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이 ‘핫’해졌다. 인쇄 골목, 전자상가, 포장마차로 기억되던 용산역은 최근 삼각지역 인근 ‘용리단길’을 시작으로 MZ세대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유명한 음식점, 예쁜 감성 카페들과 이국적 분위기의 주점까지 용산역은 어떻게 성공한 상권이 되었을까?
상권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 끊임없이 변화한다.
‘상권은 매출이다’라는 책에서 상권은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강조한다. 즉 영원히 좋은 입지는 없다는 뜻이다. 반대로 영원히 좋지 않은 상권도 없다. 용산역 상권은 앞서 말한 ‘변화하는 상권’의 대표적인 예시가 될 수 있다.
전자상가로만 인식되던 용산역 상권은 초고가 주상복합 아파트와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들어오면서 주거상권과 오피스 상권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주거 상권의 장점인 고정적인 주거인구와 오피스 상권의 장점인 편리한 교통과 편의시설은 용산역 상권을 변화시키는 데 한몫을 했다. 또한 빽빽하게 개발된 강남의 대도시들과 비교해 용산역 인근은 여전히 구도심의 로컬의 느낌이 강하다. 사람 냄새가 나는 골목이라는 것이다. 골목골목 작지만 내실 있는 F&B 브랜드들이 많이 모여 있어 MZ세대 소비층까지 몰리는 핫한 입지로 변화하고 있다.
뭐 먹으러 갈래? vs 어디 갈래?
용산역 상권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공간‘이다. 베트남, 태국, 샌프란시스코, 이탈리아 등 단순히 그 나라의 음식만 가져오는 것이 아닌 해당 나라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기획한다. 최근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데,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 증가가 이유라면 두 손 들고 환영이지만, 그보단 다른 이유가 있다.
지난 몇 년간의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러한 해외여행의 수요가 일정 부분 현지화 요소가 가미된 식당들에 투영되었다. 베트남 음식이라 하면 쌀국수만 먹었던 전과는 다르게 이름도 생소한 메뉴들이 잘 팔리는 것을 보면 그렇다. 이처럼 최근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히 맛있고 예쁜 식당을 넘어 경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 경험 요소가 더욱 중요해졌다.
즉 식당은 콘셉트를 인테리어에 녹여내는 것을 넘어 고객이 매장에 방문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지난 몇 년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배달 음식, 가정간편식 (HMR, 밀키트)의 수요가 증가했고 온라인 시장의 질적, 양적 성장이 돋보였다. 이는 오프라인 외식 시장의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경쟁상대가 생긴 것과 다름없다. 그렇기에 이제 외식업도 메뉴의 경쟁력을 넘어 오프라인 매장 관점에서 고객이 매력을 느낄만한 콘텐츠를 공간에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즉, 매력적인 오프라인 경험 공간을 만드는 것은 필요가 아닌 필수가 되었다. 현지의 맛뿐 아니라 현지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로컬 공간이 가득한 용산 상권이 MZ들의 놀이터가 된 이유다.
앞으로의 용산 상권은 어떨까? 부동산 관점이 아닌 외식업의 입장에서 용산 상권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경험 공간들로 채워질 것이다. 다양한 콘셉트를 통해 소비자들을 즐겁게 해줄 콘텐츠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외식업에서 콘셉트의 역할은 고객이 우리 매장에 오고 싶게 만들고 주문하고 싶은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즉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안할 것인지 분명히 고려한 후 그에 맞는 콘셉트와 경험을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고객에게 전달할 가치 없이 그저 특정 콘셉트만 강조한 외식 매장의 공간 매력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또 콘셉트를 기획할 때 중요한 점 중 하나가 지속성이다. 앞서 말했듯이 좋은 콘셉트는 고객이 메뉴를 주문하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외식업의 지속성은 재구매와 재방문, 즉 내실 있는 메뉴가 만든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셉트에 맞춘 공간 경험과 더불어 메뉴의 맛, 서비스 등의 매장 기준의 전반적 품질에 대한 관리가 꾸준히 진행된다면 용산역 상권은 앞으로 더욱 흥할 상권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