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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변신은 무죄, 이번엔 ‘종이병’으로 도전장

와인의 변신은 무죄, 이번엔 ‘종이병’으로 도전장

임지연 2023년 5월 22일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그 아버지 세대보다 알코올 소비량이 적다. 일본의 알코올 소비량은 지난 1995년 1인당 연간 평균 100리터에서 2020년 75리터로 크게 떨어졌고,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그동안 알코올 판매로 인해 벌어들였던 막대한 재정 수입을 포기해야 했다. 일본 매체 ‘Japanese Times’에 따르면, 지난 1980년 일본 전체 세수 중 알코올 판매로 인해 거둬들인 세금의 비중이 5%에 달했던 반면 2011년에는 3%, 2020년에는 무려 1.7%까지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2020년 회계연도 중 알코올로 인해 벌어들인 세금은 2019년과 비교해 무려 1,100억 엔(약 1조 800억 원) 이상 감소했다.

그야말로 일본 알코올 시장의 암흑기가 도래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일본 정부는 일본 청년들을 대상으로 정부발(發) 알코올 소비 촉진 캠페인을 벌이며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부가 직접 나서 국민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맛 좋은 술을 마시고 소비하라고 촉진하는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큰 화제성을 낳았던 캠페인이었다.

지난 2022년 8월, 일본 국세청은 일명 ‘사케 비바’(Sake Viva!)라는 캠페인을 주도하며 일본 언론 매체들의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 등 참여를 독려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20~39세의 일본 청년들 사이에 알코올 소비 붐을 일으켜 적정 수준의 세수를 확보하고자 노림수를 보였던 셈인데, 이 캠페인을 통해 일본은 가정 내에서의 알코올 소비와 유명 알코올 제조 업체들의 대대적인 신제품 출시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일반 대중과 공유하고자 했다.

그런데 일본에서 사케, 맥주, 위스키, 와인 등 그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알코올 음료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도 유독 알코올 시장의 새 혁신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이 있다. 최근 젊은 세대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와인 시장의 새 화두인 ‘종이’ 와인병이 그 주인공이다.

출처: theenglishvine.co.uk

친환경적인 측면과 실용성을 고루 갖춘 종이 와인병의 등장이 새로운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인데, 지난 2020년 스코틀랜드 독립 와인 판매업체 우드윈터스가 세계 최초로 종이 와인병을 상용화한 데 이어 이번에는 홍콩, 대만,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을 겨냥해 영국 와인브랜드인 ‘WHEN IN ROME’이 종이 와인병 시리즈를 내놓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영국의 유명 와인 브랜드인 ‘WHEN IN ROME’은 지난해에도 지속 가능한 포장재 회사인 ‘프루걸팩(Frugalpac)과 협력해 94%의 재활용 종이와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와인병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업체다.

그런데 이들이 최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를 겨냥한 종이 와인병을 화두로 한 새로운 마케팅을 시작한 것. 무엇보다 이들의 새로운 움직임에 대해 가장 큰 주목을 하는 아시아 시장은 단연 일본이다. ‘종이 와인병’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에 일본 와인 시장이 들썩이는 이유는 다름 아닌 지진대가 발달한 일본 특유의 지형적 특성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매년 일본 전역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지진 문제 탓에 유리병에 담아 유통되는 기존의 고급 와인들이 진열장에서 소비자들의 손에 닿기도 전에 파손되거나 유통 중 훼손되는 문제가 적지 않았기 때문인데, 지진에 취약하다는 일본의 고질적인 문제가 종이로 만든 새로운 형태의 와인병의 등장을 크게 반기게 만든 셈이다.

출처: frugalpac.com

무엇보다 기존의 와인 유리병이 가진 취급상의 난제를 극복하면서도 알루미늄 캔에 담아 유통하는 대체 상품이 가졌던 모양상의 한계와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동시에 극복하기 가장 좋은 대체품으로 종이병이 꼽히고 있다는 평가다.

유리로 만든 와인병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면서 출시됐던 수많은 알루미늄 캔 와인들이 사실은 기존의 많은 와인 애호가들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인데, 사실상 기존 와인 시장의 소비자들은 와인 유리병 특유의 모양을 추억, 그리워하며 알루미늄 캔이 이전의 와인 유리병을 대체하기에는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아쉬움을 표명해왔다.

반면 종이로 제작하는 새로운 형태의 와인병은 기존의 유리로 만든 것과 형태나 외관이 거의 동일하다는 점에서 제작자가 병의 원재료가 ‘종이’라는 것을 따로 표기하지 않는 한 소비자들 누구도 쉽게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는 점이 기존의 알루미늄 캔과 큰 차이로 꼽힌다. 이런 이유 덕분에 일본 와인 시장에서는 종이로 만든 와인병이야말로 각종 지질적인 일본 특유의 문제를 극복하고 친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재활용이 용이한 종이 와인병에 큰 관심을 집중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영국에서 생산돼, 아시아 국가로 판로 확장에 나선 프루걸팩이 생산하는 종이병은 기존의 일반 와인 유리병보다 무게는 5배 이상 가볍고, 탄소 발생량은 84%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또, 종이병 내부에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팩이 추가로 탑재돼 유리병만큼이나 맛과 풍미의 변질 없이 안전하게 배송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더불어 최근 ‘WHEN IN ROME’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확장을 목적으로 약 40만 파운드(약 6억 7천만 원)의 펀딩 모금 홍보를 대대적으로 시작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재활용이 어려운 기존의 유리 와인병의 한계에서 벗어나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것을 최종 목표로 ‘탈 유리병’ 움직임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번 펀딩 모금은 영국에서만 총 83명의 대규모 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통해 단 7일 사이에 무려 25만 6676파운드(약 4억 3천만 원)을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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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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