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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황(SO2), 와인의 적인가 동지인가?

이산화황(SO2), 와인의 적인가 동지인가?

Decanter Column 2016년 4월 8일

많은 와인메이커들이 와인의 일관성과 품질을 위해 이산화황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사용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와인에 든 이산화황이 유해한가? 그것을 줄일 경우 와인의 아로마와 풍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사이먼 울프가 객관적으로 알아보기로 했다.Sulfur-diozide-630x417
여기 내 앞에 두 병의 와인이 있다. 두 병 모두 오스트리아 남부 스티리아 지역의 바이오다이나믹 생산자 셉 무스터가 자신의 오포크 포도원에서 수확한 2012년산 소비뇽 블랑이다. 그 맛은 크게 다르다. 하나는 농축된 시트러스 과일과 복합성을 지닌 놀라울 정도로 생기 넘치는 와인이고, 두 번째 와인은 레몬 자체보다는 레모네이드에 가까운, 조금 완화된 느낌이 난다.
두 와인의 차이는 바로 두 번째 보틀링한 것을 걸러낸 뒤 첨가한 이산화황(아황산가스라고도 한다) 10mg에 불과하다. 무스터는 단순히 실험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와인 생산에 들어가는 인간의 개입과 첨가물을 0에 가깝게 줄이고자 하는 소수의, 그러나 점점 늘어가고 있는 와인메이커들 중 한 명이다. 산화를 방지하고 유해한 박테리아의 생성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이산화황의 주입을 아예 없애는 것은 이러한 도전에서 최후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전통적 방식 생산자들은 그것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내추럴 와인 세상에서는 그것을 마치 성배처럼 숭배한다. 왜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이 그리도 극단적으로 나뉘는 것일까?

와인 속 이산화황은 유해한가?

일반적으로 이산화황의 평판이 안 좋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1988년 이후, 유럽에서는 2005년 이후로 판매된 거의 모든 와인에 법적으로 기재하도록 되어 있는 “이산화황이 첨가됨”이라는 짧은 두 마디 말 때문일 것이다. 10ppm보다 적은 양일 경우에만 그 글귀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데, 문제는 따로 있다. 따로 첨가하지 않아도 발효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양만 해도 그것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뜻일까? 이산화황이 첨가되지 않았다는 와인 중 상당수도 따지고 보면 병에 그 거북한 글귀를 표시해야 옳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와인에 들어있는 이산화황이 유해하다는 뜻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한 요즈음 와인에 함유되어 있는 극소량 – 대체로 20-200ppm 정도 – 은 괜찮다. 500에서 3,000ppm까지 상당한 양을 사용하는 말린 과일과 비교해보라. 이론상으로는 이 정도 양이 천식 환자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도로 드물다. 이산화황에 과민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산화황 때문에 숙취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UC 데이비스의 포도주학과 교수 앤드루 워터하우스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산화황이 두통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의학적 연구 자료가 전혀 없습니다.”
건강상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도 왜 무스터 같은 와인메이커들은 이산화황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심지어 0에 가깝게 줄일 것을 주장하는 것일까? 산화를 늦추고 유해한 박테리아를 억제하는 것처럼 유용한 면이 있긴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산화황이 빈티지나 포도원 자체의 특성을 나타나는 섬세한 풍미를 죽일 수 있다고 믿는다. 무스터가 테이스팅을 통해 내게 명확히 증명해 보였던 것처럼 말이다.

웨스턴 케이프의 스텔라 와이너리는 ‘이산화황 제로’ 와인을 생산한다.

웨스턴 케이프의 스텔라 와이너리는 ‘이산화황 제로’ 와인을 생산한다.

와인의 순수성

같은 남부 스티리아 와인메이커 프란츠 스트로마이어 역시 이산화황을 전혀 쓰지 않는 움직임에 동참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또 다른 포도원을 매입했을 때 이전 주인이 와이너리에 남겨두고 간 예전 와인들을 잔뜩 발견했습니다. 맛을 보았는데, 그 복합성과 오래된 와인에서 찾을 수 있는 조금은 이상한 풍미가 무척 좋더군요. 이산화황을 쓰지 않으면 이런 특성이 조금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봅니다. 심지어 어린 와인에서도요.”
제로 이산화황의 길을 걷는 많은 생산자들이 생각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와인의 순수성이다. 그루지야 카케티 지역의 알라베르디 수도원은 “신께 바치기에 충분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수도승들의 눈에 이산화황을 포함한 모든 첨가물들은 와인을 불순하게, 즉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든다. 2000년부터 시실리의 에트나 산등성이에서 와인을 만들고 있는 벨기에인 프랭크 코넬리센 역시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은 와인”을 만들겠다는 간단명료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런 그의 생각은 종교와는 관계없이 그저 첨가물이 전혀 없는 와인도 훌륭한 고급 와인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코넬리센은 이산화황 없이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지식이 시간이 흐르면서 단순히 잊힌 것뿐이라고 믿는다. “그런 기술을 다시 배워야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지만 말이죠.”
이사벨 레게런 MW도 이에 동의한다. “생산자들은 이산화황을 넣지 않고 와인을 만드는 방법을 아직도 배우는 중입니다. 그런데 시도할 수 있는 기회는 일 년에 단 한 번뿐이잖아요. 단번에 이산화황이 전혀 없는 와인을 만들려 하기보다는 매년 첨가하는 이산화황의 양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산화황 제로 와인의 어려움

하지만 어려움도 있다. 이산화황 첨가를 포기하면 박테리아나 미생물의 감염의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 따라서 강박적일 만큼 엄격한 위생이 반드시 필요하다. 코넬리센은 이온화된 공기를 이용해 셀러를 청소한다. 그리고 발효의 속도나 사용되는 이스트의 종류에 있어서는 조금 ‘자유방임주의적’ 태도가 필요하다. 본래 이산화황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이스트를 발효에 사용하기 위해서 포도 꽃에서 야생 이스트를 없애는 목적으로 쓰였었다.
이산화황을 사용하지 않을 시 나타나는 부작용은 그 정도가 다양하다. 이산화황을 넣지 않고 만드는 와인은 약간 거칠고 ‘고약한’ 아로마가 날 수 있는데 이것은 마치 오래되어 심한 냄새를 풍기는 치즈처럼 사람들의 호불호가 강하게 나뉜다. 야생 동물 풍미도 또 다른 문제다. 제로 이산화황 와인메이커들의 저주라고도 불리는 이 야생 동물 냄새 같은 풍미는 코에서는 느껴지지 않지만 입안에 남아서 와인을 마실 수 없을 정도로 느껴지게 하기도 한다. 와인을 부패시키는 브레타노마이스 이스트로 한때 혼동되기도 했던 이 풍미는 현재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풍미가 왜,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식품 연구 회사 캠든 BRI의 와인 과학자 제프 테일러의 말처럼 대략 짐작만 할 뿐이다. “제가 알기로는 그런 맛을 발생시키는 화합물을 규명하고자 하는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락트산 균은 몇 년씩 휴면 상태로 있다가 상황이 적합할 때(이산화황 함유량이 매우 낮거나 따뜻할 때) 다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장 속도가 늦지요.” 이러한 위험은 와이너리의 위생이 불량하거나 포도에 상처가 있을 때 더욱 커진다. 테일러가 말한 대로라면 이것은 병마다 아주 심한 차이를 만들 수 있고, 그건 다시 공장에서 생산한 듯 똑같은 맛의 와인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힘든 문제가 될 것이다.
이산화황을 아예 없애는 방식을 사용하는 생산자들은 대체로 ‘내추럴 와인’이라는 기치 아래 손을 잡은 소수의 장인들인 경우가 많다. 물론 예외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 케이프의 스텔라 와이너리는 2008년 영국의 와인 시장에 제로 이산화황 제품군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대규모 생산자다. 제로 이산화황 와인 생산이 시작된 건 그보다 더 오래되었다. 내추럴 와인 운동의 선구자라 칭송받는 쥘 쇼베와 자크 뉴포르가 보졸레에서 실험적인 생산을 시작한 것이 1980년대이니 말이다.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고 와인을 만드는 것이 공중 줄타기처럼 위험한 일인 것은 분명하다. 성공을 거두는 사람들은 확실히 경험이 많은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그 결과물은 분명 투명도와 특징이 대단히 뚜렷이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와인 생산자들이 느끼기에는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문제와 와인이 부패되거나 불안정하게 변할 위험이 너무 크다. 그래도 도전하고 있는 생산자들의 와인을 주목해보자. 놀라울 만한 맛을 선사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내추럴 와인 전문가 사이먼 울프는 와인 글쓰기로 2015년 본 디지털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CREDIT

  • 작성자

    Simon Woolf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6.03.18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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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로 Decanter Magazine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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