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의 2018년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힘든 복잡한 해였지만 많은 와인메이커들이 재앙과도 같았던 2017년의 기억을 지울 수 있었고, 최근 몇 주 동안 햇볕이 충분히 내리쬐면서 낙관론에 서서히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장-피에르 보이에에게 보르도 2018년 빈티지는 69번째 수확이 될 예정이다.
그렇다. 잘못 읽은 게 아니다. 샤토 벨-에어 마키 달리그르 마고의 멀찍한 구석에 자리한 이곳에서 보이에는 여러 면에서 힘든 빈티지임에도 여전히 꽤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나는 산전수전 다 겪었습니다. 올해가 훌륭한 해가 될 것이라고 믿을 이유는 충분해요. 마고에 비가 조금 더 올 필요는 있지만 포도의 품질은 좋습니다.” 1949년에 첫 수확을 거둬들인 사람의 말이다.
프랑스 다른 지역에서도 2018 수확을 두고 최상급 수식어들이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프랑스 신문 「레 제코」에서 이번 수확을 “이례적”이라고 표현한 가운데 샹파뉴 사람들은 기쁨에 들떠 있다. 론 계곡 와인양조협회에서는 8월 말에 보도 자료를 내어 이번 수확이 “가능한 최고의 조건에서” 시작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상황이 “꿈” 같고 “이상적”이며 “사상 최고”라고 표현되고 있다.
이미 알겠지만 보르도에서는 이보다 좀 덜 떠들썩하다. 솔직히 말해 손쉬운 성장기가 아니었고 아직 끝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겨울에는 기온이 정상적이었지만 강수량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6월 중순까지 1년 치 비가 쏟아졌다.
그때부터 상황이 바뀌어 계속해서 더웠다. “아, 비가 그렇게 내리더니 이제 엄청 더운 여름이군. 2016년이랑 똑같아.”라고 생각하기 쉬웠겠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열기와 함께 습도도 높았고 – 최소한 처음엔 – 그건 곧 질병, 특히 흰곰팡이의 우려가 컸다는 뜻이다.
“2016년에 날씨가 따뜻하고 건조해진 뒤 시즌의 나머지는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여름 내내 흰곰팡이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죠.” 샤토 보이드 캉트낙의 올리비에 살케에게서 들은 말이다.
흰곰팡이는 이파리나 열매, 혹은 둘을 다 공격할 수 있지만 세심히 돌본다면 그 파괴력은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포도밭에서 발견한 가장 흔한 증상은 포도송이의 크기가 제각각이고, 일부 열매는 완전히 말라버린 반면 일부는 아주 건강하다는 점이었다.
“분명히 관리하기 힘든 해이긴 했습니다. 수확량은 포도밭 위치에 따라, 그리고 원치 않는 나뭇가지들을 잘라내는 등 각 단계별로 샤토에서 행한 작업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전반적인 수확량을 예측하기가 힘들어요. 잠재적인 수확량은 눈이 막 나왔을 때에는 아주 많았는데 그 이후 점점 줄어들었어요.” 오노팀(Oenoteam)의 컨설턴트 토마 뒤클로의 말이다.
지롱드 농업회의소의 로랑 베르노는 흰곰팡이가 이렇게 널리 퍼져 거의 모든 아펠라시옹에 번진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심히 관리하기만 했다면 전체적인 손실량은 정상적인 수확량의 10-20퍼센트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이번 주 수확이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많은 이들이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맨 처음 수확된 청포도는 8월 22일 생테스테프의 트롱쿠아-라랑드 것이다. 이제 청포도 수확은 지역 전체에서 막바지에 다다랐다.
뒤클로의 말에 따르면 지난 달에는 일일 일조 시간이 거의 10시간에 달했고, 그 덕분에 와인메이커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당도가 오르고 포도 껍질은 바라던 만큼 색상과 질감을 얻었다는 평이다.
8월은 매우 건조하여 어린 나무와 자갈이 많은 구획은 수분 부족에 시달렸지만 9월 초에 각각 15mm 정도 짧게 비가 내리면서 열매가 익는 것을 도왔다.
이와 동시에 2017년의 서리만큼 심각한 문제는 없었고, 5월 말 극심한 우박이 총 7,000헥타르의 포도밭에 피해를 입혔지만 그것도 주로 남부 메독, 부르와 블라이에 집중되어 있었고 보르도 포도밭의 90% 이상은 무사했다.
프리외르 리쉰은 지난 해 서리로 청포도를 100% 잃었지만 테크니컬 디렉터 에티엔 샤리에는 지금 수확해놓은 청포도의 품질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인다. “지금까지 과즙의 아로마가 상당히 좋고 전체적으로 균형감도 매우 좋습니다.”
오 바주 리베랄의 클레어 빌라를 뤼통에 따르면 포이약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완전히 익으려면 앞으로 3, 4주 정도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야 하지만 메를로는 대부분 잘 진행되고 있다. 포므롤의 페트뤼스, 생테밀리옹의 카농과 트로플롱 몽도, 포이약의 무통, 마고의 프리외르 리쉰과 로잔 가시 모두 그렇다.
농업회의소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지난 주말 성숙도 테스트 결과를 보면 메를로는 모두 열매뿐 아니라 씨도 잘 익었고, 테이스팅에서 구운 헤이즐넛 향기가 난 반면 카베르네 소비뇽은 여전히 조금 떫은 맛이 났다. 장기적인 일기예보는 일단 좋다. 그 덕분에 아마 보르도 사람들도 프랑스의 나머지 사람들과 함께 품질에 대해 감탄사를 내뱉기 시작할 것이다.
“성장 시즌 막바지에 기온이 높았지만 그렇다고 다 태울 정도는 아니어서 성숙도가 매우 훌륭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소나기와 서늘한 밤 기온이 합쳐져 질과 양 모두에서 아로마와 폴리페놀 합성을 가져왔다. 이러한 특징은 1990과 2010처럼 전형적인 훌륭한 보르도 빈티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들이다.” 이번 주 오노팀 공식 보고서에서 따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