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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와인과 돈

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와인과 돈

Decanter Column 2018년 9월 24일

‘8월의 에세이’ 시리즈의 두 번째 편에서 앤드루 제퍼드가 돈에 의한 “와인의 오염”을 생각해본다.

접근 불가라고? 앤드루 제퍼드가 최근 몇십 년 동안 고급 와인 가격의 폭등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본다. / 사진 제공: I. 글로리/알라미

와인의 가장 큰 오염원(이산화황보다 훨씬 심하다)은 바로 돈이다. 달리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오염은 계속해서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슬프게도 좋은 와인일수록 더 많은 돈이 들어가 있다. 고급 와인은 이제 돈으로 가득 차 찰랑찰랑 넘칠 지경이다.

사실 와인에는 많은 고된 노동과 행운이 담겨 있다.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은 진실하고 때로는 이타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와인은 유일무이한 감각적 특징을 지닌 아름다운 알코올음료다.

그런데 그보다도 고급 와인은 50파운드짜리, 50유로짜리, 50달러짜리 지폐로 그득하게 채워져 있다. “최고 와인”을 인기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돈이다. 그런 와인을 사는 사람들 중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그러한 현상을 부풀리는데, 그것은 와인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투자의 일환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들인 와인을 마시는 소수의 사람들도 코르크 마개를 여는 것은 주로 그 안의 돈맛을 보기 위해서다. 소셜 미디어의 발전 덕분에 주변 사람들은 이제 그들이 돈을 홀짝홀짝 마시는 것을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지위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아주 스타일리시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와인 비평가와 와인 전문 작가들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그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와인에 가장 열띤 칭찬을 퍼붓고 어마어마한 점수를 매긴다. 그리고 둘째로는 그 놀라운 가격이 부수적인 것이거나 아주 사소한 것인 양 글을 쓴다.

나 역시 그런 죄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직업윤리에 따라 와인 생산자의 노동에, 토양과 빈티지의 특성에, 향기와 풍미의 디테일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들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마땅한 아름답고도 고귀한 진실이자 우리의 독자와 고용주들이 요구하는 정보들이다. 독자의 재력을 지레짐작하는 것은 주제넘은 동시에 그들을 깔보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값비싼 와인을 그 가격만으로 역차별하는 것 역시 심한 속물근성일 수 있다.

그래도 한계는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인 미국의 중간 소득은 2017년 현재 정규직의 경우 주당 $865달러다. 매주 버는 돈으로 집세, 교통비, 육아, 식료품, 피복, 건강보험, 그 외에 꼭 필요한 비용들을 지출하고 나면 한 병에 250달러는 고사하고 100달러나 50달러짜리 와인을 사기에도 버거울 것이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가처분소득은 그보다도 적다. 새롭게 부상하는 소비 국가(인도나 브라질)의 과세 체계는 와인에 엄두도 못 낼 만큼 높은 세금을 매기게 되어 있어 평범한 애주가와 고급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경제적인 간극을 더욱 악화시킨다.

와인 전문 작가들(부유한 소수를 제외하고)은 각자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대단치 않은 보수를 받는 전문 언론인들이다 보니 이들이 주로 다루는 흥미롭고 복합적인 와인들을 편히 즐기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끝난 일이다. (한 번이라도 즐겨본 적이 있다면 말이다) 테이스팅에서 훌륭한 와인을 잠깐 만날 수는 있어도 그것들을 소유하거나, 마시거나, 부유한 와인 애호가들처럼 그 와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안정적인 관계를 다지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와인 작가들은 운이 좋으면 자신이 절대 속할 수 없는 화려한 세상의 외부 관찰자가 될 수 있고(물론 대단한 통찰은 생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 또한 영예다) 최악의 경우에는 와인을 생산하는 왕과 여왕들과 돈 많은 전 세계 부호들 사이에서 화려한 형용사를 저글링하는 왕실 광대 노릇에 그치고 만다.

2015년 미국의 와인 평균 가격은 병당 8.98달러였고 2017년 영국은 5.56파운드였다는 걸 잘 안다. 존재하는 알코올음료 중에서 가장 싼 것은 아니기에 길에서 흔히 마시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못 댈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와인은 대규모 공장식 와이너리나 사회 변화 및 지역 경기 침체에 맞서 사업을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협동조합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흥미로울 수는 있어도 대단한 글이 나오기는 힘들다. 코빈주의(영국 노동당 당수 제러미 코빈의 사상-옮긴이)식 와인 글에 대단한 장점은 없기 때문이다. 크리스찬 무엑스나 안젤로 가야와 한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 더 좋은 글의 소재나 와인을 향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매출 잠재력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야심을 갖춘 꽤 적절한 가격의 와인 시장도 거대하다. 중산층 독자들이 최소한 가끔씩 한 번 살 수 있고 와인 전문 작가들이 꽤 열정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20-25파운드짜리 와인 말이다.

그런데 이런 시장에서도 돈은 오염원으로 작용한다. 그런 와인이 “발견”되어 시장의 칭송을 받으면(예를 들어 프랑수아 코타의 상세르처럼) 가격이 금세 50파운드/65달러로 치솟으며 더 이상 손쉽게 접근할 수 없는 값비싸고 특별한 술이 되어버린다. 지극히 겸손한 코타가 그런 대접을 받는 것에 대해 불만은 딱히 없지만 그가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기분만은 떨칠 수가 없다. 그 와인을 가장 소비하는 사람들이 바로 중산층이니 말이다.

대안적인 시나리오가 있다면 바로 와인 생산자들이 그 많은 노력과 자원을 훌륭한 와인을 만드는 데 쏟는 것이다. 하지만 와인 업계가 극복하기 힘든 편견에 사로잡혀 있거나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테루아를 갖추지 못한 곳의 경우에는 그러한 노력이 보상을 받지 못하고 결국에는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와인 세상은 승자 독식의 세계다.

“원래 처음부터 다들 그랬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주고 싶다. 내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구입한 와인은 피숑 라랑드 1982였는데, 1984년 당시의 최종 가격은 병당 9파운드, 2017년의 가치로 환산해보면 30.19파운드다. 앙젤뤼스 89년산은 1995년 5월에 26.16파운드(2017년 가격으로 치면 47.79파운드), 샤브의 에르미타주 블랑 1990은 같은 해 24.24(2017년 가격 44.29파운드)에 샀다. 이 와인들의 2015 빈티지는 현재 각각 120, 290, 190파운드다. 특별한 가격이라고 여겼던 것이 이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가격이 되었다. 이제 이 와인들은 성층권 어딘가에 걸려 있다. 돈의 오염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와인에서는 돈이 전부인가? 당연히 아니다. 와인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는 정서적 방식 중 하나이고, 일상에서 위안을 주는 훌륭한 원천이다. 사려 깊은 애주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조건만 잘 맞는다면 병당 10파운드짜리 병에서도 위안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와인의 더 광범위한 문화 – 복합성과 깊이, 미묘함이 다채롭게 어우러진 풍경 – 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그 중 상당 부분이 이미 돈에 의해 불타버렸고, 돈이 와인의 판단 잣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영영 손에 닿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와인의 돈 오염은 또 다른 통탄할 문제로 이어진다. 값이 비싸다는 것은 곧 고급 와인을 하나의 의식처럼, 숭배해야 할 대상처럼 맛보게 된다는 뜻이다. 와인이 “비현실”이 되었다. 이제 와인을 맛보는 것은 즐거운 열린 경험이 아니다. 사람을 놀라게 하고, 통찰을 주고, 가르침을 주는 와인의 능력은 뒤엎어지고 축소되었다. 이런 면에서 돈에 의한 와인의 오염은 세계의 훌륭한 와인들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고 있다.

해결책은 없다. 이것은 모두가 걱정해야 할 문제다.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8.08.13
  • 원문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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