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낯선 뉴칼레도니아에서 또다시 비행기로 40분을 날아간 곳에 자리한 우베아. 일본인 관광객에게는 꽤 알려진 낙도(落島)다. 60년대 일본에서 뉴칼레도니아 센세이션을 일으킨 소설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에서 그린 천국이 우베아였던 덕택이다.
천국이라 불리는 그 섬에서 호텔직원 겸 가이드인 일본인 이와모토 마사코 씨를 만났다. 동그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초콜릿 빛으로 피부를 그을린 단신의 여성. 우베아에서 자그마치 10년을 거주했다는 그녀는 외지인 티를 벗은 영락없는 우베아 댁의 모습이었다.
마사코 씨의 삶은 격동적이고도 잔잔하다. 생소한 나라 뉴칼레도니아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지역에서의 해외 취업, 그리고 원주민과의 국제결혼은 이 섬을 찾는 각국의 미디어가 와서 취재할 정도로 다이나믹하다.
반면, 조용하고 조용하고도 조용한 우베아 섬의 일상은 평온한 바닷물과도 같다. 강산이 변하는 10년의 시간동안 우베아의 자연은 그대로인데 그녀의 삶은 상전벽해 급으로 바뀌었다.
어느 누가 지금과 같은 삶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그녀 또한 몰랐을 것이다. 영어와 불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마사코 씨는 원래 아프리카로 봉사를 가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도쿄의 호텔을 거쳐 우베아의 호텔에 근무하게 되었을 때도, 그때는 그저 1~2년 일하다 갈 작정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삶의 터를 완전히 옮기게 된 것은 지금의 남편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녀의 남편은 카낙 원주민이다. 마사코 씨를 매료시켰던 그의 착한 눈은 서로 말도 안 통하는 그녀의 아버지 또한 감동하게 했다고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슬하에 아이 넷을 기르며 사이좋게 살고 있다.
그녀의 일상은 도시인의 눈으로 보면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 먼저, 우베아에는 상수 시설이 없다. 각 가정에서는 빗물을 받아 사용하는데, 당장 식수가 문제다. 정화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라 심한 배앓이를 한 적도 여러 번 있다고 한다. 상수도 시설이 없으니 수세식 화장실도 없다. 용변은 근처 숲에서 가족 각각의 용변 구역에서 해결한다. 놀라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그녀는 한술 더 떠 ‘전기가 없어서 냉장고도 못 쓰고 불편했었는데 작년 11월 전기가 들어왔다.’라며 환히 웃는다. 우리에게 경악스러운 일이 그녀라고 왜 불편하지 않았을까. 그녀의 고향인 일본 고베도 서울만큼 콘크리트 정글인데 말이다. 그러니 그녀를 보고 있자면 ‘닥치면 다 한다.’는 말이 실감 난다.
소득은 어떨까. 먼저, 일본에 비교하면 호텔과 여행사에서 일하는 마사코 씨의 월급은 적은 편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월급이 이 가정의 유일한 수입원이나 마찬가지다. 마사코 씨 남편의 직업은 어부이지만, 현금보다는 반찬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충분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돈을 쓸 곳이 없기 때문이다. 남편이 잡아 오는 생선이며, 뜰에서 자라는 망고 등 식재료는 집 주변에 널렸다. 게다가 교육비는 무상인 데다, 자가주택(전통가옥 카즈)이 있으니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돈 쓸 데가 없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사코 씨의 월급은 생계가 아닌 가족 해외여행 및 고향 방문 용으로만 쓰이고 있다. 돈을 쓸 곳이 없으니 더 벌어야 할 이유도 없다. 어쩌면 자족의 삶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과연 이렇게 살 수 있을까?’ ‘행복의 기준이란 뭘까?’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물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녀가 ‘이것도 부족하고 저것도 부족하다‘며 불평하는 대신 ‘그곳에 물들어가는 지혜’를 발휘하지 않았다면 ‘HAPPY’하다며 웃는 지금의 마사코 씨는 없었을 거란 점이다.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라는 우베아를 닮은 그녀의 환한 미소는 욕심과 불평은 내려놓고 그곳 사람들과 동화되었기에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내가 가진 것들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각자의 자리가 천국의 섬 우베아가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