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앤슨이 스페인 국경 근처 프랑스 남부의 작은 지역에 오래전부터 숨겨져 있던 보석에 대해 알아본다.
찾아내는 것부터 일종의 도전과도 같은 한 마을에서 희귀 포도 품종 축제를 여는 건 어딘가 시적인 면이 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는 표현은 트리야의 위치를 말하는 데 부족하다. 이곳은 루시용의 페누이예드 지역에 있는 아글리 계곡에서도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로 해발 450미터에 가깝다.
그곳까지 올라가기는 꽤 힘들다. 솜털이 곤두설 정도로 바람이 심한 길을 따라 험준한 언덕을 올라가다 보면 야생의 풍경이 펼쳐진다. 물론 알려지지 않은 와인 생산지는 아니다. 넓게 보자면 이 지역은 도멘 마타사, 클로 드 룸, 도멘 고비, 도멘 드 라글리, 라 술라처럼 프랑스 남부에서 가장 잘 알려진 브랜드의 고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트리야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주민은 65명뿐이고(그들의 국적은 무려 7가지나 된다) 그곳에 있는 주택 중 절반 이상이 일반 가정집이 아니라 별장이다.
가장 가까운 빵집도 차로 20분 거리에 있고, 유일한 상점은 문을 여는 시간마저 일정치 않은 아주 조그만 바뿐이다. 사방을 둘러싼 언덕 너머로 지는 석양은 볼 때마다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긴 하지만 이곳은 용기가 없는 사람이나 남들과 어울리는 것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살 곳이 못된다.
그러나 트리야는 루시용의 보물을 보호하는 데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65명의 주민들 중 한 명인 앙드레 도미네는 기자이자 작가로 원래는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으나 모젤 출신 아내와 함께 1981년부터 이곳에 살고 있다. 도미네는 처음 소설가로 출발해서 프랑스 와인과 요리에 관한 수십 권을 책을 펴냈으며, 그중에는 장장 900쪽이나 되어 전 세계에 17개 언어로 번역된 그 대단한 『와인(Wine)』도 있다. 현재 그는 프랑스에서 가장 독특한 와인 축제를 운영하고 있다.
“루시용 지역은 프랑스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오래된 포도나무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 스위트 와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그것을 생산하던 포도원 중 다수가 버려졌거나 시라처럼 조금 더 유행에 걸맞은 포도를 생산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죠.”이미 오래전에 문을 닫고 지금은 개인 주택으로 바뀐 이 마을의 전 와인 협동조합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그가 내게 들려준 말이다.
그는 이 지역 고유 품종을 잃어버린 것은 끔찍한 개발 계획에 맞먹는 수준의 자연 유산 파괴라고 본다.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글을 통해, 테이스팅을 통해, 2011년부터는 ‘라 페트 데 비유 세파주(La Fête des Vieux Cépages)’를 통해 이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거의 모든 시간을 투자해왔다.
프랑스의 다른 많은 작은 마을들처럼 이곳 사람들 역시 축제를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여긴다. 트리야는 한때 록 음악 축제도 벌였었는데 전 주민이 거의 은퇴한 노인인 마을에서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그것을 이 지역 고유의 품종을 주제로 한 와인 축제로 바꾸자는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하고 그 조직을 도미네에게 맡긴 것은 바로 그 지역 시장이었다.
이 축제에서는 그르나슈 누아, 레도네르 펠뤼(Lledoner Pelut), 리베이렝(Ribeyrenc), 외이야드(Oeillade), 뮈스카 드 리베살트(Muscat de Rivesaltes) 같은 품종들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도미네를 만난 것이 리오하의 한 학회에서 스페인의 잊힌 테루아를 옹호하던 때였으니, 매년 다른 지역의 생산자들이 트리야 축제에 초대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2015년에는 알자스에서 마르셀 데이스, 올여름에는 프리오라트의 마스덴 길에서 마르타 로비라 카르보넬이 초청되었다.
“루시용에서만도 선보일 수 있는 이 지역 품종이 수십 가지나 됩니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모방되고 있어요. 기후 변화의 시대에 토착 식물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산도가 높다고 1960년대에 홀대받던 이 지역 품종들이 지금은 바로 그 특징 때문에 다른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버려진 포도밭을 복구하거나 기존 포도밭에 전통 품종을 다시 심는 젊은 와인메이커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이게 바로 우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분야입니다.” 도미네의 말이다.
도멘 피에르 가일라르 AOP 바니율 오르 다주 솔레라 (Domaine Pierre Gaillard AOP Banyuls Hors d’Age Solera)
피에르 가일라르는 이 지역에 세 곳의 포도원을 가지고 있다. 말레발의 클로 드 쿠미나유, 반율-쉬르-메르의 도멘 마델록, 그리고 포게르의 코트브륀이다. 이 놀라운 반율은 편암 토양에서 자란 90% 그르나슈 누아, 10% 그르나슈 그리로 이루어져 있고, 200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빈티지 별로 솔레라 방식으로 숙성시켰다. 아로마가 놀랍도록 풍부하여 구운 캐러멜부터 사프란까지 매우 다양한 향을 풍긴다.
도멘 고비 비에이으 비뉴, 코트 카탈란 2013 (Domaine Gauby Vieilles Vignes, Cotes Catalanes 2013)
프랑스 남부의 유명 와이너리 중 한 곳의 이 화이트 와인은 마카베우, 그르나슈 블랑, 카리냥 블랑, 그르나슈 그리, 샤르도네가 블렌딩 되어 있고, 포도나무는 수령이 30년부터 100년 이상 된 것도 있다. 여과와 청징을 전혀 하지 않고 병입하여 바디가 매우 풍부하며, 경쾌한 산도와 함께 인동덩굴과 귤 향을 느낄 수 있다.
르 클로 드 그라비야, 아 플뢰르 드 포 2016 (Le Clos de Gravillas, A Fleur de Peau 2016)
뮈스카 포도를 마세라시옹하여 만든 오렌지 와인으로 마멀레이드, 아몬드, 짭짤한 복숭아 풍미가 매우 풍부하다. 20년 전에 미네르부아로 이주한 프랑스계 미국인 부부 니콜과 존 보야노스키가 최소한의 이산화황만 첨가하여 유기농으로 만든 와인이다.
도멘 티에리 나바르 2016 뱅 되이야드 (Domaine Thierry Navarre 2016 Vin d’Oeillades)
외이야드 포도는 생소의 사촌 격이라 할 수 있는데 이곳의 편암 비탈에서 자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탄력 있고 과일 향 강한 와인을 만들어냈다. 티에리 나바르는 잊힌 품종을 되살리는 일에서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현재 그는 생 시니앙에 있는 자신의 밭에서 15가지가 넘는 품종을 되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11.5도에 타닌이 낮고 가벼운, 더 마시고 싶은 와인이다.
도멘 바케르 블랑 드 블랑 트라디시옹 1985 (Domaine Vaquer Blanc de Blancs Tradition 1985)
이 짭짤한 맛이 감도는 화이트 와인으로 저녁 식사를 마무리했는데, 35년이 다 되어가는 이 와인이 여전히 신선하고 향기로우며 놀라울 만큼 군침이 돌게 했다. 살짝 산화된 향에 인동덩굴과 말린 살구 풍미가 계속해서 펼쳐진다. 한 마디로 놀랍다.
작성자
Jane Anson
번역자
Sehee Koo
작성일자
2017.8.17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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