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를 위한 앤드루 제퍼드의 와인 가이드 4부 중 3부를 시작한다.
게릴라(명사): 일반적으로 더 규모가 큰 정규군을 상대로 불규칙한 싸움을 펼치는 소규모 독립적 집단의 일원
게릴라(형용사): 보통 허가 없이 즉석에서 실시하는 행동이나 활동을 뜻함
1. 와인 생산지는 왜 중요한가?
한 가지 비유를 들어보겠다. 생산지는 와인의 음악이라 할 수 있다. 훌륭한 장소는 곧 훌륭한 음악이 된다. 물론 연주자(와인메이커)도 중요하고 그의 악기(포도 품종)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그들은 매우 솜씨가 좋을 수도 있고, 듣기 싫은 소음만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모두 넘어서는 곳에 바로 음악이 있다. 그것이 바로 당신이 듣고 기억하는 대상이다. 더 나은 연주자나 악기는 언제든지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음악, 즉 생산지가 가진 잠재력은 결코 넘어설 수 없다.
2. 무엇이 와인 생산지를 만드는가?
그저 거기에서 올해도, 내년에도 와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 곳에서나 와인을 생산할 수는 없다. 온도, 바람, 비, 태양광, 봄과 가을의 서리, 이 모든 것의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요소들이 툭하면 엉뚱한 타이밍에 나타난다면 그곳의 생산자는 곧 망하게 될 것이다.
3. 모든 장소가 공평하게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솔직해지자. 포도밭의 품질은 매우 불공평하고, 그래서 포도밭 가격이 세 자릿수 이상 차이 나는 것이다. 몇 세기에 걸쳐 와인 만들기라는 게임의 목표는 지구상에서 와인을 만들기에 가장 좋은 땅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 세계를 누볐다. 텍사스, 우루과이, 몽골 내륙까지. 때로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진정으로 훌륭한 밭은 정말로 드물고, 드물고, 또 드물다는 걸 이제 누구나 안다. 지금까지 수 세기에 걸쳐 우리가 알고 있는 훌륭한 땅(예를 들자면 부르고뉴, 보르도, 샹파뉴, 랑게 등)을 넘어서는, 아니 그에 버금가는 땅도 찾기가 힘들었다.
4. 똑같은 땅이 하나도 없다.
게릴라가 남들보다 앞서가려면 그 땅을 속속들이, 언제나 적보다 더 잘 알아야 한다. 어딘가를 제 손바닥 보듯 안다면 그 장소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포도 품종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질 수 있고, 양조 기법은 갈고 닦을 수 있다. 하지만 지구상의 어떤 지역이나 일련의 토양, 언덕 지대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는 없다. 우리 인간이 땅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방식은 꽤 조악하다. 뿌리째 뽑힌 포도나무는 아주 사소한 – 예를 들자면 진흙이 조금 더 많고, 바람이 아주 조금 더 불고, 아침 햇살이 10분 더 내리쬐는 것처럼 – 환경 변화에도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이것이 바로 부르고뉴에서처럼 언덕배기의 아주 조그만 땅뙈기 한 곳처럼 좁은 곳이 ‘와인 생산지’로 분류될 수 있는 이유다. 놀랍게도 와인을 만드는 포도나무는 그런 사소한 차이를 색다른 아로마와 풍미로 피워낼 수 있다.
5. 장소의 맛을 최대화시키기
다음은 게릴라를 위한 네 단계 공식이다. 첫째, 어느 장소에 적합한 포도 품종을 선택한다. (반드시 유명한 품종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둘째, 포도가 가장 잘 익었을 때 수확한다. (덜 익어서도, 너무 익어서도 안 된다) 셋째, 열매를 아주 세심히 다루고 천천히 발효시키며, 황 조금하고 그 지역 효모 말고는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는다. 넷째, 오크를 신중히 사용하거나 아니면 아예 건너뛴다.
6. 장소의 맛을 최소화시키기
반드시 어떤 장소를 대표하는 와인을 만들어야 하는 의무는 없다. 상업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할 수도 있다. 첫째, 잘 팔릴 것 같은 유명한 포도 품종을 선택한다. 둘째, 열매를 일찍(산도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늦게(성숙도를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해) 아니면 둘 다(절반은 먼저, 절반은 나중에) 수확한다. 셋째, 안정성을 최대한으로 높일 수만 있다면 양조장에서 뭘 하든 상관없다. 무엇보다도 빨리해라. 넷째, 오크를 충분히 가미하여 부드러운 맛을 만들고, 타닌을 조금 첨가한 다음, 마지막으로 산도를 조금 손보고 당분을 조금 남겨 무난한 맛을 만든다.
7. 춥거나 서늘한 지역
춥거나 서늘한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에서는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가? 가장 먼저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산도가 높고, 산도와 다른 요소들(죽은 효모와 부드러움과 병입 전 첨가된 달콤한 리큐르의 맛 등) 사이의 긴장감이 매우 뛰어나다. 가을이 빨리 찾아오는 추운 지역에서는 아주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이 좋고, 여름이 조금 길게 머무는 추운 지역에서는 달콤한 화이트 와인이 좋다. 추운 지역의 레드 와인은 언제나 조금 단단하고 상쾌하며, 때로는 날카로울 수 있다. 서늘한 지역의 레드 와인은 신선하고, 상쾌하고, 활기차며, 약간 풍미가 약할 수 있다.
8. 따뜻한 지역
여기에서 생산될 수 있는 스틸 와인의 종류는 어마어마하다. 유럽에서 식사에 곁들이는 많은 훌륭한 와인들도 이에 해당한다. 따뜻한 지역의 화이트 와인은 촉촉하고 신선한 것부터 잘 구조가 잡힌 풀바디에 단단한 것까지 다양하다. 레드 와인은 우아하고, 유연하고 생기 있는 것부터 밀도가 높고 질감이 우수한 것까지 다양하다. 가을에 비가 많이 오는 해가 있는가 하면 해가 쨍쨍하고 건조한 해도 있는 호수나 강 근처 지역에서는 아주 풍부한 풍미의 스위트 와인을 만들 수 있다. 따뜻한 지역에서는 핑크 와인도 아주 잘 된다. 레드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9. 더운 지역
더운 지역에서 만든 훌륭한 와인은 맛이 풍부하고, 화려하며, 때로는 아주 진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레드 와인이 많다. 더운 지역에서 잘 만드는 또 다른 와인은 스피릿을 첨가하는 주정 강화 와인이다. 게릴라라면 이런 와인의 다양한 가격과 스타일을 그냥 넘어가지 말자. 톡 쏘는 드라이한 셰리부터 향이 좋고 달콤한 뮈스카, 감미롭게 혀를 녹이는 포트까지 매우 다양하니 말이다.
10. 엄격한 법률
대부분의 와인 법률은 와인 생산지의 명칭을 보호하고, 와인 라벨에 거짓이 표시되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생산지명을 어느 정도 외울 것인가는 당신 자신에게 달려 있다. 게릴라 드링커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은 유럽에서는 그런 법률이 단순히 생산지뿐 아니라 사용되는 포도 품종, 때로는 포도밭과 와이너리의 생산 방식 등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대개 누구나 인식 가능한 아로마와 풍미 특징을 만들어낸다. 유럽 외의 지역에서 그런 법률은 대체로 지리적 경계를 한정 짓는 것 말고는 다른 역할을 하지 않으며, 따라서 똑같은 장소가 표기된 와인도 그 스타일이 매우 다양할 수 있다. 법률이 느슨하더라도 전문가들의 평가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생산자 모두가 해당 지역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그리고 가장 잘 사는 스타일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작성자
Andrew Jefford
번역자
Sehee Koo
작성일자
2017.8.21
원문기사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로 Decanter Magazine에 저작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