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많은 이들은 알코올이 초래하는 각종 범죄를 떠올리며 사회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고 주장하고는 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알코올 남용자들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율 급증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각 주 정부의 알코올 제조, 유통, 판매 등과 관련한 매우 엄격한 ‘허가증’ 발부 제도까지 알코올에 대해서만큼은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상당수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는 ‘알코올’ 중독자에 의한 약물 중독사례, 또 이들로 인해 벌어지는 각종 강력 범죄에 대한 인식 탓에 ‘알코올=죄악’이라는 단죄를 내리길 꺼리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인간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큰 힘을 보태고 있는 ‘알코올’이 가진 순기능을 이대로 외면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단순히 알코올이 초래하는 각종 비용에 대해 무조건 ‘사회악’으로 간주하는 것은 자칫 한 쪽 주장에만 귀를 기울인 꼴이 되기 쉽다.
때문에 이번 원고에서는 알코올이 가진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사실상 어느 사건에서나 악(惡)한 면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만큼, 이번 호에서는 생각보다 더 많은 ‘순’기능을 가진 알코올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눈여겨보고자 한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알코올의 ‘순기능’
알코올이 가진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장하는 이들이 꼽는 첫 번째 순기능은 ‘적당한 음주’가 인간의 건강에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음주 인구를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 결과, 적당량의 음주는 장수의 필수 조건으로 확인됐다. 특히 와인, 맥주, 보드카, 위스키, 데킬라와 같은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제품들이 인간의 신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은 폭음으로 인한 해악의 정도를 넘어선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이하 CDC)와 국립알코올남용및알코올중독연구소(The 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 Alcoholism, 이하 NIAAA)도 이 같은 연구 결과에 힘을 실어줬다. 이들의 조사에 따르면, 만약 현재 매일 평균 적당량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이들 중 음주를 멈출 경우, 연간 8만 명의 사망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술을 즐기는 습관으로 인해, 매년 8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사망하지 않고 생명을 보존해오고 있다는 것.
이처럼, 적당량의 술을 즐길 경우 심장마비, 뇌졸중 외에도 상당수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만일의 경우 미국인들이 하루아침에 어떤 이유로든 알코올 음용을 중단할 시, 심장마비와 뇌졸중 등의 사유로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이들 연구소의 공식 입장이다.
그런데 이 같은 알코올이 가진 긍정적인 사회 비용 측면은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최근 영국 런던대학교 과학자들은 적당한 음주로 인해 많은 수의 시민들이 매년 더 긴 시간 생명을 연장해오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 런던대학교 연구소 과학자들에 따르면, 영국 국민들이 어느 날 갑자기 금주를 선언할 경우 현재의 사망률은 급작스럽게 매우 높은 수치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안 화이트 박사(Dr. Ian White)가 주도하는 해당 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간 약 1만 5천 명의 영국인들이 적당량의 알코올 섭취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술 과다 복용 및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사망한 이들의 수는 연간 약 1,864명에 그쳤다고 집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당 연구팀은 알코올의 사회적 비용 초래 등 술이 가진 단점을 부풀려 지적하길 좋아하는 이들로 인해, 자칫 대중들이 알코올 오남용으로 인한 각종 경제적 비용에 대해 오해하는 경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NIAAA’의 통계다. 이들은 매년 알코올과 관련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측정할 때, 술이 가진 순기능 측면을 포함해 계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알코올은 그 생산과 유통, 판매 과정에서 생산자의 수입과 이익, 정부가 벌어들이는 각종 세금 등이 존재하는데, NIAAA 측이 공개하는 비용에는 이 같은 긍정적인 경제적 측면은 일절 포함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해당 보고서는 ‘거짓 비용’ 산출로 대중에게 알코올의 부정적인 인상을 남기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영미권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David Heien과 사회학자 David Pittman 박사 역시 힘을 실어줬다.
두 박사는 “우리는 평소 술을 적당량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금주를 주장하는 이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적당량의 술을 즐기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과 비교해 연평균 7% 이상의 더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수의 사건 사고의 원인에 대해 ‘술’을 연관시키는 것은 알코올에 모든 피할 수 없는 문제를 전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이 같은 저평가된 알코올의 순기능적인 측면을 외면한 주장을 일절 거부한다”고 했다.
실제로 ‘술’로 인해 비롯되는 각종 사회문제는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인 셈이다.
특히 이들 두 박사는 “흥미로운 사실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알코올을 적당량 섭취해 건강을 유지하는 이들의 사례가 더 많다는 점을 대중들이 간과하고 있다”면서 “알코올 남용으로 인해 사망하는 이들의 경우보다 적당량의 술을 섭취해 건강을 유지하는 이들이 상당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점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필자 역시 알코올 섭취는 무조건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편견을 넘어, 알코올 소비의 긍정적인 사회적 효과에 대해 귀 기울여보자고 이야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제는 오랜 기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사회악’으로 손가락질을 받아왔던 알코올이 가진 사회적 기능에 대해 편견을 거두어 보면 어떠할까.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오랜 기간 외면당했던 술이 가진 순기능적인 측면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