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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포도밭의 극한 날씨

이탈리아 포도밭의 극한 날씨

Olivia Cho 2023년 8월 22일

디캔터는 최근 폭염과 폭풍이 이탈리아의 포도밭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와인 생산자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2023년 7월 24일, 가르다 호수를 덮친 전기 폭풍 / 사진: James Button / Decanter

2023년 현재까지 이탈리아의 여러 지역 및 유럽 곳곳에서 심각한 폭풍, 폭염, 산불, 홍수가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기후 변화가 포도밭에 가져다줄 영향에 대한 와인 생산자들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Coldiretti 농업 조합은 기후 변화로 인한 최근 폭풍 및 폭염을 언급하며 2023년 이탈리아의 와인 수확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의 극한 날씨: 일상이 되나?
북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두 개의 저기압 – 첫 번째는 ‘케르베로스(Cerberus)’, 두 번째는 ‘카론(Charon)’ – 으로 인해 6월과 7월에 남부 유럽 전역의 기온이 치솟았고, 지속적인 열돔(heat dome)에 갇히게 됐다.

코페르니쿠스(Copernicus) 기후 변화 서비스에 의하면 그리스, 스페인 동부, 사르데냐, 시칠리아, 이탈리아 남부의 일부 지역은 45°C가 넘는 기온을 기록했다.

7월 24일 사르데냐의 한 기상 관측소에서는 48.2°C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1년 시칠리아의 시라큐스(Syracuse)에서 역대급으로 기록된 48.8°C에 근접한 수치이다.

Antonio Guterres 유엔(UN)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지구가 끓어오르는 시대(global boiling)가 도래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탈리아에서는 가뭄과 홍수 역시 더 잦아졌다. 2017년 빈티지는 이탈리아 전역이 고온 건조한 날씨로 악명이 높았으며, 지난 여름에는 이탈리아 역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2023년 봄, 홍수로 인해 이탈리아 일부 지역, 특히 에밀리아 로마냐는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이 단 36시간 만에 쏟아진 것으로 보고될 정도로 황폐해졌다.

홍수 피해를 입은 에밀리아 로마냐에 위치한 Bagnacavallo 포도밭 / 사진: Francesca Volpi / Bloomber via Getty Images

이탈리아 북부를 강타한 폭풍
더 최근에는 7월에 이탈리아 북부를 휩쓸고 지나간 폭풍이 있었다.

7월 24일 트렌티노 알토 아디제에서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폭풍우가 가르다 호수를 뒤덮었으며 다음 날까지도 천둥이 울려 퍼졌고, 프리울리, 랑게, 로에로에서는 우박이 쏟아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이 포도밭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 Coldiretti 조합은 최근 발생한 폭풍에도 불구하고 피에몬테, 롬바르디아, 베네토 전역의 예측 수확량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피에몬테에 위치한 Castello di Babiano와 Villa Cambiaso의 와인 및 마케팅 컨설턴트인 Elisabetta Currado는 디캔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박은 단 몇 분 만에 작물을 파괴하기도 하고 다음 해의 생산에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7월 초부터 현재까지 이탈리아 북부는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의 빈도로 우박을 맞았다.

“검은 구름이 얼음을 싣고 날아와 해류의 흐름에 따라 랜덤한 지역과 지점에 떨어졌다. 모든 것은 다 운으로 결정되었다. 현재까지 우리는 우박이 지나가는 것은 보았지만 우리 지역에 떨어지지는 않았다. 우박이 지나갈 때까지 숨을 참고 빌었을 뿐이다.”

그녀는 “올여름에는 우박이 열매가 익기 전인 pre-closing bunch 단계에서도 떨어졌고, 열매가 거의 다 익었을 때(invaiatura)에 쏟아지기도 했다. 30분 동안 우박, 물, 바람이 쏟아지는 동안 랑게와 로에로 일부 지역의 생산자들은 생산량을 완전히 잃을 정도로 운이 안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Südtirol Wein / Vini Alto Adige 컨소시엄의 디렉터인 Aduard Bernhart는 디캔터에 “우박이 곳곳에 조금씩 떨어졌지만, 현재로서 큰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노균병에 걸린 포도 / 사진: Lorenza photography / Alamy Stock Photo

곰팡이 문제
시칠리아의 일부 포도밭에서는 5월과 6월의 폭우 이후 곰팡이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되는 포도나무밭의 면적이 가장 넓기 때문에 노균병과 같은 질병의 발생을 제어하기가 더 어려웠고, 이후 폭염이 이어지면서 일부 포도는 구해낼 수 있었지만, 이미 늦은 곳들도 많았다.

에트나(Etna)의 Passopisciaro, 그리고 토스카나 발도르시아(Val d’orcio)의 Tenuta di Trinoro를 소유하는 Benjamin Franchetti는 “특히 시칠리아에서는 지난 20년 이상 볼 수 없었던 노균병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3년에는 생산량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몇 달 동안 이어진 비 이후 지금은 극심하게 높은 기온을 겪고 있다.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Arianna Occhipinti는 “2023년은 지난 몇 년 중 수확이 가장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폭염과 더불어 포도의 개화에 중요한 5월과 6월에 폭우가 내렸다. 노균병이 시작되면 향후 생산량에 약 30~35%의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포도밭에서 유일하게 시행하는 유황과 구리 처리를 고농도로 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억제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2023년 포도 수확량은 줄어들겠지만, 품질은 더 높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2023년 수확의] 수량과 품질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아직 어렵고, 시기상조이다. 시칠리아 와인 재배자들은 양이 아닌 품질에 초점을 맞춰 기후 변화의 영향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라고 Assovini Sicilia의 대표이자 에트나의 와이너리 Cottanera의 공동 소유주인 Mariangela Cambria는 강조했다.

Franchetti는 “토스카나의 상황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기온이 매우 높이 올라가는 현상이 번갈아 일어났지만 이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현재로서는 이탈리아 북부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우박과 바람의 피해에서 벗어나 있다. 적어도 일단은.”라고 덧붙였다.

이번 주 winenews.it의 보고서에 따르면 토스카나의 일부 생산자들은 2023년에 더 적은 수확량을 예상하는데, 아직 예측 초기 단계이고 다양한 추정치가 나오는 중이다.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협회는 약 10~15%의 수확량 감소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약 5%, 볼게리와 볼게리 사시카이아는 최대 20%의 수확량 감소를 예상한다고 해당 보고서는 밝혔다.

알맞은 조율
최근 몇 년 동안 기온이 상승하고 가뭄 발생이 증가하면서 와인 메이커들은 포도나무 관리 방법과 와이너리에서 포도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피에몬테에서 볼게리, 시칠리아에 이르기까지 많은 생산자는 오늘날 수확이 20~30년 전보다 한 달 정도 빨라졌다고 말하며, 1990년대에 비해 기온이 상승해 포도의 숙성이 빨라졌다고 강조한다.

발폴리첼라 가문의 Marilisa Allegrini는 최근 푸마니(Fumani)에 위치한 이 가문 소유의 Cilla della Torre를 방문했을 때 포도재배 팀이 보통 이맘때쯤 그린 하베스트(green harvest)를 한다고 디캔터에 전했다.

그러나 폭염이 지속되는 기간에 산발적으로 폭풍이 몰아쳤기에 추후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Allegrini는 현재는 포도가 과잉 생산되고 있지만, 햇빛에 타버리거나 곰팡이로 인한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너무 많은 열매를 제거하는 위험은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폭풍우가 포도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더라도 생산자에게는 추가 작업을 유발할 수 있다. Currado는 “우박을 맞은 가지를 가지치기해야 한다. 피해가 적어 보이더라도 포도나무는 식물 활동이 느려지므로 상처를 치료하고 곰팡이가 포도나무를 갉아 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소독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처럼 유기농으로 작업하는 농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천연 제품이 출시되었다. 비효율적인 우박 방지 캐논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유용한 예방책은 보험 및 우박 방지망으로 덮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수익성이 높은 경우에만 정당화할 수 있는 비용이 필요하다.”

캐노피 관리는 건강한 포도를 생산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전에는 포도를 고르게 익히기 위해 잎을 잘라 햇빛에 노출시켰지만, 오늘날의 따뜻한 기후에서는 포도를 둘러싼 잎이 그늘막으로 작용해 포도송이가 햇볕에 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광합성 과정을 늦추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된 잎들을 제거하여 생물학적 숙성 대비 당도 숙성이 빠르게 진행되는 현상을 낮춰줄 수 있다.

포도나무 줄 사이에 피복 작물을 심으면 땅을 그늘지게 하고 색이 연한 토양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햇빛 반사를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작물은 포도밭의 생물 다양성과 토양 내 질소 수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Aldo Fiordelli는 디캔터 프리미엄의 바롤로 2017 빈티지 리포트에서 악명 높은 가뭄의 해에 생산자들이 과도한 추출을 피하고자 숙성 시간을 줄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일부 생산자들은 와인의 높은 잠재 알코올 도수에 더 잘 대처하기 위해 토착 균주 대신 상업용 효모를 선택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Gaia Gaja가 그들 가문의 볼게리 에스테이트인 Ca’ Marcanda에 대한 마스터클래스를 2022년 런던에서 개최한 바 있는데, 이 당시 Gaja는 농도는 낮추고 신선도를 더 높인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 코르동(Cordon) 가지치기에서 기요(Guyot) 트레이닝 방식으로 전환 중이라고 설명했다.

Gaja는 기요 트레이닝은 주로 대량 생산과 관련 있었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이 시스템을 사용해 고품질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전했다.

기온이 계속해서 상승한다면 이탈리아의 언덕과 산도 매우 중요한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와 같은 일부 지역은 이미 포도 재배의 최대 고도에 대한 기존의 제한을 수정 또는 삭제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생산자들이 DOC/DOCG 내에서 허용되지 않더라도 고지대 포도밭 부지를 찾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앞으로 IGT 등급의 와인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남향에 노출된 전통적인 포도밭이 과숙 된 포도를 생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동쪽을 향한 포도밭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오후의 뜨거운 햇빛은 피할 수 있다면 기온 상승에도 불구하고 와인의 우아함과 복합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작성자 James Button / 번역자 Olivia Cho / 원문 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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