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빠’라고요? 드록바는 들어봤어도 그라빠는 저에게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날이 쌀쌀하여 목을 덥혀줄 따끈한 술 한잔이 당기던 1월의 어느날, 그라빠 생산자인 야코포 폴리로부터 그라빠를 소개받았습니다.
폴리(Poli) 가문은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에서 100년 이상 그라빠를 생산한 유서 깊은 가문입니다. 현재 폴리의 오너인 야코포 폴리는 머리카락이 회색에 가까운 할아버지였지만, 눈을 빛내며 그라빠를 소개할 때에는 열정 가득한 젊은이와도 같았습니다.
잠깐 그라빠에 대해 간략히 짚고 넘어가 볼까요? 그라빠란, 와인을 만들고 난 후 남은 과육, 껍질, 씨앗, 줄기 등의 포도 찌꺼기(Pomace)로 만든 이탈리아의 전통 증류주입니다. 이 증류주는 단일 포도품종의 찌꺼기 또는 여러 포도품종의 찌꺼기로 만들어집니다. 보통 단식 증류기로 3회에 걸쳐 증류되며, 최종 알코올 도수는 45% 정도입니다. 양조 방식은 유럽의 와인과 같이 전통 방식과 현대 방식으로 나뉩니다. 전통 방식의 경우 포도 찌꺼기와 물의 비율을 동일하게 맞추지만, 현대 방식은 포도 찌꺼기와 물의 비율을 2:1로 섞어 사용합니다. 와인비전에서 와인라이브를 진행한 야코포 폴리에게 그라빠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Q. 그라빠 명칭은 어디에서 사용할 수 있나요?
유럽 연합의 법에 따라 이탈리아에서만 사용 가능합니다. 이탈리아 내에서도 7개의 원산지가 있는데, 프리울리, 트렌티노, 알토아디제, 베네토, 룸바르디아, 피에몬테, 바롤로 등 북부 이탈리아 지역에서 ‘그라빠’라는 표기명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Q. 숙성 정도에 따라 그라빠에 맛과 향의 차이가 있나요?
그라빠는 225L의 바리크에서 수년간 숙성되는데, 숙성된 후에는 금색을 띱니다. 이 과정에서 색뿐 아니라 오크통에서 전해지는 커피, 정향, 초콜릿 등의 아로마가 더해집니다. 즉, 와인과 같이 자연스럽게 아로마가 더해지는 것이죠.
Q. 그라빠는 얼마나 숙성할 수 있나요?
일반 와인과 달리 그라빠는 백 년 넘게 숙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 수년간 숙성한 후 마시기를 추천합니다.
이탈리아의 증류주라는 생소함때문에, 또는 그라빠를 알고 있더라도 제대로 된 그라빠를 맛보지 못했기에 우리에게 가깝지 않았던 그라빠. 이 날의 와인라이브는 그런 인식을 없애고 그라빠의 숨어 있는 매력을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참고 사이트: https://homedistiller.org/fruit/wash-fruit/grappa
https://www.poligrappa.com/eng/tappe-poli-distillerie/foundation.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