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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연의 재즈쿠킹-2 휴식같은 기본 빵과 빌 에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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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연의 재즈쿠킹-2 휴식같은 기본 빵과 빌 에반스

양수연 2017년 10월 2일

“실패 없는 기본 아티산 브레드, 재즈의 생명력으로 만든다. “

내 손에 쥐어진 빵 한 조각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안에는 발효되는 미생물의 꿈틀거림이 있고 목숨을 부지하고자 했던 쟁취의 역사와 전복이 있고 그토록 많은 시인에게 영감으로 작용했던 고독이 있다.
밀밭의 풍경 수십 점을 남겼던 빈센트 반 고흐는<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마지막으로 그린 뒤, 황금빛으로 요동치는 그 밀밭에서 자살했다. 서양 사회에서 밀은 삶의 양식이며 생명이며 원초성을 상징한다. 기독교에서 빵은 예수의 살을 상징한다. 19세기 미국의 교육 지침에는 “베이커(제빵사)에게 늘 감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빵은 인류사에 가장 오래된 음식 중 하나이며 귀한 것이었으며 많은 이들이 눈물로 먹는 것이었다. 빵을 쟁취하기 위해 전쟁을 치렀고 빵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부엌에서 시간을 보냈다.

고흐의 황금빛 밀밭 작품들처럼 다채로운 색감의 재즈와 함께 원초적인, 기본의 빵을 만들어보자.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를 곁들이자.
나는 전기로 반죽하는 스탠드 믹서를 가지고 있지만, 많은 경우 손으로 직접 반죽하는 것을 즐긴다. 잡념을 버리고 고요한 가운데 아름다운 재즈를 틀어놓고 밀가루의 부드러운 촉감과 이스트의 생명력을 느끼면서 천천히 때론 빠르게 손을 움직이며 반죽이 단단해져 가는 것을 몹시 즐긴다. 이 과정은 명상하는 것처럼 마음을 편하게 한다. 반죽하는 시간은 10여 분 남짓. 1971년 빌 에반스가 녹음한 “The Two Lonely People” 곡이 끝날 즈음엔 반죽도 끝나갈 것이다. 이 곡의 제목처럼 외로운 두 사람이 만나 빵과 와인, 재즈를 곁들일 수 있다면.

빌 에반스가 작곡한 “The Two Lonely People” 은 1971년 그의 앨범 에서 그의 트리오(에디 고메즈-베이스, 마티 모렐- 드럼)와 처음 녹음한 이후, (Milestone, 1974), (Milestone, 1991) 등 여러 앨범에 남겼다.

빵을 만드는 데엔 2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만 1시간 이상은 발효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기에 그 시간 내내 그 빵에 몰입할 필요는 없다. 휴식 같은 요리, 명상 같은 요리가 이 빵의 목적이다. 재즈에 귀를 열고 마음을 열기만 하면 된다. 이 레써피를 그대로 따라 하면 실패하지 않는다.
시작하기 전에 내 고향 같은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1830~1886)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
“나는 내일 빵 만드는 것을 배울 것이다. 내가 소매를 걷어 올리고 밀가루를 기품있게 반죽하는 것을 같이 상상해보자. 만약 당신이 생명의 음식을 만들 줄 모른다면 당장 배우는 게 좋겠다.”

Bill Evans Trio “The Two Lonely People” from (Milestone, 1974)
(Bill Evans – piano, Eddie Gómez – bass, Marty Morell – drums)

 

<기본 아티산 브레드 만드는 법>

준비

밀가루(강력분) 272g (미국 계량컵 기준 2 cup)
차가운 물 235 ml (미국 계량컵 기준 1 cup)
인스턴트 이스트 1작은술 (teaspoon)
* Active Dry Yeast를 사용할 경우 1 & 1/2 작은술
소금 (sea salt) 1작은술

만드는 법

1. 물을 큰 그릇에 담고 준비한 이스트를 넣는다. 이스트가 풀어지면 밀가루를 세 번에 나누어 섞고 소금을 넣는다. 나무 주걱으로 휘휘 저어 준다.

2. 본격적인 반죽을 시작한다. 반죽을 반으로 접고 누르고 또 각을 달리하여 반으로 접고 누르고를 반복하면서 반죽한다. 빌 에반스의 The Two Lonely People 곡이 끝날 때까지 집중하여 빠른 손놀림으로 약 8분~10분간 반죽한다. 이때 약간의 밀가루를 뿌려가며 반죽한다. 단, 너무 많이 밀가루를 뿌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반죽이 끝난 상태

3. 1차 발효하기 : 반죽이 탱글탱글한 상태로 공처럼 완성이 되면 플라스틱 랩으로 덮고 1시간을 실온에 놔둔다.
1시간 뒤 반죽을 꺼내 4~5번 눌러 주며 다시 공 모양을 만든다. 발효된 반죽에 가스를 빼주는 과정이다. 다시 랩을 씌우고 5분 정도 실온에 그대로 둔다.

4. 본격적으로 성형한다. 공 모양을 그대로 놔두어도 되고, 긴 바게트를 만들기 위해 길게 모양을 내도 좋다. 이 레써피는 그대로 공 모양 상태로 놔두었다.(성형 과정)

5. Proofing (2차 발효) 을 시작한다. 따듯한 곳(섭씨 27~46도 사이)이 좋다. 1차 발효 때보다 약간 높은 온도여야 한다. 이 레써피에선 미리 오븐에 따듯하게 달군 무쇠(cast-iron) 냄비 안에 반죽을 넣고 플라스틱 랩으로 덮은 뒤 실온에서 25분간 2차 발효를 했다. 쉽게 열이 식지 않은 무쇠 냄비가 없다면 전기장판 위도 좋고 더운 여름철이라면 냉기 없는 실온 상태에서도 괜찮다. 2차 발효는 20~30분 정도가 적당하다. 단, 오래 발효되면 품질이 떨어지니 주의한다.

2차 발효는 미리 따듯하게 데운 무쇠 냄비 안에 반죽을 넣고 랩으로 덮은 뒤 25분간 했다

6. 발효가 끝난 반죽은 오븐 전용 베이킹 시트에 옮긴다. 이때 베이킹 시트 위에 콘 밀(corn meal)을 뿌려 달라붙지 않게 하면 좋다. 이 레써피는 2차 발효할 때 썼던 무쇠 냄비 그대로 오븐에 넣어 구웠기 때문에 옮겨 담지 않았다. 무쇠나 돌로 된 오븐 전용 제품은 빵 겉면을 더 바삭하게 하므로 추천한다.

빵 위에 나이프로 선 모양을 몇 개 긋고 나서 밀가루를 반죽 위에 살짝 뿌린 후 오븐에 넣는다. 섭씨 230도 (화씨 45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25분 정도 익힌다.
오븐에 반죽을 넣은 뒤 동시에 추가로 별도의 오븐 용기에 물을 한 컵 담은 뒤 함께 굽는다. 물을 넣는 것은 오븐 안에 수분을 주어 빵의 겉면을 보다 바삭하게 하기 위함이다. 오븐은 가정마다 온도 차이가 있으므로 겉면이 갈색으로 그을릴 때까지 구우면 된다. 빵의 내부 온도가 82~88도 정도 되면 다 익은 것이다.

오븐에서 꺼낸 직후의 빵, 내부 온도가 섭씨 82~88도 정도 되면 다 된 것이다.

7. 오븐에서 꺼낸 빵은 실온에 10분 정도 놔둔 뒤 꺼내어 식힌다.

빵은 Brie와 같은 소프트 치즈와 잘 어울린다. 파슈토어(Pashto)와 말린 과일, 포도, 올리브 등을 곁들여도 좋다. 양질의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 블랙 솔트, 후추, 파마산 치즈와 여러 스파이시스를 뿌린 소스에 빵을 찍어 먹어도 좋다.

Tags:
양수연

Jazz critic, Jazz storyteller, Culinary artist. (재즈 비평가, 재즈 스토리텔러, 컬리너리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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