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여름을 닮은 오스트리아 와인이 새로운 비상을 준비한다. 한동안 깊은 잠에 들었던 전 세계를 향해 ‘reFocus Austria’를 외치며 활기차게 문을 두드린다.

4월 20일, 포시즌스호텔에서 오스트리아와인협회와 오스트리아대사관 무역대표부가 공동으로 준비한 오스트리아 와인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다. 볼프강 앙거홀처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의 따뜻한 환영 인사를 시작으로 와인비전 방문송 원장의 각 와인 산지별 특징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고, 현재 국내에 수입되어 유통 중인 16종의 와인을 시음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의 단 1%를 차지하지만, 품질에 있어서는 그보다 훨씬 큰 존재감을 보여주는 오스트리아 와인. 오스트리아는 프랑스 부르고뉴와 같은 위도에 걸쳐있지만, 유럽 대륙의 중앙에 위치하며 독특한 기후를 형성한다. 동쪽의 대륙성 파노니아 기후와 서쪽의 온화한 대서양 기후, 그리고 남쪽의 지중해성 기후와 북쪽에서의 차가운 공기가 내려와 만나는 곳에 오스트리아가 존재한다. 따뜻하고 화창한 여름과 가을의 낮, 그리고 밤에는 북쪽에서 부는 차가운 바람에 의해 서늘한 기온이 조성되어, 좋은 바디감과 섬세한 캐릭터를 가진 신선하고 향기로운 와인이 생산된다.

오스트리아는 지금도 서늘한 기후에 속하지만, 1980년 이후 평균 기온이 2도가 오르면서 여름이 더 더워지고 겨울에는 강설량이 감소했다. 가뭄, 홍수, 늦은 서리 등의 위험 요소가 많아지고, 겨울을 쉽게 버티고 살아남은 해충에 의한 고민거리가 늘었다. 이에, 고지대의 포도밭과 저항성 높은 포도 품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갈토, 실트&모래 토양, 뢰스(Loess), 결정 편마암, 역암 등 작은 규모의 국가에 다양한 토양이 구성된 오스트리아는 여러 흥미로운 와인을 생산한다. 이처럼 오스트리아의 다채로운 기후와 토양은 리슬링, 소비뇽 블랑, 피노 누아 등 국제 품종에 이상적인 떼루아를 제공하며, 세계적인 명성의 화이트 품종인 그뤼너 벨트리너(Grüner Veltliner)를 비롯하여 츠바이겔트(Zweigelt), 블라우프랜키쉬(Blaufränkisch) 등 오스트리아의 토착 품종 역시 그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는다.

그뤼너 벨트리너는 오스트리아의 가장 중요한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 백후추의 풍미가 두드러진 높은 산도의 드라이 와인이 선호된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적포도 품종인 츠바이겔트는 부드러운 타닌과 검은 베리류의 과일 풍미가 매력적이다.

오스트리아 와인은 수천 년의 전통을 이어오는 한편,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생산자들에 의해 현대적인 와인 생산국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실험적인 ‘내추럴 와인’ 생산이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자연을 존중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오스트리아는 유기농업의 세계 선두주자로 알려져 있다. 오스트리아 전체 농가의 27%, 그리고 포도원의 16%가 유기농법 지침에 따라 관리된다. 유기농 또는 바이오다이나믹 인증 와인에 대한 EU 유기농 로고와 별도로, 오스트리아에는 지속가능한 농법 관련 인증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포도 수확부터 와인 병입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여도 및 전체 생산공정을 면밀히 검토 후 합격한 와인에만 ‘Sustainable Austria’ 인증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가족 농장이 대부분인 오스트리아에서는 대량 생산이 아닌, 엄격한 수확량 제한을 바탕으로 고품질을 추구하는 노동 집약도가 높은 형태의 생산 과정을 거친다. 이에, 오스트리아에는 초저가 와인은 없으나, 뛰어난 품질의 와인으로 가성비를 따진다면 다른 국가보다 뛰어난 가성비를 보인다.

오스트리아 와인법은 지리적 표시가 없는 와인, 지리적 표시가 있는 와인(PGI; Protected Geographic Indication), 원산지 명칭 보호 와인(PDO; Wine with 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으로 계층화된 EU 와인법을 기반으로 한다.

오스트리아 전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바인(Wein), PGI 급은 란트바인(Landwein), PDO 급은 크발리태츠바인(Qualitätswein)으로 분류된다. 크발리태츠바인은 일반 지역의 크발리태츠바인과 지정 지역의 크발리태츠바인으로 나뉜다. 지정 지역의 크발리태츠바인(DAC; Districtus Austriae Controllatus)은 특정 지역의 대표적인 포도 품종과 와인 스타일에 중점을 두며 지역 특색을 살린 핵심 와인 지역에 부여된다. 크발리태츠바인 와인의 캡슐에는 레드-화이트-레드의 오스트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반데롤레(Banderole) 띠와 생산자 등록번호가 표시되어 있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9개 연방주 지역의 크발리태츠바인 중 최대 생산지인 니더외스터라이히[Niederösterreich(Lower Austria, 27,160 HA]에는 8개의 지정 와인 산지가 위치한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포도 재배지인 바인피어텔(Weinviertel) DAC는 최초로 DAC로 지정되었으며, 후추 풍미가 잘 드러나는 그뤼너 벨트리너 와인을 생산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카우(Wachau) DAC는 가파른 도나우 협곡의 포도밭에서 그뤼너 벨트리너와 리슬링이 주로 재배되고, 수십 년의 장기 숙성력을 갖춘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만든다.

뜨거운 대륙성 파노니아 기후의 영향을 받는 부르겐란트(Burgenland, 11,904 HA)는 복합미가 있는 화이트 와인과 최고급 스위트 와인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최고의 레드와인 산지로 명성이 높다. 특히 노이지들러제(Neusiedlersee) DAC는 수심이 얕고 드넓은 노이지들 호수의 영향으로 베렌아우스레제(BA)와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BA) 같은 스위트 와인 생산을 위한 최상의 테루아를 갖추고 있고, 츠바이겔트 품종으로 오스트리아 최고 수준의 레드 와인을 생산한다.

또한, 오스트리아 와인 산지의 최남단에 위치한 슈타이어마르크(Steiermark, 5,054 HA)는 소비뇽 블랑 등 다채로운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고, 빈(Wien, 580 HA)은 그뤼너 벨트리너, 리슬링, 바이스부르군더와 샤르도네, 그리고 뛰어난 레드 와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종들이 재배된다. 이곳은 오스트리아 수도의 그린벨트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시민들의 문화생활과 관광 유치 등 경제를 구성하는 전통적인 포도 재배 지역이다.

이번 마스터 클래스에서 소개된 16종의 와인은 모두 현재 국내에 수입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다양한 지역과 품종의 와인을 한자리에서 비교하며 시음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시음 와인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Szigeti, Grüner Veltliner brut Sekt Klassik NV || Machherndl, Grüner Veltliner Ried Wösendorfer Kollmütz 2020 || Jurtschitsch, Grüner Veltliner “Stein” 2020 || Schloss Gobelsburg, Grüner Veltliner Ried Lamm 2019 || Markus Huber, Riesling ＂Engelsberg＂2020 || Salomon Undhof, Riesling Ried KÖGL 2020 || Domäne Wachau, Riesling Ried Achleiten 2019 || Wieninger, Gemischter Satz Bisamberg-Wien 2019 || Sattlerhof, Sauvignon Blanc 2020 || JR, Rotgipfler Ried Satzing 2019 || Kracher, Zweigelt 2018 || Heinrich Gernot und Heike, Blaufränkisch 2017 || Arndorfer Martin & Anna, Grüner Veltliner “handcrafted” 2019 || Gsellmann Andreas, St. Laurent 2018 || Claus Preisinger, Pinot Noir 2019 || Schloss Gobelsburg, Grüner Veltliner Eiswein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