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맥주를 주로 생산하는 국가들인 ‘비어 벨트(Beer Belt)’와 와인을 많이 생산하는 국가를 뜻하는 ‘와인 벨트(Wine Belt)’로 나누어집니다. 비어 벨트에 속하는 국가에 영국,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이 포함되는데, 오늘은 그중에서 벨기에 맥주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벨기에는 일주일 동안 머물며 맥주를 마셔도 다 못 마실만큼 아주 다양한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 국가로, 특유의 효모 맛이 있어 호불호가 꽤 있지만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재밌는 맥주들도 많습니다. 더하여 각각의 맥주마다 전용 잔이 있어 바틀샵에 가면 한쪽은 맥주, 다른 한쪽은 전용 잔이 세팅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독일은 맥주를 만들 때 주재료 4가지(맥아, 홉, 효모, 물)를 제외한 부재료들을 넣을 수 없지만, 벨기에는 정반대로 마약만 아니라면 무슨 재료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딸기나 라즈베리 등을 첨가할 수 있어 독특한 맥주를 맛볼 수 있습니다.
아래에는 벨기에 맥주의 종류와 대표적인 맥주를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세종(Saison)
세종은 농부들이 농사일하며 마셨던 술로,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막걸리의 개념과 비슷합니다. 세종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벨기에의 남부, 왈롱(Wallon) 지방에서 유래된 맥주로, 여름철 농번기에 한 철 먹는 맥주라 하여 철을 뜻하는 프랑스어 세종(Saison)이라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세종의 특징은 아주 가벼운 목 넘김에 많은 탄산감, 그리고 벨기에 특유의 과일의 캐릭터와 통후추 같은 알싸한 풍미가 같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농번기 때 마셨던 술인 만큼 처음엔 도수가 낮은 3.5 ~ 5도 정도였지만, 상업화되면서 5~8도까지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습니다. 연어회와 같은 기름이 많은 생선회나 해산물과 같이 곁들여 먹으면 훨씬 맛있게 드실 수 있습니다.
트라피스트 맥주(Trappist)
트라피스트 맥주는 수도원에서 금식 기간에 영양분을 채우기 위하여 마셨던 술로 현재까지도 수도원에서 생산하여 판매되고 있습니다. 트라피스트 맥주라 정의하기 위해서는 수도승들이 직접 감독하에 수도원 안에서 생산되어야 하며, 맥주 판매수익은 전부 수도원을 운영하는 데에만 사용되어야 합니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트라피스트라 정의되지 못하며 애비(Abbey) 맥주라 불립니다.
이 조건 때문에 트라피스트 맥주라 정의되는 맥주는 현재까지 12개밖에 없으며 현재도 추가되고 있습니다. 트라피스트 맥주로 선정되면 마크를 병에 표시할 수 있으니, 만약 이 맥주가 트라피스트 맥주인지 궁금하다면 마크를 확인하시면 좋습니다.
트라피스트 맥주는 다른 맥주들에 비해 농익은 자두나 과실의 향이 많이 나타나고, 도수도 5도부터 10도가 넘어가는 것 등 다양하게 있습니다. 이 외에 많은 정보가 있어 다음에 트라피스트 맥주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워 맥주(Sour Beer)
사워 맥주는 벨기에의 맥주 중 가장 특이한 스타일로, 발효 과정에 인위적인 효모를 투입하는 것이 아닌 공기 중에 떠다니는 효모들을 이용하여 만듭니다. 발효가 끝나면 배럴에서 숙성시킨 후 6개월 된 맥주와 2, 3년 숙성된 맥주를 블렌딩하여 시중으로 판매됩니다.
아주 높은 탄산을 가지고 있어 샴페인과 같이 일반 병뚜껑보다는 코르크 마개를 이용하여 밀봉되어 있습니다. 산뜻한 과일 캐릭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 발효 때문에 쿰쿰한 풍미가 있어 대중적인 맥주라기보다는 마니아적인 맥주라 평가되지만, 매력에 빠지면 빠져나오기 힘든 맥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