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포도 농장에서 신선하게 재배되는 포도 따기부터 와인을 담고 시음하는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해보는, 와인 투어는 그야말로 체험형 여행 상품이다. 이런 와인 투어는 국내외 유명 와이너리를 통해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부분 2~4시간 코스의 투어 상품으로 제공된다.
특히 유럽의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등 역사와 이야기를 가진 유명 와이너리는 오랜 시간을 이어오며 운영하는 와이너리와 포도 농장 등을 주요 코스로 잇는 ‘와인 투어’ 상품을 개발한다. 큰 오크통이 저장되어 있는 저장실을 직접 찾아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최종적으로는 와인과 가장 궁합이 좋은 음식을 코스 요리로 맛보는 레스토랑까지 세트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유명 와이너리를 직접 찾는 와인 투어는 사실상 중지된 상태다.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와인 애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직후부터 지금까지 1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와인 투어에 참여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 몹시 큰 아쉬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백신 접종이 대중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여행 시장이 이전과 같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된 분위기다. 특히 최근에는 유럽 와인 시장을 중심으로 한 와인 애호가들을 위한 ‘여행+와인’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와인 투어 패키지 상품 출시를 예고해 이목이 쏠렸다.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와이너리를 운영 중인 안나 마리아 캄부라키스와 그녀의 남편 바실리스 코콜로치아나키스 역시 온라인 와인 투어를 기획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13년부터 그리스로 이주, 이곳에 정착해 2017년 무렵부터 전 세계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와인 투어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2년 만에 부부의 와인 투어 상품은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큰 호황을 맞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와인 투어 상품도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일절 중단되면서, 부부의 와인 투어 사업은 전년 대비 매출 10%에 그치는 악재를 맞았다.
이들 부부는 현재 그리스 경제와 관련해 “지난 2008년 그렉시트 사건 이후 그리스는 여전히 완전한 경제 회복 상태로 회귀하지 못했다”면서 “실업률을 항상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부부의 입장에서 와인은 최고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기한이 있는 탓에 그에 맞춰서 합리적인 수준에서 와인 투어 고객들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안나 마리아 캄부라키스는 “와인에는 유통할 수 있는 최적의 유통기한이 있다”면서 “때문에 이 시기 최적의 상태로 완성된 와인을 고객들에게 소개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 부부에게 가장 큰 고민이자 고통이었다. 현재는 와이너리 내부에 추가로 3곳의 와인 저장 시설을 구축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는 올가을을 기점으로 온라인 시식회와 온라인 와인 투어 상품 등 코로나19 시대에도 충분히 이용 가능한 투어 상품을 개발해오고 있다.
바실리스 코콜로치아나키스는 “얼마 전부터 와인 제품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온라인 사이트 ‘Unraveling Wine’을 개설해 운영을 시작했다”면서 “와이너리에서 생산 중인 포도의 수확부터 가지치기, 와인 담그기 등 전 과정을 고객들에게 소개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부부는 온라인 ‘Unraveling Wine’ 블로그를 활용해, 전세계 최고의 와인 제품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와인과 관련한 노래와 기타 연주 등 다양한 흥미거리를 알리고 있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밀집한 장소를 찾는 기존의 관광 상품 대신, 전세계 곳곳에 자리한 고즈넉한 분위기의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품은 와이너리와 농장을 연결한 와인투어 상품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활용해 부부의 와이너리를 온라인을 통해 소개하는 상품을 개발한 것이다.
바실리스 코콜로치아나키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존의 여행 산업을 주춤하게 만든 반면,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의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다”면서 “온라인을 통한 가상의 와인 투어 상품과 집 앞까지 배송되는 와인 키트를 활용한 원거리 시음 서비스 등을 통해 팬데믹 기간 동안 새로운 와인 투어 상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부부가 블로그를 통해 소개해오고 있는 다양한 와인 관련 음악들은 이들 부부가 와인 투어 상품 중 하나의 과정으로 소개해왔던 대표적인 여행 상품이었다.
그는 “와인은 전세계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면서 “와인이 완성되기 이전의 포도 재배 단계부터 와인과 음식의 적절한 페어링 서비스, 와인 관련 음악 이벤트 등 소규모 그룹의 고객들이 마음껏 와인에 심취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기획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이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 오프라인 와인 투어 상품에 대해 부부는 ”내년 봄을 기준으로 기존의 예약률의 약 50%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바실리스 코콜로치아나키스는 “우리 와이너리는 운이 좋게도 코로나19 이전에도 항상 개인 또는 6명 이하의 소규모 고객 위주의 와인 투어 상품을 제공해왔다”면서 “전염병 방역의 면에서 고객들이 사회적 거리 준수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와인 투어 상품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와인 투어 상품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라면서 “와인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고, 포도 농장과 양조장을 연결한 비전 있는 와인 전문 상품 중 하나가 됐다”고 했다.
한편, 그리스는 유럽연합 소속 국가 중 가장 먼저 지난 4월 19일을 기점으로 국외 방문자의 관광 등을 허용한 바 있다. 그리스에서는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완료한 여행자들에 대해 접종 증명서를 소지할 경우 일체의 격리 과정 없이 이전과 동일한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또, 예방 접종 증명서가 없는 여행자일지라도, 또, EU에 포함된 모든 국가와 미국, 영국, 이스라엘, 세르비아 및 아랍에미리트 출신의 여행자에게는 그리스 도착 이전 72시간 이내에 받은 코로나19 핵산 검사 음성 확인서를 지참할 경우 기존의 자유로운 여행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사실상의 여행 자유 국가인 셈이다.
이 같은 전면 개방 방침은 그리스 전체 국내 총생산(GDP)대비 관광산업이 차지한 비중이 무려 18%, 그리스 근로자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인구가 여행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뤄진 방침이라는 분석이다. 바실리스 코콜로치아나키스 부부는 이 같은 당국의 방침에 대해 “와이 투어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가진 많은 이를 위해서라도 자유로운 이동과 여행을 통해 여행 산업과 와인 시장의 활성화가 이전과 같아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