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제퍼드가 몬탈치노가 직면한 과제들을 살펴본다.
“예전에는 정말 비참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에 비하면 이젠 귀족이죠.” 최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방문했을 때 처음 들은 말이었다. 내게 그런 말을 한 건 포도 재배자가 아니라 인구 6,000명이 조금 안 되는 이 작은 마을에 오래전부터 살고 있던 몬탈치노 사람 알레산드로 피에란졸리였다. 피에란졸리 가문은 오랫동안 비온디 산티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수확의 일부를 받거나 셀러에서 일꾼으로 일했다. 현재 알레산드로와 그의 아내는 와인숍과 젤라토 가게를 운영하며 여름이면 관광객들을 와이너리로 태워다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제는 잘살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변화가 일어난 건 20세기 마지막 분기였다. “역사적으로 교황을 만나러 온 사람들은 항상 몬탈치노를 거쳤습니다.” 포데레 레 리피의 세바스티안 나젤로가 말했다. 피렌체와 시에나에서 로마로 이어져 있던 예전 도로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가 생겨나면서 우리는 가난해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는 아무도 이곳에 투자하지 않았지요.” 이탈리아에 남북으로 난 주요 고속도로인 A1은 1956년부터 1964년 사이에 만들어졌고, 요새처럼 지어져 있던 언덕 꼭대기의 몬탈치노를 빙 돌아 지나갔다. 그 지역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마을은 본래 지니고 있던 농업 자원에 다시 주력했다. 와인뿐 아니라 임업, 올리브 오일, 벌꿀, 그리고 스펠트라는 이름의 유서 깊은 밀 품종을 재배하는 일이었다.
이 마을은 1966년에 이미 DOC를 지정받았으나 국제적인 명성이 뒤따른 것은 그 후 꽤 세월이 지나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앨런 시셸의 1973년판 『펭귄 북 오브 와인스(The Penguin Book of Wines)』에는 키안티와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는 언급되어 있지만 몬탈치노라는 이름이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기반을 닦은 건 19세기 비온디 산티와 콜롬비니(파토리아 데이 바르비) 가문들이었다. 해외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더라도 이탈리아의 가장 훌륭한 레드 와인 중 하나로 브루넬로를 포지셔닝한 것은 대단한 야심과 품질 개선 작업이 핵심이 되었다. 반면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에 현대적 추진력이 생겨난 것은 1977년 미국인 마리아니 형제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반피에 나타났을 때였다. 그리고 1985년에 혹독한 서리가 올리브를 죄다 얼어 죽이면서 많은 올리브 과수원에 포도가 심어지면서부터다.
이런 역사를 언급한 것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가 다른 위대한 B로 시작하는 와인들 – 보르도, 부르고뉴,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 에 대적할 만한 국제적으로 유명하고 수집할 만한 고급 와인으로 자리 잡은 것이 비교적 최근의 현상임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볼게리의 등장은 이보다도 더 최근의 일이다.) 앞으로도 많은 발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내년 5월 「디캔터」 지에서 특집 기사로 다룰 예정인데 그 전에 브루넬로가 고급 와인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정하기까지 직면한 도전 과제 몇 가지를 간략히 제시하고자 한다.
한 가지 과제는 바로 지역 자체를 제대로 설명하고 보여주는 것이다. 이론상으로 브루넬로는 복잡한 키안티와 비교했을 때 최소한 이해하기는 쉽다고 알려져 있다. 대충 사각형 모양의 일원화된 하나의 지역으로서 시에나 남쪽에 위치하고, 키안티보다는 바다에 더 가깝다. 하지만 이 단순성 때문에 더 흥미롭고 복잡 미묘한 내용들이 가려지기 일쑤다.
몬탈치노는 면적 31,200헥타르의 커다란 단일 지역인데 포도 재배 지역은 그중 12%를 넘지 않아 총 3,500헥타르 정도다. 그리고 이곳은 네 가지 서로 다른 와인의 생산 지구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DOCG, 로소 디 몬탈치노 DOC, 산탄티모 DOC, 거의 사용되지 않는 모스카델로 스위트 화이트 와인(이 지역 고유 모스카토 포도 기반)이 이에 해당된다. 그것 외에도 몬탈치노 코뮌 안에서 재배한 열매로는 IGT 토스카나도 만들 수 있다. 또한 드물긴 하지만 생산자가 원하는 경우 키안티와 키안티 콜리 세네시도 만들 수 있다.
몬탈치노에서 모스카델로 재배 면적은 60헥타르뿐이고, 레드와 화이트 국제 품종과 빈 산토에 모두 쓰일 수 있는 자유로운 DOC 산탄티모도 480헥타르에 불과하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DOCG는 현재 2,100헥타르를 허가받았다. 로소 디 몬탈치노는 같은 포도밭에서 다른 수확량 기준으로 거둬들여 역시 다른 숙성 과정을 거친 와인에 적용된다. 그런데 몬탈치노 코뮌에는 로소로만 분류되고 브루넬로로는 만들어지지 않는 “2차” 포도밭 510헥타르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기 바란다. 로소 디 몬탈치노에 사용되는 면적은 전반적인 레드 와인 수확의 품질에 따라 매년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로소의 생산량이 브루넬로의 절반 정도(900만 병 대 450만 병)로 보면 된다. 그리고 350헥타르 정도가 IGT 토스카나와 키안티 데노미나치오니(주로 토스카나)에 쓰인다.
브루넬로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지역 지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도는 『월드 아틀라스 오브 와인(The World Atlas of Wine)』에 기재되어 있는 것인데 그 축척이 비교적 작고 오늘날의 주요 포도원 중 상당수가 빠져 있다. 조합에서 만든 지도는 이 지역 포도원들의 위치 등은 표시되어 있지만 지형이 뭉뚱그려져 있고 각 포도원 표시가 복잡하고 많아 알아보기 힘들다. 케린 오키프의 유용하고도 철저히 조사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에도 지도들이 들어있지만 등고선도 없이 기본적인 것들만 표시되어 있고, 내가 가진 책은 북부 몬탈치노와 남부 몬탈치노 지도가 엉뚱한 곳에 있다. 언젠가 지도 제작자 알레산드로 마스나게티가 몬탈치노 지도 제작에 뛰어들었으면 하는 아주 간절한 바람이 있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와인 애호가와 그 지역 모두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와인 애호가들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리라 본다. 하위 지구나 크뤼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공식적인 계획은 없지만 향후 20년 동안 이것이 브루넬로의 주된 토론 주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이 지역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들도 끊임없이 그렇게 말한다. 아직 공식적인 프로젝트는 없으나 이곳 조합에서 지난 2012년 토양 연구를 의뢰하여 이곳을 네 개 하위 그룹으로 나눈 것을 알고 있다. 갈레스트로(잘 부서지는 석회 점토)로 이루어진 북서부 구획, 더 무거운 점토로 구성된 북동부 구획, 석회암과 사암으로 이루어진 남동부 구획, 모래가 많은 해성층의 남서부 구획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생산자들이 이미 토포니미(toponimi)(토지 대장에 나온 지역 이름을 뜻한다)를 가지고 와인에 라벨을 붙이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그렇게 할 것이다. 비온디 산티조차 제품군을 재조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로서는 포도나무 수령이 아니라 출처가 되는 포도밭을 반영할 것이다. 보르도를 제외하고 다른 B로 시작하는 지역 모두 이미 오래전부터 부르고뉴에서 해온 대로 앞으로는 더 세부적으로 구획이 나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위 구역 세분화는 몬탈치노의 여러 지구 포도밭에서 난 열매를 계속해서 블렌딩하고자 하는 생산자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시로 파센티의 잔카를로 파센티도 이렇게 말했다. “저는 구획 세분화를 전혀 반대하지 않습니다. 여러 지구를 상호보완적으로 블렌딩하면 더 복합적인 와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모든 하위 지역은 그 나름의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고 이것들은 분명 이해할 가치가 있습니다.”
미래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에는 몬탈치노 와인의 여러 가지 숙성 시스템이 있다. 로소 디 몬탈치노의 실적에 모두가 행복해한다. 1984년에 DOC가 된 것이 신의 한 수였다는 사실을 간과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 와인처럼 덜 숙성된 상태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와인의 경우에 말이다.
로소는 최소한 네 가지 목적을 수행한다. 첫째, 포도밭의 위치가 덜 좋거나 어린 포도나무를 사용한 와인을 잘 활용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둘째, 브루넬로에 있어 일종의 세컨드 와인처럼 작용한다. 특히 수확이 안 좋았던 해에 더욱 그렇다. 셋째, 와인 초보나 예산이 부족한 소비자들에게 이 독특한 토스카나 지구에서 자란 순수한 산지오베제를 맛보는 기쁨을 안겨준다. 그리고 넷째, 브루넬로 생산 규정에 따라 숙성을 시키는 기간(언제든 셀러에 최소한 다섯 개 빈티지가 저장되어 있어야 한다) 동안 생산자에게 최소한의 수익을 제공한다.
리세르바는 또 다른 문제다. 현재 브루넬로 중에서 오직 7%만이 1년 추가 숙성을 필요로 하는 리세르바로 분류, 판매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생산자 중 절반 이상이 리세르바를 전혀 만들지 않는다. 일부 소수의 생산자는 시간을 거스르는, 거의 전설적인 리세르바 와인 문화를 보유하고 있지만(비온디 산티는 1888년부터 단 38종의 리세르바 와인을 생산했다) 많은 생산자들에 있어 최고의 결과물은 브루넬로 그 자체다. 브루넬로가 바로 “그랑 뱅”이고 리세르바는 부차적인 존재, 나중에 생각나서 한번 만들어 보는 것 정도에 그친다. 실제로도 비평가와 소비자가 6년 이상 된 리세르바보다 5년 된 브루넬로를 선호하는 것은 드문 경우가 아니다. 리세르바 와인이 조금 드라이하고, 딱딱하고, 지적이며, 풍성함과 과일의 구조가 부족하다는 평을 듣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직관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지역 조합 부회장이자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의 스테파노 치넬리 콜로비니는 리세르바 와인을 지금보다 더 오래 숙성시켜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테면 숙성 8년 정도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나무 숙성 브루넬로와 대응을 이룰 선별적인 셀러 숙성 와인으로서,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브루넬로의 대안이 될 “슈퍼 프리미엄” 와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당신네 와인은 고급 와인으로 자리매김 하기엔 가격이 낮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이런 소비자들이 보기에는 이미지에 문제가 있지요.” 또 다른 가능성은 리세르바 대신 테이스팅을 바탕으로 와인의 계층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키안티의 그란 셀레찌오네 시스템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히트를 쳤다는 사실을 몬탈치노에서 놓쳤을 리가 없다.
아무도 제안하지 않는 한 가지 방안이 있다면 바로 로소 디 몬탈치노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혹은 리세르바에 산지오베제 이외의 다른 품종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2008년 브루넬로게이트 추문 이후 이 지역이 산지오베제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되었고, 이제 브루넬로가 세계적으로 산지오베제로 만든 대표적인 와인으로 알려졌다는 사실도 큰 장점이긴 하다. (물론 키안티 클라시코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포함해 최대 20%까지 다른 품종들을 함유할 수 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지구들에 다른 품종이 침입하는 것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조금이나마 바뀌었다. 그래서 그런 품종들이 산탄티모에는 허용되지만 이 DOC는 아직 고전 중이다.
내년 5월에 「디캔터」 지를 통해 몬탈치노에 대해 더욱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다양한 최근의 훌륭한 와인들에 대한 테이스팅 노트와 브루넬로가 제공하는 독특한 향기와 풍미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될 터이니 기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