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와인 소비 성장세에 힘입어 이미 와인의 가장 중요한 소비국 중(2018년 기준 소비량 5위) 하나로 자리 잡은 중국은 이미 규모 있는 와인 생산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우리에게 여전히 낯설지만 급격한 와인 소비문화의 변화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와인 산지와 현황에 대해 살펴봅니다.

면적으론 세계에서 두 번째 큰 와인 생산지, 그리고 그들의 품종
2019년 기준 중국은 8억 리터가량의 와인을 생산했습니다. 중국 내 약 26개의 지역에서 와인을 생산하며 주 지역은 베이징, 지린, 허난, 허베이, 텐진, 산둥, 산시 등 내륙의 북쪽에 위치한 곳에서 약 87퍼센트에 해당하는 와인 생산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보르도 와인에 대한 선호가 큰 중국인들의 소비성향에 맞춰 품종과 와인 메이킹 테크닉도 보르도 지역에서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 카베르네 소비뇽과 카르메네르(Carménère/Cabernet Gernischt), 메를로, 마슬란(Marselan)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주요 포도 품종입니다. 피망, 고추 계열의 향을 내는 물질인 피라진이 포함된 카베르네 계열의 적포도 품종에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남프랑스 출신 마슬란이라는 품종이 많이 재배되는 것은 좀 놀라운 일이지만, 중국인들이 즐겨 마셔온 와인의 스타일을 이해한다면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겠습니다. 마슬란은 백분병(powdery mildew)에 강해 산둥성과 같이 습도가 높은 곳에 매우 적합한 품종이며 역시 카베르네 계열 품종의 특징을 많이 보여줍니다.

중국의 대표 와인 산지
1. 산둥성(Shandong Province) : 펑라이, 옌타이, 칭다오시를 포함한 산둥성은 중국 와인 생산량의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큰 와인 산지입니다. 보르도 산지의 기후와 흡사해 그곳의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와인 메이킹 방식을 쓸뿐 아니라 프랑스의 보르도 샤토를 연상케 하는 건축물로도 유명합니다. 2000년 후반대부터 보르도 생산자들의 관심을 받아 다수의 투자자들이 이곳에 진출했으며, 샤토 라피트 로칭드는 2018년 그들의 중국 브랜드인 도멘 드 롱 다이(Domaine de Long Dai)를 이곳에서 생산, 발표하였습니다.

2. 닝샤(Ningxia) : 내몽고와 경계를 짓는 허란(Helan Mountain)이 위치한 닝샤는 고비사막 등으로 고립된 지역이며 높은 고도, 장소에 따라 극한 기후 환경 등을 가진 곳입니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르메네르등의 보르도 품종을 적극적으로 쓰는 두 번째 큰 와인 산지입니다. 유럽 주요 와인 산지의 등급제에 영향을 받아 2013년 독자적인 등급 시스템을 갖추었고, 오늘날 35개에 해당하는 지역 등급 지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3. 허베이(Hebei) : 세 번째로 큰 와인 산지인 이곳은 중국 내 가장 유명하고 널리 알려진 중국 와인 브랜드인 Great Wall이 위치한 곳입니다. 13,000헥타르에 해당하는 포도밭은 다양한 테루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4. 신장(Xinjiang) : 카자흐스탄, 타직스탄, 아프가니스탄 등과 국경을 마주한 신장은 강우량이 적고 밤과 낮의 온도차가 큰 것으로 유명합니다. 네 번째로 큰 와인 산지이지만 교통의 불편함과 단조롭거나 스위트한 와인을 위주로 생산하는 오명을 업고 블렌딩에 쓰는 벌크 와인 산지로 기억하지만, 다양한 기후와 지역적인 특색을 가진 와인 산지로 발전한 곳입니다.

5. 윤난(Yunnan) : 모엣헤네시가 투자하고 자리 잡은 이 지역은 높은 고도 덕분에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곳으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라오스, 미얀마 등의 동남아시아에 가깝고 히말라야의 테루아를 가진 곳입니다.

중국 와인을 대표하는 와이너리
신세계 와인 산지들이 그러하였듯 중국 또한 프랑스, 그리고 유럽의 다른 와인 산지를 벤치마크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전히 대부분 보르도 레드 와인에 대한 선호를 반영하는 풀바디 레드 와인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비개입주의 와인 생산 방식을 도입하는 소규모 와이너리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고, 화이트 와인이나 로제 와인에 대한 젊은 소비자의 수요도 일부 대도시를 위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와인 산업에 대한 국가적인 장려, 세계의 기술과 투자자들 몰려 중국 내수와 수출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자 하는 노력으로 중국은 오늘날 매우 빠르게 변화 중입니다. 명성을 빠르게 얻기 위해 국제적인 콩쿠르에 진출하고 유명 산지의 와인들과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는 등의 다양한 행사로 적극적으로 그들의 와인을 만들고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대표하는 와이너리 다섯 곳을 소개합니다.

1. Chateau Sun God Great Wall / Hebei
드라이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곳이자 1978년부터 와인 생산의 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곳은 중국의 리테일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Great Wall 와인을 만드는 곳입니다. 75 헥타르의 규모에서 국가적인 공식 행사에 자주 등장하는 와인으로 유명합니다.

2. Kanaan Winery / Ningxia
허란산의 동쪽에 위치한 이곳은 칼슘이 풍부한 토양에서 보르도 품종은 물론 샤르도네와 리슬링 같은 화이트 포도품종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잰시스 로빈슨과 같은 와인 평론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여러 콩쿠르에 참가하고 수상한 바 있습니다.

3. Chateau Changyu AFIP Global / Beijing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등의 여러 와인 산지의 합작으로 세워진 이곳은 베이징에 가까운 이점을 업고 낮과 밤의 큰 기온 차를 이용해 다양한 와인을 생산합니다. 지리적인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고자 투어 프로그램 및 교육 시설에 투자하여 경험할 수 있는 와이너리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4. Grace Vineyard / Shanxi
미국과 프랑스 오크 배럴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 및 과실 향이 풍부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는 이곳은 디캔터 아시아 와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바 있습니다. 이미 영국과 싱가포르 등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5. Dynasty Winery / Tianjin
1980년에 설립된 이곳은 중국과 레미 마르탱 아시아, 홍콩의 합작으로 설립되었습니다. 2000 헥타르에 해당하는 대규모의 포도밭에서 다양한 레인지의 와인을 생산하고 유기농법을 도입해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여러 나라에 수출 중인 와이너리입니다.

[중국에서 생산, 판매되는 모엣 헤네시의 샹동 스파클링]

중국의 와인 생산 수치에 대한 신빙성의 문제를 제기하다
몇몇 미디어와 와인 조사기관은 중국 와인 수입과 소비의 급격한 성장세엔 정확하지 않은 수치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Journal of Wine Economics에서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와인의 대부분이 대용량 벌크로 들어와 중국에서 생산된 와인을 블렌딩한 후 병입하며, 중국에서 생산된 와인이라는 레이블을 붙여 판매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실제 와인 생산량과 수입 후 중국 내 병입된 와인의 수량에 중복이 있을 수 있음을 언급했습니다.

급격히 발전해온 중국의 와인 소비와 문화
중국의 많은 인구에 비해 여전히 4-5퍼센트의 인구만이 와인을 소비하므로 인구대비 큰 비율은 아니라 볼 수 있겠지만, 중국에서 소비되는 와인의 절대적인 양에 힘입어 중국은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여전히 가장 높은 성장세는 와인 소비와 연결된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소비, 해외 문화의 유입 덕분입니다. 수입하는 와인의 90퍼센트는 레드 와인이 차지하며 와인 교육과 박람회가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프로그램은 와이너리 투어를 주요 프로그램으로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음식과 건강을 자주 연관 짓는 문화에서 적당한 양의 와인이 건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연구 결과 역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와인은 다른 주류에 비해 건강한 음료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