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와인과 각종 주류, 관련 기사를 검색하세요.

[와인바 Talk] 와인의 ‘비싼’ 이미지가 주는 효과

[와인바 Talk] 와인의 ‘비싼’ 이미지가 주는 효과

Emma Yang 2020년 3월 5일

다섯 번째 와인바 Talk, 와인의 ‘비싼’ 이미지가 주는 효과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드라마, 광고 등을 가리지 않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최고의 방법으로 와인이 등장하고 있다. 와인이 많은 사람들의 ‘주종(주로 마시는 술의 종류)’으로 여겨지지 않은 과거에는 와인은 그저 어렵고 우러러보며 가끔 해외에 나갈 때나 사 오는 비싼 술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마트에만 가도 수백 종이 널려있는 와인을 어느 누가 어렵고 비싸게만 보겠느냐마는, 아직도 우리가 접하는 매체들은 와인을 ‘고급’스럽게 모시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 사진 출처: ‘기생충:흑백판’ 스틸컷

와인만을 소재로 한 영화는 생각보다 드물어서 따로 찾아보아야 하지만, 와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 가장 이슈가 된 영화 ‘기생충’에서도 와인이 등장하고, 2012년 개봉작 ‘도둑들’, 2010년 개봉작 ‘하녀’에서도 와인이 등장하는 인상적인 장면들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개봉하는 모든 영화를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국내 유명 감독들이 제작한 몇몇 영화를 살펴보면 국내 영화에서 와인을 사용하는 목적과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영화 <하녀>의 한 장면 / 사진 출처: ‘하녀’ 스틸컷

부잣집 사모님이 거침없이 골라 드는 수 병의 와인들, 돈 때문에 쫓겨 다니지만 허영을 버리지 못한 도둑이 마시는 비싼 샴페인, 위선과 허영, 욕망이 투영된, 매일 저녁 의식처럼 마시는 레드 와인이 영화에 있다. 영화감독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재벌과 갑부들의 여유로운 삶의 상징이며, 그것을 갖지 못한 대중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고급스럽지만 부정적인’ 이미지에 와인을 사용했다.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 사진 출처: JTBC 포토 갤러리

한창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 푹 빠져 볼 때였다. 어느 날 상류층으로 신분 상승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이 노력의 일환으로 부자들과 함께 와인 강좌를 듣는 장면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실제로 이런 류의 강좌가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와인 강좌를 듣고 와인을 즐기는 것이 상류층의 전유물인 것처럼 비쳤다. 와인 업계 사람으로서 영화에서 보여지는 와인의 이미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아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런 이미지 때문일까, 와인바에 와인을 마시러 오면서도 와인은 비싸고 고급스러워서 마시기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손님에게서 너무 많이 듣는다. 그럴 때면 와인에 씌워진 선입견을 벗기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는 한다.

워커홀릭 펀드 매니저가 유산으로 받은 와이너리를 지키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드라마, 영화 <어느 멋진 순간> / 사진 출처: ‘어느 멋진 순간’ 스틸컷

와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많지만, 와인을 주제로 한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귀하다. 해외에서 제작되는 영화 가운데 와인 탄생을 위한 와인 메이커의 땀과 노력의 과정에 가족 또는 사랑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더한 영화들이 많다. ‘구름 위의 산책’, ‘어느 멋진 순간’, ‘와인 미라클’ 같은 영화에서 와인은 가족을 하나로 모이게 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매개체가 된다. 와인은 원래 그렇다. 따뜻하고 포근한 식사 자리에서 식욕을 돋워주고 분위기를 한층 더 즐겁게 해주는 ‘가족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이다. 영화 ‘사이드 웨이’에서는 그 ‘가족’이라는 중요한 중심점이 사라져 결국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비싼 와인도 볼품없게 되어버린다.

한때는 부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와인은 세월이 지나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 곁의 ‘주종’이 되었다. 와인바를 방문하는 손님들을 보면서 와인을 즐기는 이들의 성별은 물론, 연령대가 점점 넓어지고 있음을 매순간 느끼고 있다. 올해 1월 1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20살이 되는 바로 그날, 와인바 앞에 진풍경이 펼쳐졌다. 새해 전날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타고 길거리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한창 앳돼 보이는 친구들이 12월 31일 자정 전부터 가게 앞을 서성거렸다. 시계를 확인할 새도 없이 바빴던 그 시각에 3~4명의 어린 손님들이 가게로 들어와 와인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너무 어렸기에 주민등록증 확인을 요청했고, 갓 20살이 된 이들에게 와인을 팔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너무 궁금했다. 사실 우리 와인바는 갓 20살이 된 손님이 들어오기에는 쉽지 않은 분위기였으니까. 그들은 와인이 주는 고급스러움과 편안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좋아서, 그들의 공식적인 ‘첫술’로 느끼고 싶어 와인바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와인에 대해 질문하고 진중하게 대답을 들으며 배우려는 그들에게서 매체가 보여주는 허영과 욕망의 아이콘인 와인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와인이 ‘비싼’ 이미지를 주어야 한다면 그 안의 긍정적인 효과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직도 와인을 부자들의 허영과 욕망의 상징으로 표현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와인의 이미지가 모두 이렇게 비싸고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단지 그 ‘비싼’ 이미지를 조금만 탈피하면 된다. 그리고 우리 매체들이 와인을 좀 더 가족적이고 편안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Tags:
Emma Yang

모두가 와인을 쉽고 재밌게 마시는 그 날을 위하여~

  • 1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