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제퍼드가 랑그독의 다크 호스와 함께 달려보았다.
와인 생산지라면 어디든 나름대로 스타 와이너리가 필요하다. 물론 그 지역을 완전히 지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먼 곳의 시장을 개방시키고, 규모가 작거나 새로 진입한 경쟁자들에게 영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 스타 와이너리들이 서로를 모방하거나 복제하는 대신 다른 형태의 우수성을 추구한다면 가장 유용할 것이다. 랑그독은 이 점에서 매우 운이 좋다. 마 드 도마 가삭과 그랑쥬 데 페르는 품종에 순응하지 않는 여러 방식을 탐색하는 중이다. 전자는 신선함을 가미한 고전주의로, 후자는 더 풍부한 이 지역 고유의 스타일로 말이다. 마 줄리앙은 섬세한 조절을 통해 가장 고급스러운 유럽 레드 와인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기교와 숙성 능력에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졌고, 바로크 스타일의 페이르 로즈는 여러 방면에서 가능성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있으며, 라 페이라의 관능적이고 호화로우면서도 순수한 풍미는 그 어느 지역에 갖다 놓아도 눈에 띌 것이고, 디디에 바랄은 ‘내추럴’ 접근법의 선두주자로서 일관성은 아직 떨어질지 몰라도 때로 매우 훌륭한 결과를 낸다. 물론 다른 와이너리들도 많이 있고 새로이 문을 연 와이너리들(제라르 베르트랑의 클로 도라를 포함해)도 이 지역에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그런데 점점 더 복잡해져 가는 이 시장에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바로 푸에슈-오다. 이곳 와인은 매우 유명하고 매출도 높지만 나는 때로 그것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새로운 공동 소유주인 마크와 올가 에스카수가 초대해주어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를 얻었다.
이들의 자산은 상당하다. 모두 합쳐 200헥타르의 토지가 유서 깊은 생 드레제리와 생 크리스톨, 그리고 신생 아펠라시옹인 픽 생 루(라 클로제리 뒤 픽)로 나뉘어 있다. 방문객도 언제나 환영한다. 일단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리크가 있다. 올리브 나무가 줄줄이 늘어선 길을 따라 차를 달리다 보면 그것을 놓치려야 놓칠 수 없다. 그것이 빨간 페인트로 칠해져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론상으로 30만 리터가 들어간다는 이 바리크는 랭스에 있는 메르시에의 거대한 배럴(16만 리터)이나 그 유명한 하이델베르크 통(21.9만 리터)보다도 크다. 그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그 거대한 바리크 안에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상자에 든 와인을 파는 상점이 있다.
미니어처 한정판 ‘바리크’ 형태를 한 이 예술품은 푸에슈-오의 설립자이자 현재 공동 소유주인 제라르 브뤼가 오랫동안 의뢰해 제작해온 화가들의 바리크 디자인 컬렉션을 기념하여 복제한 것이다. 그리고 안에 든 와인은 상자에 넣어 판매하는 블렌딩 와인으로 르 벤자민이라 불리며, 세 곳의 도멘에서 기른 포도에 일부 매입한 열매를 더해 만든 IGP Oc 와인이다.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매우 인기가 높아서 매년 10만 통이나 판매된다. 또한 올리브 압착기 박물관과 샤토도 있는데, 이 역시 배럴과 마찬가지로 흔히 생각하는 샤토가 아니다. 사실 그것은 몽펠리에 경찰청의 별관이었는데 제라르 브뤼가 푸에슈-오에 벽돌 하나, 하나씩 옮겨오게 하고 다른 것들(그중에는 그레노블의 전 기차역에서 떼어온 훌륭한 기둥들도 있다)을 조금씩 덧붙여 만든 것이다.
지금쯤 이미 짐작했겠지만 제라르 브뤼는 매우 흥미로운 사람이다. 그는 와인을 만들어온 집안에서 자랐는데, 어릴 때 할아버지가 “산에 사는 사람들”에게 와인을 주고 감자를 얻어왔던 것이나, 그렇게 와인을 주고 나면 와인 탱크에 돌을 집어넣어 수위가 올라오게 했던 것을 기억한다. 제라르 브뤼는 맨 처음 전기 회사를 세웠는데 후에 알스트롬에 매각하고 중년에 푸에슈-오를 샀다. 또한 카마르그 목장을 사서 고베 스타일 소고기 생산을 위해 와규 소를 360마리 기르고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작은 쿠션 크기의 스테이크가 나오고 그는 그것을 주방에 있는 오픈 그릴에 던져 열심히 굽곤 한다.
그의 두 번째 커리어의 공통된 주제는 ‘삶의 예술’과 ‘즐거움을 주는 일’이었고 거기에서 소고기와 와인이 탄생한 것이다. “나 자신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아는 것이라고는 유능한 사람들을 데려다가 주변에 배치한 것뿐이죠.” 그가 이렇게 주장했지만 사실 이건 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와이너리는 10년 동안(2008년까지) 미셸 롤랑과 필리프 캉비(현재, 그 전에는 잠시 클로드 그로와 장 나톨리가 거쳐갔다)의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의 와인은 로버트 파커와 데이비드 쉴드넥트, 제브 던닉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파르 빈트너스에 의해 영국에서 대량으로 판매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푸에슈-오 와인은 깊고 통통한 스타일, 두드러지는 산도와 풍부한 오크 풍미(일부 스페셜 퀴베 와인은 새 오크에서 24개월을 보낸다)에 신중한 타닌과 매끄러운 질감으로 1990년대에 외부인들에게 크게 어필했던 ‘신세계 랑그독’ 스타일의 완벽한 본보기다. 그리고 여기에는 다수의 구획이 포함되어 있다. 성공을 거둔 화이트 와인도 있고, 최근에는 랑그독 최고의(그리고 포장도 가장 매력적인) 로제 와인도 일부 추가되었다.
이제 에스카수 부부가 가담했으니 방향에 변화가 생길까? 그들은 둘 다 와인메이커다. 마크는 비뇨블 뒤 솔레이라는 이름의 와인 소싱 기업을 소유하고 운영한 바 있다. 비뇨블 뒤 솔레이가 인비보 농업협동조합(여기에서는 코르디에와 메스트레자도 소유하고 있다)에 속했을 때 마크가 푸에슈-오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마크 에스카수에게 예전의 풍부한 오크 스타일로 돌아갈 것인지 물어보았다. 그는 그것이 예전부터 푸에슈-오의 핵심 스타일이었음을 지적하고 그들은 갑작스러운 방향 변경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음을 말해주었다. 물론 거대한 바리크와 아트 오크통 와인 시리즈 역시 모두 이 와이너리의 나무에 대한 유서 깊은 애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와인 숙성에 조금 더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면 픽 생 루 포도밭에서 나온 높은 잠재력의 와인들이 생 드레제리 와인과 차별화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또한 레드 와인에 구조와 밀도를 더하는 것(산도는 조금 더 낮추고) 역시 반가운 변화가 되겠지만 (최소한 나에게는) 앞으로의 일은 조금 더 두고 보도록 하자. 기관차의 매력이 무언가. 바로 절대 멈춰 서지 않는다는 점 아니겠는가.
샤토 푸에슈-오 블랑, 프레스티지, 생 드레제리 2016(Ch Puech-Haut Blanc, Prestige, St Drézéry 2016)
60% 루산에 40% 마르산 배합으로 강철 통에서 발효시킨 이 와인은 신선하고 달콤한 꽃 아로마에 부드러운 레몬이 더해졌다. 풍미는 활기 있고, 밝고 촉촉하며, 솜씨 좋은 균형 속에서 레몬과 누가의 풍부함이 느껴진다. 90점
샤토 푸에슈-오, 테트 드 벨리에 블랑, 생 드레제리 2015(Ch Puech-Haut, Tête de Belier Blanc, St Drézéry 2015)
비오니에에 마르산과 루산을 블렌딩하여 배럴에서 발효시킨 이 와인은 아로마나 질감 면에서 모두 진하고 화려하며, 풍부한 여름 과일에 매력적인 바닐라, 은은한 채소 향이 어우러진다. 무게감이 끼어들기 전에 얼른 마시는 것이 좋다. 91점
라 클로제리 뒤 픽 블랑, 픽 생 루 2015(La Closerie du Pic Blanc, Pic St Loup 2015)
60% 오래된 그르나슈 블랑에 비오니에를 더해 균형을 맞추고 새 바리크에서 발효시킨 와인이다. 향은 부드럽고, 매력적이어서 잊기 힘들며, 녹색 맥아와 식물 수액, 살짝 으깬 아니스 열매 아로마에 풍미는 밝고 톡 쏘며, 노란 자두의 달콤함과 강력한 산도 균형을 느낄 수 있다. 90점
샤토 푸에슈-오, 테트 드 벨리에 로제, 생 드레제리 2016(Ch Puech-Haut, Tête de Belier Rosé, St Drézéry 2016)
90% 무르베드르에 10% 그르나슈만 블렌딩하고 유리로 된 스토퍼로 막은 이 와인은 색이 연한 스틸 로제이지만 매우 특징적이다. 은은한 여름 과일에 잘 익은 복숭아와 살구, 모과 풍미가 촉촉하다. 91점
라 클로제리 뒤 픽 로제, 픽 생 루 2016(La Closerie du Pic Rosé, Pic St Loup 2016)
이 그르나슈/시라 블렌딩 와인은 연한 연어-복숭아색을 띠고, 부드러움과 아몬드의 신선함을 합쳐놓은 향을 자랑한다. 입안에서는 단단하고 우아하며, 어디를 보아도 식사에 곁들이기에 손색없는 로제 와인이지만 단독으로도 즐기기에 훌륭한 부드러움과 매력을 갖추었다. 랑그독의 훌륭한 시도다. 93점
레 콩플리스 루즈, 랑그독 2016(Les Complices Rouge, Languedoc 2016)
푸에슈-오의 입문 단계 레드 와인(라벨만 봐서는 푸에슈-오 와인인지 알 수 없다)이다. 시라와 그르나슈를 블렌딩한 과일향이 뛰어난 와인으로 부드럽고, 통통하고, 볼륨감 있는 태운 블랙베리 풍미를 느낄 수 있고 오크는 전혀 없다. 벌컥벌컥 마시기에도 아주 좋다. 89점
샤토 푸에슈-오, 프레스티지, 생 드레제리 2015(Ch Puech-Haut, Prestige, St Drézéry 2015)
70% 시라에 그르나슈로 균형을 맞추고 큰 나무통에서 숙성시킨 이 와인은 잘 익은 자두와 버섯 아로마와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질감은 부드럽다. 타닌보다 산도가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87점
샤토 푸에슈-오, 테트 드 벨리에, 생 드레제리 2015(Ch Puech-Haut, Tête de Belier, St Drézéry 2015)
50% 시라에 35% 그르나슈, 여기에 무르베드르와 카리냥을 조금씩 더한 이 와인은 무화과, 말린 자두, 버섯, 멘톨 아로마에 잘 익은 과일이 더해져 말린 과일과 진한 라즈베리 향이 느껴진다. 오크로 인해 입안이 조금 마르고 껍질 타닌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전반적인 스타일은 풍부하고 진하다. 89점
샤토 푸에슈-오, 테트 드 벨리에, 생 드레제리 2014(Ch Puech-Haut, Tête de Belier, St Drézéry 2014)
2014 테트 드 벨리에 퀴베에는 부드러운 붉은 과일에 말린 자두 스타일, 거기에 담뱃잎 향이 살짝 더해져 있다. 매끄러운 오크-산도 풍미는 좋지만 깊이나 구조는 부족하다. 다만 사탕 같은 과일 풍미가 즐길 만하다. 87점
샤토 푸에슈-오, 클로 뒤 픽, 픽 생 루 2013(Ch Puech-Haut, Clos du Pic, Pic St Loup 2013)
푸에슈-오 라벨을 쓰는 일곱 개 구획 중 하나이지만 이 와인은 픽 생 루 포도원에서 나왔다(이 와인은 본래 다른 라벨이 붙어 출시된다). 톡 쏘는 맛의 부드러운 붉은 과일 스타일이지만 생 드레제리에서 나온 열매보다 픽 생 루 열매는 품종적 특징이 더 강하고 허브의 느낌도 든다. 구조를 뒷받침하는 타닌이 있지만 이 매끄러운 질감의 와인에서 근본적인 균형을 잡아주는 건 오크와 산도라고 할 수 있다. 89점
라 클로제리 뒤 픽, 픽 생 루 2015(La Closerie du Pic, Pic St Loup 2015)
그르나슈와 시라를 60 대 40으로 블렌딩하여 새 오크를 사용한 이 와인은 분명 오크 풍미가 강하지만 타임과 관목 덤불 풍미도 느낄 수 있고, 생 드레제리 열매와 비교할 때 신선함과 부드러움이 더 느껴진다. 오크 말고도 입안에서 허브와 스파이스를 맛볼 수 있다. 88점
작성자
Decanter Staff
번역자
Sehee Koo
작성일자
2017.5.22
원문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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