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생산의 주원료인 곡물과 과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농장에서 살충제나 화학비료를 사용해왔습니다. 하지만 대량생산 및 빠른 출시를 위한 대규모 농법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와 이해, 그리고 좀 더 나은 음식과 음료를 섭취하고 싶은 사람들의 바람에 힘입어 유기농 농법은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해왔으며, 생산자를 포함한 양조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은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생산과 선택을 위해 변화하고 있는 주류시장, 각 주류의 카테고리 안에서 유기농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나라들의 현재를 통해 앞으로 유기농 맥주, 와인, 증류주 등에서 어떤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봅니다.
미국과 벨기에의 유기농 맥주
오늘날 유기농 맥주는 IPA, 필스너에서 스타우트와 사워 비어에 이르기까지, 맥아, 홉, 효모, 향료 등 부가물에 유기농 레이블이 있는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여 양조하게 됩니다. 맥주는 사람들이 매우 자주 마시고 접하는 음료이지만, 맥주의 일반적인 유통 채널인 슈퍼마켓에서 유기농 맥주를 찾아보기는 매우 힘들다는 것을 여러분도 한 번쯤 생각해 본 적 있나요? 그리고 대표적인 유기농 레이블인 USDA에서도 맥주에 한해 2013년까지 유기농 홉을 쓰지 않아도 유기농 레이블을 붙일 수 있도록 허가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홉은 역사적으로, 그리고 현재까지 맥주의 방부제이자 특별한 맛을 내주는 중요한 원료이지만, 곰팡이와 다양한 해충에 매우 취약해 매우 연약하며 살충제와 제초제 없이 키우기에 매우 까다로운 식물입니다. 유기농 홉 생산자와 유기농 양조자들의 청원에 힘입어 2013년 이후 모든 유기농 맥주는 유기농 홉만을 사용해야 하지만, 여전히 소규모 양조장을 위주로 유기농 레이블을 획득하는데 힘쓰는 반면 대규모로 생산하는 맥주 업체와 생산자들에겐 유기농 맥주의 생산이 아직 어려운 숙제처럼 여겨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3년 규제의 변화로 유기농 홉 생산 업체가 점점 늘어났고, 미국에선 50여 개가 넘는 유기농 홉 생산자가 생겨났습니다. 유럽에서도 긴 역사를 가진 벨기에의 칸티용(Cantillon)과 같은 사워 비어 생산자는 오랫동안 유기농 제품을 이용해왔고, 벨기에에서도 꽤 다양한 유기농 생산자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크래프트 비어와 소규모 생산자들의 노력으로 앞으로도 전 세계에서 더 많은 유기농 맥주를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유기농 위스키, 그리고 다른 증류주 : 영국
진과 위스키를 사랑하고 생산하는 영국은 정부가 승인한 8개 유기농 관리기관 중 하나인 토양협회에서 낮은 수준의 살충제와 제초제 혹은 인공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지속 가능한 자연환경을 만들고 지키도록, 그리고 많은 야생 동물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맥주와 같이 소규모 증류소에서 끊임없이 유기농 제품에 대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Oxford Artisan Distillery는 영국에서 최초로 인증된, 좋은 곡물을 기르고 소비자에게 가는 술까지 유기농의 원칙을 따르는 최초의 유기농 증류소로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와 화학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전적으로 다양성을 가진 고대 곡물을 부활시키는 팀을 운영하며, 유기농 곡물과 맥아, 그리고 다른 원재료를 재배해 좋은 술을 만들고 있습니다. 유기농 증류주는 생산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지만, 마시는 이들의 건강에서 지구 온난화까지 여러 부분을 생각하며 증류주의 종주국답게 지속 가능한 기쁨을 위한 술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유기농 와인 :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포함한 EU 국가들
유럽연합에서 1991년, 유기농 제품에 대한 법을 제정한 바 있으며, 와인에 대한 법규도 같이 만들어졌습니다. 유기농 와인의 카테고리는 이미 새로운 영역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고, 양적으로 그리고 질적으로 그 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몸에 좋은 것을 먹고 마시는데 신경 쓰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에 와인을 소비하는 층은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지난 몇 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입니다.
전 세계 와인 시장에서 유기농 와인의 양은 4% 내외지만, 10억 병에 해당하는 유기농 와인이 지난 한 해 동안 판매되었습니다. Millesime Bio(밀레짐 비오)라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와인 페어는 유기농 와인에 한해서만 참석해 선보일 수 있는 행사로 매해 참가자 수와 방문객들이 늘어납니다.
와인 생산자들에게 유기농 와인은 여타 식품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이유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술입니다.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포도밭 그리고 와이너리를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실질적인 니즈에 유기농 와인의 방향이 부합되며, 화학약품의 사용을 최대한 멀리한 제품을 소비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요구도 해당 방향으로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2012년에서 5년 후인 2017년 유기농 와인의 생산 수량은 두 배로 늘어났으며 2021년 현재 그 추세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나라들은 유기농 와인의 최대 생산지로서,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와인의 약 90%가량을 생산하고 판매합니다. 이중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은 이미 와인생산의 최강국답게 유기농 와인의 영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유기농 와인의 80%에 해당하는 양이 이 세 국가에서 생산되고 있지요. 특히 스페인은 이 중에서도 유기농 포도밭과 인증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유기농 시장의 크기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밭에서 유기농 밭의 인증을 받기 위해 필요한 기간은 3~4년으로 향후 유기농 인증마크를 담은 와인 레이블을 더 많이, 다양한 판매처에서 볼 수 있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