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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크레타 섬의 부름

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크레타 섬의 부름

Decanter Column 2016년 4월 11일

 

크레타 섬에 있는 고도가 높은 지역의 포도원을 방문한 앤드루 제퍼드가 고대의 와인 문화가 되살아나는 것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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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틸라리 플라코이라 포도원 사진 제공: 니코스 소마라키스

태양이 빛나고 바람이 울부짖는다. 북쪽으로 위도 10도만 더 올라갔으면 스키를 탈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크레타는 유럽이 얼굴이라면 턱에 해당한다. 판텔렐리아 섬에서 남쪽이기도 하다.
실제로 세 곳의 산맥에는 눈이 쌓여있어 크레타 섬에 더욱 묵직한 무게감을 더해준다. 하지만 해발 650미터에 해당하는 이곳에는 그저 바위와 빛, 말 없는 포도나무들뿐이다. 참, 그리고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기웃대는 흰목대머리수리들처럼 거센 바람에 하늘로 솟구칠 것만 같은 피크닉 테이블도 하나 있다.

크레타 섬의 높은 고도로 인해 눈을 볼 수 있다. 사진 제공: 니코스 소마라키스

크레타 섬의 높은 고도로 인해 눈을 볼 수 있다. 사진 제공: 니코스 소마라키스

이곳은 바실리스와 애나 토프시스 부부가 소유한 피로볼리케스 포도원으로, 테이블 위에는 애나가 직접 구운 고기와 채소, 치즈 페이스트리 옆에 그들이 리라라키스로 만든 2014년산 빌라나 한 병이 있다. 힘들게 올라가면서 (말 그대로 포도원으로 가는 길은 아주 가파르고 군데군데 깊이 패여 있었다) 그녀는 나중에 요리할 것이라며 야생 엉겅퀴(실제로 이것은 치커리 과의 식물이다)를 땄다. 우리는 함께 페이스트리를 먹고 와인을 마셨다. 와인은 신선하면서도 날카로웠다. 마치 바람처럼 말이다. 그리고 레몬과 부서진 돌멩이, 씁쓸한 허브 향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그 순간과 와인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나는 어떤 면에서 그들을 향한 경외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와인도 그 순간도 자연으로부터 손쉽게 얻은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유와 치즈, 고기를 얻기 위해 염소를 키웠고, 2주에 한 번씩 불을 피워 장작 오븐에서 빵을 직접 구웠다. 그들은 말 그대로 포도나무와 올리브로 먹고 살고 있었다.

지난 3,500년 동안 그랬던 그들의 조상들처럼 말이다. 방금 전에 기원전 1580년경 지어진 궁전인 바티페트로에 있는 미노스 시대 와인 압착기를 돌아보고 온 길이었다. (산토리니의 폭발이 있고 100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일 것이다.) 그리고 그날 오후 아기오스 토마스 마을에서 일행과 나는 거대한 포도 밟기용 탱크 가장자리에 섰다. 거의 작은 집 한 채 크기에 달하는 거대한 석회암을 파서 만든 이 탱크는 크레타가 칸디아(1205-1669)라고 불렸던 베네치아 공화국에 속해 있을 당시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크레타의 석회석.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크레타의 석회석.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물론 전통이 길다고 해서 오늘날 반드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크레타의 경우에는 아주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흥미로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단 이곳은 크다. 지중해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이고,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와인 생산지다. 하지만 현대 와인 시장에서는 그 출발이 늦었다. 놀랍게도 필록세라가 크레타 섬에 상륙한 건 1970년대였다.
최근에야 포도나무를 다시 심기 시작한 것 말고도 또 다른 문제점이 있었다. 당시 국내 소비자와 관광객들이 모두 원했기 때문이긴 해도 국제적인 품종을 대거 심었다는 점이다. 그래도 크레타는 토착 품종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고, 수출 잠재력이 가장 높은 것이 바로 그런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그리스의 잇따른 경제 위기로 인해 내수 소비가 침체되면서 그들은 조심스레 각광받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크레타 사람들은 재배 품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크레타 포도원이 높은 고도, 해발 최고 858미터 지점에 위치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거기에다가 토착 품종을 잘 이용했고 일등급 석회석과 이회토 덕분에 크레타 와인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일단 대부분(68퍼센트)은 화이트 와인이고, 앞으로 당분간 기술적으로 가장 믿음직스러울 와인 역시 화이트 와인이다. 크레타의 화이트 와인은 보기 드물게 상큼하고, 향이 강하고, 미묘하며, 잊을 수 없으면서도 우아하다. 알코올 도수는 12.5%에서 13% 사이다. 레드 와인은 이보다 더 강하지만 색상은 연하고 놀라울 만큼 구조가 잘 잡혀있다. 그리고 두 가지 와인 모두 복합적인 2차적 풍미가 대단하다. 그러한 특징이 그리스의 유전자에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단순한 과일 향 이상이면서 음식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아, 음식 이야기가 나오니 생각난다. 왜 세상에는 크레타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많지 않은 것일까? 섬세한 맛과 색상, 다채로운 채소와 새로운 방식으로 조리한 고기, 다양한 토착 허브와 녹색 채소에 간단히 조리한 생선과 치즈, 예술적인 올리브 오일과 갓 굽거나 말린 빵, 이 모두가 뱃속에서는 가볍고, 보기에 좋고, 문화와 지역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는 오늘날 요리의 시대정신과 완벽히 어울린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시선을 잡아끄는 크레타의 특징은 바로 와인의 가격이다. 헤라클리온의 높은 언덕을 구경하기 전 테이스팅으로 하루를 보냈다. 단순히 괜찮은 수준에 그치지 않고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훌륭한 와인들이 많았는데, 크레타에서 판매되는 것들은 병당 6-7유로도 채 되지 않았다. 영국의 막스 앤 스펜서가 바로 이 와인들의 가치와 흥미로움의 결합을 잘 알아본 유통업체 중 하나다. 6월 달에 다프니라는 그리스 토착 품종으로 생산한 2014년 화이트 와인을 판매할 예정인데 가격은 10파운드가 안 된다. 레스토랑에서 판매할 흥미로운 와인을 찾고 있는 수입상이라면 반드시 이 지역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크레타 와인의 맛

다음은 크레타 토착 품종과 블렌딩을 바탕으로 한 열한 가지 훌륭한 와인들이다. 크레타에는 네 가지 PDO(그리스의 와인 생산지 분류)가 있다. 다프네스(드라이 리아티코와 스위트 리아티코), 아르카네스(드라이 레드 코트시팔리와 만딜라리), 페자(화이트 빌라나와 드라이 레드 코트시팔리와 만딜라리), 시티아(화이트 빌라나와 트라프사티리 블렌딩, 드라이나 스위트 레드 리아티코와 만딜라리)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당분간 대부분의 크레타 생산자들은 이해하고 발음하기 쉬운 ‘크레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크레타의 화이트 와인

알렉사키스, 비디아노 2015
비디아노는 크레타 와인 중에서도 향이 감미로운 와인이다. 여기에서 세 가지를 추천했는데 이곳에는 수출할 가치가 충분한 열 가지 이상의 와인이 있다. 흥미롭게도 그 스타일이 매우 다양한데 아마도 포도가 자라는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이 지역의 와인 개척자 알렉사키스가 해발 550-600미터의 포도원 두 곳에서 생산한 것으로, 꽃향기와 생강 향이 비오니에와 매우 비슷하며, 혀에서 중간에 느껴지는 풍미가 매우 풍부하다. 89

디아만타키스, 비디아노 2015
디아만타키스의 숙련된 가족이 생산한 이 비디아노는 해발 500미터의 돌투성이 포도원에서 만들어지는데, 비오니에보다는 프랑스 사부아에서 만든 루산과 비슷하다. 크리미한 꽃향기에 우아하고 균형 잡히면서도 산뜻한 맛이 일품이다. 90

이다이아, 비디아노 2015
라벨이 아름다운 이다이아 비디아노는 더 높은 고도(해발 600미터)에서 생산된다. 순수하고 상쾌하며 선명하지만 동시에 복합성이 묘한 매력을 띠는 이 와인은 촉촉함과 푸르름이 은은한 풋사과 향과 잘 어우러진다. (알코올 12.5퍼센트) 상쾌함과 섬세함이 인상적이다. 91

클라도스, 그레이트 호크, 비디아노 2015
클라도스 비디아노를 언급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것이 이 품종이 처음 생산되기 시작한 헤라클리온과 하니아 사이의 해안 도시인 레팀노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알코올 도수는 1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부족한 듯하거나 덜 익은 듯한 맛은 전혀 없다. 진정한 포도주 같고, 여운이 길고, 촉촉하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헤라클리온 내륙지역에서 생산된 와인들보다 향이 조금 떨어지는 것이 흠이다. 88

리라라키스, 아르미 포도원, 트라프사티리 2015
트라프사티리 품종, 그 중에서도 이다 산(프실로리티스라고도 한다)의 가파른 암벽 아래 해발 600미터에서 자라는 트라프사티리 품종은 섬세한 풍미와 쏟아지는 듯한 달콤한 과일과 꽃향기가 알바리뇨와 매우 흡사하다. 배럴 발효와 오크에서 두 달 정도의 숙성으로 인해 약간의 크림 향이 더해진다. 91

모나스터리 오브 토플루, 트라프사티리-빌라나 2015
이 두 토착 품종의 블렌딩 와인은 헤라클리온의 고지대 포도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시티아에서 가까운 섬의 먼 동쪽 끝, 독특한 붉은 진흙 테루아에서 나온다. 덕분에 갑자기 야생의 풀과 여름 과일 향으로 꽉 찬, 더 풍성하고, 밀도 있고, 촉촉한 화이트 와인을 만나게 된다. 91

실바, 프시티로스, 모스카토 스피나스 2013
프시티로스는 ‘속삭임’이란 뜻이고, 이 와인의 품종은 화이트 뮈스카의 독특한 크레타 변종인 모스카토 스피나스로서 이 다스칼라키스 가문의 고급 와인은 쫄깃하고 배 향이 나는 훌륭한 드라이 화이트 와인을 선보인다. 89

크레타의 레드 와인

리라라키스, 플라쿠라 포도원, 만딜라리 2013
만딜라리는 잠재적으로 상당한 태닌과 산도를 갖춘, 크레타에서 가장 훌륭한 레드 품종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보통은 알코올 도수가 낮다. 도수가 13퍼센트인 이 와인은 껍질과 접촉 기간을 3일로 하고, 오래된 오크에서 숙성하여 혀에서 부드럽고 거의 신선하기까지 하다. 태닌은 마지막에 가서야 조금 뚜렷해질 뿐이다. 복잡미묘한 자두 풍미에, 코로는 향 냄새가 느껴지고, 혀에서는 유향수 분비액 같기도 하다. 91

둘루파키스, 다프니오스, 다프네스 2014
크레타 사람들은 리아티코 품종에 대해 거의 미안해하는 기색을 보인다. 색이 옅고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세심히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품종은 대부분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대단할 것도 없는 스위트 와인을 만드는 데 쓰인다. 그런데 나는 이 품종으로 만든 드라이 와인에 푹 빠져버렸다. 개성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내적으로는 묘한 매력이 있는 달콤함이 느껴지고, 풍부하게 구조 잡힌 태닌도 있다. 만딜라리보다 훨씬 더 속이 꽉 찬 태닌이다. 이것은 전통적 방식으로 숙성한 피에몬트 레드 와인(우연인지 이 포도원 소유주 니콜라스 둘루파키스는 알바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과 비슷하다. 달콤하고 이국적인 붉은 과일 향이 강하여 마음을 사로잡는 풍미가 이 와인을 다프네스 지역의 본보기 같은 와인으로 만들어준다. 92

밀라라키스 에스테이트, 페자 2010
페자는 이 섬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지역명이고, 이 잘 숙성된 코트시팔리 80퍼센트, 만틸라리 20퍼센트 블렌딩 와인은 그 지역의 와인 품질을 가늠케 해준다. 균형 잡히고, 활기 넘치고 순수하면서 야생 자두와 크랜베리 과일 향을 느낄 수 있다. 가볍고 신선하지만(12.8%) 끝에는 복합성도 느껴진다. 89

모나스터리 오브 토플루, 리아티코-만딜라리 2013
건조하고 바람 많은 시티아 아래쪽의 편암 지대에서 자라 마놀리스 스타필라키스의 숙련된 솜씨로 와인으로 만들어진 이 80퍼센트 리아티코와 20퍼센트 만딜라리 블렌딩 와인은 매력적이고 독특하여 매우 만족스럽고 스타일이 이탈리아 와인과 비슷하다. 달콤한 사과와 달콤한 버섯 향에다가 견과류 향에 꽉 찬 태닌, 낮은 산도가 혀에서 느껴지고, 드라이 와인임에도 버섯과 가을 낙엽, 거의 꿀에 절인 듯한 붉은 과일마저 맛볼 수 있다. 92

CREDIT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6.03.14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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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로 Decanter Magazine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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