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후 스페인의 정책에 의해 인증을 받은 규모 있는 몇몇 주요 와이너리만 쉐리라는 이름을 붙인 와인을 수출할 수 있었고, 와인의 질이 향상되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쉐리 지역에서 생산하는 포도의 질과 와인 메이킹은 상대적으로 그 성장세가 주춤했습니다. 판매량과 와인의 질 전반에 걸친 위기를 어렵게 극복한 후 2019년 현재, 헤레즈(Jerez) 지역의 특별한 테루아와 포도 품종을 소개하고 제대로 알리고자 하는 젊은 와인 생산자들 그리고 전통적인 쉐리를 만들던 와이너리의 후손들이 쉐리의 새로운 미래를 쓰고 있습니다. 현대 와인 메이킹을 배우고 경험한 후 이 땅에 돌아와, 헤레즈, 즉 쉐리 지역이 가야 할 길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는 그들입니다.
주목해야할 인물은 Cota 45의 대표이자, 다양한 쉐리 와이너리의 품질을 개선하고 토양을 연구해온 라미로 이바녜즈(Ramiro Ibáñez)와 보데가스 루이스 페레즈의 2세, 윌리 페레즈(Willy Pérez)입니다. 젊은 와이너리인 보데가 포르롱(Bodega Forlong)도 추가로 소개하겠지만 아쉽게도 이들의 와인은 아직 한국에 수입되고 있지 않습니다. 스페인에서는 물론 여러 나라에서 주목받고 있는 생산자들이며, 쉐리의 미래를 맛볼 수 있는 이들의 와인을 해외에서 기회가 될 때 시도해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1. 보데가 루이스 페레즈(Bodegas Luis Pérez)
쉐리를 만드는 포도 중 팔로미노 캘리포니아라는 특정 품종은 수확량의 이점이 있어 많은 면적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유명한 식품 공학자이며 레드 와인과 올리브 오일을 생산했던 루이스 페레즈의 아들인 윌리 페레즈는 팔로미노 캘리포니아의 선조격인 팔로미노 비에호 84(Palomino Viejo 84)라는 포도 품종을 2주에서 3주가량 늦게 수확해 원하는 알코올 도수를 확보하고, 주정 강화를 거치지 않은 2013년 빈티지 피노를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플로르(flor)는 흥미로운 아로마를 와인에 더하기에 필요한 것이지만, 알코올을 소비하기 때문에 플로르를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하는 기법을 쓴 결과 전통적인 주정 강화를 하지 않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피노를 선보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교하고 탄탄한 베이스의 와인을 생산하고, 다양한 양조와 포도재배 기술을 아낌없이 나누는 와이너리이기도 합니다.
마셔봐야 할 와인 : 라 바라후엘라(La Barajuela), 피노(Fino)
싱글 빈야드, 40년 이상 된 포도나무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든 라 바라후엘라는 태양을 흠뻑 머금은 포도의 아로마, 아몬드의 노트, 모과와 사과의 등 다양한 아로마와 캐릭터를 충분히 보여주며 부드러운 텍스쳐와 우아한 산도의 균형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보데가스 루이스 페레즈의 정교한 와인 메이킹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와인입니다.
2. 꼬따45, 라미로 이바녜즈(Cota 45, Ramiro Ibañez)
라미로 이바녜즈는 후안 피녜로(Juan Piñero)와 같은 유명한 와이너리에서 와인 컨설턴트로 일했습니다. 풍부한 쉐리 메이킹 경험으로도 이미 유명하지만 잊혀진 쉐리의 역사를 되살리고자 여러 문헌을 공부하고 모으는 그는 와인 메이커라기보다 쉐리 역사학자에 가깝다고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고대 포도 품종, Mantúo Castellano, Beba, Perruno, Cañocazo처럼 이미 잊혀진 지 오래된 이 지역의 포도 품종에 팔로미노 품종을 더해 와인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가 말하는 고대 포도 품종의 장점은 충분한 사과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정 강화를 거치지 않아도 오크통에서 발효, 숙성하며 자연스럽게 숙성을 충분히 한 와인의 특징을 가진 쉐리로 탄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라미로 이바녜즈는 앞서 소개한 루이스 페레즈의 윌리 페레즈와 함께 쉐리의 역사, 쉐리가 걸어온 길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책을 집필 중입니다.
마셔봐야 할 와인 : 판도르가(Pandorga) 페드로 히메네스(Pedro Ximenez)
산루까르(Sanlucar)지역에서 연이라는 뜻을 가진 판도르가는100 퍼센트 페드로 히메네스 포도를 태양 아래 10일간 말려 절반 크기의 포도를 압착한 후 발효하고 버트에서 인위적인 온도조절 없이 12개월 숙성, 주정 강화 없이 병입 후 출시됩니다.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스위트 와인 중 매우 인상적이며 셀 수 없는 다양한 아로마와 과실의 향이 느껴지는 복잡 미묘한 스위트 와인입니다.
3. 보데가 데 포르롱(Bodega de Forlong)
알레한드로 나르바에즈(Alejandro Narváez)와 로씨오 아스페라(Rocío Aspera)는 와인을 만들기 전엔 마케팅과 경영학을 공부하고 일했던 젊은 커플입니다. 2007년 로씨오의 아버지가 포도밭을 구입하며 포도밭을 가꾸고 2009년 와인을 최초로 만들어본 후, 그들이 나고 자란 이 지역의 와인을 평생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이후 알레한드로는 보르도에서 포도재배와 양조학을 공부하고, 로씨오 또한 여러 지역에서 양조학을 공부한 후 보데가스 루이스 페레즈에서 포도 재배와 양조를 두루 경험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6 헥타르 가량의 포도밭에서, 비오다이나미 방식을 적용하고 내추럴 효모를 이용하며 레드와인에서 쉐리까지 다양한 종류의 최소 개입 와인을 생산하는데, 무엇보다도 이 지역의 대표적인 석회질의 하얀 토양인 알바리사(Albariza)의 특징을 최대한 표현한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셔봐야 할 와인 : 라 플뢰흐(La Fleur), 피노
유기농으로 재배한 팔로미노 100% 와인은 발효가 끝난 후 쉐리 버트에서 2년간 플로르 아래 숙성 기간을 거칩니다. 오직 2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와인의 복잡 미묘함, 거기에 토양의 염분을 담아 쥐라의 와인과 쉐리의 지역의 특징을 고루 보여주는 이 와인은 꽃향기와 생동감, 거기에 긴 피니쉬를 자랑하는 연간 600여 병 가량을 생산하기에 찾아보기 쉽지 않은 피노입니다.
*쉐리 버트(Sherry Butt) : 500 리터 용량의 쉐리와인 숙성에 쓰는 캐스크를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