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앤슨은 로마의 한 17세기 성에서 44개 빈티지의 사시카이아를 맛본 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녀가 그 보고서와 함께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와인에 대해 전한다.
감각 과부하가 다가온다. 로마의 피아자 나보나 분수를 내려다보는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17세기 성에서 프레스코화가 그려진 천장 아래 앉아 토스카나의 사시카이아 44개 빈티지를 맛보는 경험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은 이것이 아닐까.
솔직히 말해 사시카이아는 로마의 웅장함을 굳이 동반하지 않더라도 꽤 많은 감정을 자아내는 와인이다.
테누타 산 구이도의 디렉터 카를로 파올로는 그것을 “지난 50년 동안 와인 생산 국가로서 이탈리아의 업적 중 최고”라고 설명했다.
이 의미를 이해하려면 먼저 슈퍼 투스칸이라고 알려진 최초의 와인이 탄생했던 역사적인 1968의 이탈리아 와인 업계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당시 이탈리아 와인은 거의 모두 해당 지역에서 소비되거나 유럽 다른 국가로 대량 수출되어 몸집을 부풀릴 필요가 있는 허약한 와인들에 블렌딩 되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DOC 등급은 1963년에야 비로소 만들어졌다. (스페인의 경우 리오하에 첫 번째 DOC가 매겨졌던 시기가 1925년이니 한번 비교해보라.) 토스카나의 키안티 지역은 수 세기에 걸친 풍부한 와인 역사를 반영해 1967년에 DOC 등급을 얻었다.
그런데 동시에 아무 혈통도 없는 와인이, 와인 양조에 있어 그다지 흥미로워 보이지도 않았던 토스카나의 일부 지역에서 만든 와인이 등장을 예고했다.
볼게리 사시카이아는 토스카나 해안 지역에 보르도 품종을 가지고 왔던 마리오 인치사 델라 로케타 후작의 어떤 직감에서부터 탄생했다.
그것은 1948년부터 1967년까지 해당 사유지에서만 만들어지다가 안티노리 가문과 양조학자 자코모 타키스가 관여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리하여 1968년 빈티지가 일반에 공개된 최초의 사시카이아가 되었다.
이 와인의 성공은 결국 그것만의 등급인 IGT(Indicazione Geografic Tipica)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이것은 오늘날 2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와인에 적용되어 있다. 또한, 볼게리 DOC도 만들어져 1994년에 250헥타르에 불과했던 이 지역은 2013년에 볼게리 사시카이아 DOC까지 하위 지역으로 둔 1,200헥타르로 확장되었다.
이탈리안 와인 가이드 감베로 로소가 조직한 이번 버티컬 테이스팅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았던 두 해(1973년과 1969년)만 제외하고 최초의 빈티지부터 시작해 모든 와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중 상당수는 이 가문의 개인 셀러에서 나온 것이었고 – 소유주인 프리실라 인치사 델라 로케타도 우리와 함께 했다 – 오래된 일부 와인의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남은 것들도 있었다.
어린 빈티지도 토스카나의 태양 같은 충만함과 관대함의 기미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 정도야 당연히 느꼈다.
보르도 품종일지는 몰라도 이것을 생 줄리앙 와인이라고 착각할 일은 절대 없다. 또한 사시카이아에 접근할 때에는 전형적인 토스카나 와인을 잊어야 한다. 이 작은 땅덩이에는 균형을 가져다주는 바다의 영향력(분명 더 따뜻하지만 메독과는 여전히 비슷한 바닷바람)이 존재한다.
사유지 전체 2,000헥타르 중, 포도원 자체의 면적은 90헥타르 정도이고 포도나무는 연속적으로 이어진 구획이 아니라 포도 재배에 가장 적합한 네 곳에 떨어져 심겨 있다.
그리고 훌륭한 메독의 포도원들과 마찬가지로 사시카이아가 훌륭한 것은 아주 작은 퀴베가 아니라 오랫동안 대량의 와인을 생산하며 페이스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평균 생산량은 연간 22만 병에 달한다. 즉, 와인 살 돈을 가진 와인 애호가라면 거의 누구든 이것을 한 병씩 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라피트와 라투르, 혹은 이와 비슷한 와인과 차이점이 있다면 사시카이아는 이탈리아를 가장 큰 시장으로 지켜왔다는 것이고, 이것은 자부심을 가져 마땅하다.
또 확실한 것은 사시카이아가 훌륭한 와인의 전형적인 특징을 아주 많이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균형감, 긴 수명, 그리고 마실 때마다 새로운 것을 가져다주는, 잔 속에서 변화하고 진화할 수 있는 능력처럼 말이다. 놀라울 정도로 타닌이 매끄러워 숙성되지 않은 어린 와인조차도 부드럽고 섬세하다는 점 또한 언급할 가치가 있다.
이 많은 빈티지를 맛보고 나니 이 정도로 부드러운 존재감을 뽐내는 다른 유럽의 카베르네 기반 와인을 떠올리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침전물이 조금이라도 생기기 전까지 20년은 족히 걸린다.
특히 마지막 10년은 사시카이아에 쏟았던 그들의 신념이 제대로 보상을 받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와인들은 복합성과 간결함, 조화를 잘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점심시간에는 엄청난 풀바디에 오크 향이 아주 강한 토스카나 와인도 마셨는데, 나는 한 모금 마시고 바로 잔을 내려놓았다.
테누타 산 구이도, 사시카이아, 볼게리 토스카나 2010
Tenuta San Guido, Sassicaia, Bolgheri, Tuscany 2010
색상이 매우 진하고 매끄러운 이 와인은 과도하거나 충동적인 것 하나 없이 매우 주의 깊게 색상이 추출되었음을 알려준다. 6년이 된 이 와인은 어린 와인 시기를 막 지나 이제 향이 점차 열리기 시작했다. 살짝 이국적이지만 절제된 느낌이 있고, 가죽, 나무연기, 덤불의 아름다운 향에 여전히 가을 과일 아로마가 자극적이다. 10월의 낙엽을 밟으며 걷고 있지만 봄의 기운이 느껴지고, 세이지와 로즈메리 향이 올라온다. 여운에서 함께 느껴지는 가벼움은 놀랍지만 숨겨진 힘을 보여주는 일관성 역시 대단하다. 앞으로도 숙성 가능성은 아주 길다. 카베르네 소비뇽 85퍼센트, 카베르네 프랑 15퍼센트로 이루어져 있으며, 알코올 도수는 13.5도다. 점수 100점 만점에 96점.
테누타 산 구이도, 사시카이아, 볼게리, 토스카나 2001
Tenuta San Guido, Sassicaia, Bolgheri, Tuscany 2001
2002 빈티지보다 확실히 더 강하고 색상도 진하다. 향이 매우 향기로워 따끈한 스파이스와 함께 합쳐지는, 오래된 카베르네 소비뇽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타닌의 힘이 서서히 강해질 즈음 풍미는 부드럽게 시작되다가 팽팽해진다. 가죽 향이 분명 있지만 가죽 글러브 같은 향이 아니라 산뜻하고 깨끗한 향이다. 쾌락주의와 낙천주의로 가득한 강력한 와인이다. 과일 풍미는 야생 딸기와 라즈베리 쿨리, 이국적인 계피가 느껴지지만 여운에서 느껴지는 짭짤한 맛 덕분에 과도하지 않다. 여전히 어린 훌륭한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 85퍼센트, 카베르네 프랑 15퍼센트, 알코올 도수는 13.5도다. 99점.
테누타 산 구이도, 사시카이아, 볼게리 토스카나 1996
Tenuta San Guido, Sassicaia, Bolgheri, Tuscany 1996
지금 느껴지는 타닌의 얼얼함을 사랑한다. 장미와 레드커런트 잎, 부드러운 화이트 트러플, 아름다운 담뱃잎 향과 함께 꽃향기가 매우 고조되어 있다. 놀라울 만큼 명쾌하면서도 남성적이지만 여자를 위해 문을 열어줄 줄 아는 신사라고 할 수 있다. 계속해서 풍부하게 피어나는 향기 때문에 잠시 멈추어 향을 맡아야 한다. 마치 거대한 도서관 안의 비밀 통로에서 그 건물의 역사를 느끼는 기분이다. 그 오랜 세월의 증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훌륭한 와인을 마시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깨닫고 기쁨에 미소를 짓게 하는 아름다운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 85퍼센트, 카베르네 프랑 15퍼센트, 알코올 도수는 13.5도다. 98점.
테누타 산 구이도, 사시카이아, 볼게리 토스카나 1985
Tenuta San Guido, Sassicaia, Bolgheri, Tuscany 1985
와, 이 와인은 말 그대로 와인 잔 밖으로 튀어나오며 다른 와인들을 압도했다. 검은 올리브타프나드, 짭짤한 안초비, 로즈메리, 세이지에 검은 체리와 레드커런트 열매가 느껴진다. 사시카이아의 생명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산증인이다. 가능하다면 이 와인은 꼭 마셔보기 바란다. 여전히 느껴지는 타닌은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하려 애쓰지 않고, 그저 과일 풍미가 지나치게 두드러지지 않도록 간수하는 역할을 한다. 겨울이 매우 추워 토스카나의 올리브 나무 중 80퍼센트가 얼어 죽었던 아주 특이한 해에 생산된 와인이다. 길고 해가 강하며 건조했던 여름뿐 아니라 혹독한 겨울이 가져온 낮은 생산량 덕을 본 것이 분명하다. 이 와인의 가치를 입증하고도 남는 상징적인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 85퍼센트, 카베르네 프랑 15퍼센트, 알코올 도수는 13.5도다. 100점.
작성자
Jane Anson
번역자
Sehee Koo
작성일자
2016.11.24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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