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00여 개 국가 중 필자가 경험한 곳은 7곳에 불과하지만, 각 나라에 첫발을 내디딜 때마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그 나라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일본, 대만과 같이 섬으로 이뤄진 곳에서는 수 천 년의 역사를 섬이라는 국한된 장소에서 만들어 온 그 민족만의 두드러지는 매력을 느꼈고, 365일 무더운 동남아 지역의 국가에서는 무슨 일이든 천천히 하는 천진난만한 눈을 가진 사람들에게 푹 빠져 지냈던 적이 있다.
그리고 56개 민족으로 이뤄진 14억 명이 거주하는 나라 중국에서는 이 모든 나라의 특색이 한 곳에 어우러진듯한 느낌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 한 면만 보고 중국의 매력을 설명할 수 없는 것도 이 탓일 것이다. 마치 커다란 코끼리의 일부분을 보고 그 실체를 단정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 가운데 필자가 느낀 가장 뚜렷한 중국인들의 특성은 매우 현실적이며 직설적인 성향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들은 돈과 실리에 밝고, 좋은 것이라면 그것이 원수의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취(取)’하는 쪽으로 선택하길 망설이지 않는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일본에 대한 반일감정이 자리잡고 있음에도 일본의 발달된 의식주 문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때문일까. 베이징에서는 일본의 유명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토록 강력한 반일감정이 존재하는 베이징에서조차 소위 ‘잘 나간다’는 일본 전통 식당이 있으니, 오늘은 그곳을 찾아갔다.
중국어로는 ‘쏭즈(松子日本料理)’, 일본어로는 ‘마츠코’로 불리는 일식 전문 식당이다. 베이징에만 총 9곳이 있는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100위안 남짓한 금액으로 훌륭한 일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뷔페다.
80여 가지나 되는 일식 메뉴가 있고 일본식 차림새의 종업원들이 ‘이럇샤이마세’와 ‘아리가또고쟈이마시타’를 외치는 곳이니, 분명 ‘왜색(倭色)’이 짙은 것이 분명하지만, 평일이든 주말이든 가리지 않고 앉을 자리가 부족하다. 11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 계속되는 뷔페 시간대에는 12시를 넘지기 않고 찾아가야만 제시간대에 입장이 가능할 정도다. 12시 이후에는 화려한 정찬을 즐기려는 직장인들의 발길로 인해 30여 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중국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은 회사에 따라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오전 11시 30분부터 2시까지로, 이 시간에는 중간 휴식 개념의 ‘낮잠’ 시간이 포함돼 있다. 때문에 이 시간을 이용해 길고 긴 정찬 뷔페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쏭즈의 주요한 소비자로 꼽힌다.
맛은 물론이거니와, 이곳이 명성을 얻은 또 다른 이유는 싱싱한 회를 무한정으로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내륙에 자리한 베이징의 지리적 특성상 싱싱한 회를 맛보기가 쉽지 않은데, 일식 특유의 정갈한 메뉴와 더불어 뷔페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제공되는 연어, 참치, 광어, 새우 등 ‘모둠회’ 한 접시를 맛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의 수도 상당하다.
필자 역시 이곳에서 처음 맛본 새우 회의 맛을 잊지 못해 수차례 쏭즈를 찾은 바 있다. 그만큼 입안에서 녹는 그 맛은 말로 다 형용할 수가 없으니, 한국에서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잊지 않고 이곳을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찾아가는 방법
※세기성점(世纪城店, 오피스 지역에서 벗어난 곳으로 뷔페 시간대에 손님이 가장 적다는 장점이 있다)
주소: 北京市海淀区蓝靛厂世纪城三期老营房路金夕园甲1号2段(老营房路靠近西四环)
예약 문의: +86 010-88448241
010-88448242
영업시간: 월~금요일 11:30-14:30, 16:00-22:30
주 말 11:00-14:30, 16:00-22:30
거창한 일식 뷔페가 부담스러운 소식가(小食家)들에게는 한 접시에 두 피스가 올려진 회전 초밥집 ‘스시 익스프레스’가 제격이다.
특히 주머니 가벼운 대학가 인근에서 젊은이들에게 유명세를 얻은 타이완 기업체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점이다.
한 접시에 단돈 6위안밖에 하지 않으니, 혹시 맛이 없거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 있으나, 상점 밖으로 긴 줄을 선 행렬이 증명하듯 맛과 가격을 동시에 잡은 스시 전문 레스토랑이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다양한 고객이 찾아오는데, 일면식 없는 이들이 긴 회전 스시 판을 앞에 두고 옹기종기 어깨를 기대어 가며 먹는 맛도 좋다.
혼자 찾아와도 좋을 만큼 1인용으로 구성된 저렴한 가격의 메뉴가 많다는 점도 이곳이 끊임없는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다. 1인 식탁과 1인용 메뉴는 최근 중국의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세태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고객들이 혼자 찾아와 부담 없이 식사를 즐기고 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스시익스프레스’는 지난 1996년 타이완에서 작은 회전 초밥집으로 문을 연 이후, 2017년 1월 기준 중국 대륙과 홍콩, 싱가포르, 미국, 타이완 등지에 총 300여 곳의 분점을 운영, 총 9천여 명의 정직원을 고용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이라는 호평도 받고 있는 곳이다. 베이징에만 총 22곳의 분점이 있다.
그 가운데 필자가 찾은 곳은 한국인 유학생들이 상당수 거주하는 ‘우다코우(五道口)’에 자리한 로터스 쇼핑몰 내부 1층에 자리한 스시 익스프레스다.
인근에 한국인 어학연수생들이 많이 재학하는 곳으로 유명한 베이징어언대학교, 칭화대, 베이징대 등이 인접해 있는 탓에 스시를 맛보러 오는 한국인 학생들을 하나둘 쉽게 마주칠 수도 있는 곳이다.
한참 스시 맛에 빠져 있을 때 즈음이면, 어디선가 익숙한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이들을 종종 마주할 수 있는데 타향에서 같은 한국인을 만났다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어, 필자는 이곳을 찾아가길 유독 더 좋아한다.
스시의 맛도 맛이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뜨거운 우롱차의 맛도 매우 훌륭하다. 더욱이 매년 1~2월이면 어김없이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는 차가운 베이징의 날씨에 지친 몸을 풀기에 뜨거운 우롱차만 한 것이 없다. 어떤 날은 스시보다도 이 집 우롱차의 맛이 생각나 찾아가고픈 날이 있을 정도니, 은은한 우롱차 한 잔이 주는 한 겨울의 깊은 위로는 말로 형용하기가 어렵다.
◇찾아가는 방법
※ 청푸루점(成府路店)
주소: 北京市海淀区中关村东路8号(易初莲花1F)
예약 문의: +86 010-82526629
영업 시간: 11:30-22:00, 365일 연중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