 대신 짊어질 용의가 있는 공급업체들을 찾아 나서면서 페이 독 생산자들에게도 그 부담이 전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라브길의 가장 큰 분노는 일부 프랑스 슈퍼마켓을 향했다. 자체 브랜드 백-인-박스 품종 와인을 교묘하게 라벨링 하는, 특히 예전에 프랑스 와인을 쓰던 브랜드를 저렴한 스페인 와인으로 대체한 다음 겉 포장은 바꾸지 않는 등의 방식을 쓰는 곳들을 향해서였다.
규모가 크면 직면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아닌가 싶다. 높은 곳에서도 경쟁해야 하지만 낮은 곳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출 측면에서 봤을 때 나는 페이 독 생산자들에게 밝은 면을 보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정착만 좀 이루어진다면 앞으로의 전망이 굉장히 밝기 때문이다.

2016 페이 독 트로피 컬렉션 중에서도 추천하고 싶은 와인

와인 가격을 표시했다. (그리고 가격순으로 쓴 것은 물론, 가격 또한 염두에 두고 점수를 매겼다.) 이 수준에서는 가격이 품질 기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5유로짜리 페이 독은 15유로짜리 페이 독 와인과 시장의 완전히 다른 곳을 겨냥한다.

화이트 와인

샤르도네

페이 독 샤르도네는 페이 독 소비뇽 블랑보다 훨씬 더 성공적으로 느껴진다. 부르고뉴의 이 품종은 조금 더 고급스러운 수준이든 상업적인 수준이든, 페이독에서도 우아한 아름다움과 균형을 자랑한다.

보비냑 샤르도네, 코스티에르 드 포메롤 2015

픽풀에서 난 이 저렴한 (5유로) 샤르도네는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풍부하다. 과하게 무겁거나 노골적이지 않게 잘 익었으며, 꿀꺽꿀꺽 편하게 마시기에 좋은 균형감과 깔끔한 여운이 좋다. 88점

르 프레스티주 샤르도네, 콜린 드 부르딕 2015

꽤 괜찮은 가격(8-15유로)에 가르의 두셰 두제 지역 샤르도네를 살 수 있다. 누가 봐도 오크 처리가 된 와인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에게 오크 향이 없는 샤르도네는 앙꼬 없는 찐빵과도 같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 따스한 오크의 온기 속에서도 살구와 복숭아 향이 두드러지는 깨끗하고,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풍미를 찾을 수 있다. 89점

페이롤리 샤르도네, 마 라 슈발리에 2013

2년을 거슬러 올라가 아드비니 소유의 라로슈에서 생산한 이 13.5유로짜리 샤르도네를 살펴보자. 코에서는 ‘크리미’한 세련미를, 입에서는 놀라운 절제미와 우아함을 느낄 수 있다. 서늘했던 빈티지의 도움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89점

슈냉 블랑

슈냉 블랑은 블렌딩 와인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 말고도 랑그독에서는 단일 품종 와인으로서도 성공적이다. 특히 리무 쪽으로 갈수록 더욱 그렇다.

피구르 리브르 슈냉 블랑, 도멘 가이다 2014

리무 북서쪽 브루가이롤의 오크 처리하지 않은 슈냉 블랑(16유로)은 궁극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문제로서 손색이 없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가벼운 파인애플 향은 프티 망셍과 피레네 산맥을 떠올리게 하지만 오렌지 향은 따뜻한 기후의 샤르도네와 비슷하기도 하다. 입안에서는 구조가 잘 잡혀있고, 단단하며, 미네랄리티가 느껴지고, 군침을 돌게 한다. 단순한 품종의 특징 그 이상을 느끼게 하는 음식에 곁들이기 좋은 화이트 와인이다. 복합적이고 길며, 제값을 한다. 90점

그르나슈 블랑

의심의 여지없이 이 지역에 어울리는 품종이다. 관건은 그 특유의 부드럽고 입을 가득 채우는 풍부함을 잃지 않으면서 아로마의 집중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마 드 탄느 그르나슈 블랑, 도멘 폴 마 2015

이 11.65유로짜리 와인의 숙성도는 억제되지도 않았고, 과도하지도 않다. 온실에서 자란 꽃과 낯선 스파이스 향이 코를 간질이고, 혀에서는 달콤함과 풍부함이 살구와 바나나 풍미와 함께 느껴진다. 가르데니아와 토스트, 트러플 향도 따라온다. 남부 특유의 풍미를 자랑하지만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절제되어 있다. 89점

레드 와인

시라

복잡하지 않은 과실 풍미를 찾는다면 시라는 랑그독과 천상의 궁합이다.

르 베르상 시라, 퐁칼리유 2015

베지에르 바로 외곽의 석회석 지대에서 생산한 오크 처리하지 않은 시라(6.05유로)로서, 풍성한 자두 풍미에 부드러운 탄닌과 촉촉한 산도가 더해져 있다. 신선함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마셔야 한다. 89점

라 주네스 시라, 도멘 라 봄므 2015

55센트만 더 내면(6.60유로) 조금 더 높은 알코올 도수와 조금 더 무거운 병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내 마음에 든 점은 랑그독 시라의 전형적인 특징인 은은한 시트러스 향, 그리고 혀에서 느껴지는 밀도와 긴 여운이었다. 90점

블렌딩 와인

트로피 컬렉션 20종 중에 블렌딩 와인이 9종(45퍼센트나 된다)이라는 사실이 꽤 놀랍다. 전체 페이 독 와인 중 7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것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비중이다. 분명히 여기서 배울 점이 있다.

퀴베 JMF, 도멘 뒤 그랑 슈맹 2014

가르의 사비냐르그 마을의 석회석 토양에서 생산된 이 아름다운 라벨의 와인은 생소와 피노 누아가 블렌딩된 흥미로운 와인(9.20유로)으로, 가이다의 피구르 리브르처럼 품종의 순수한 표현보다는 포도원의 테루아가 조화롭게 잘 반영된 와인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즐기는 편이 좋다. 꽃향기에 풍부한 붉은 과실 풍미를 단단한 타닌이 받치고 있다. 차분하고 고급스럽다. 91점

퀴베 니콜, 도멘 아이그 벨르 2013

역시 가르 지방, 이번에는 픽 생 루 구역 바로 북쪽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시라와 그르나슈, 메를로가 블렌딩되었고, 이번에도 라벨이 매우 우아하다. (12.8유로) 향을 한 번 맡아보면 3년의 숙성이 얼마나 이 와인에게 유익했는지 알 수 있다. 잘 익은 과일, 덤불, 트러플 향에 오크 풍미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우아하면서도 풍부하고 깊다. 완벽한 음식 와인이다. 91점

CREDIT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7.1.02

• 원문기사

  링크바로가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로 Decanter Magazine에 저작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