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를 풍미했던 최고의 금광이 폐광 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가 약 반세기 만에 화려한 변신에 성공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동안 방치되면서 사람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던 동굴이 이제는 프리미엄급 최고의 와인이 익는 저장고로 ‘컴백’ 소식을 알린 것. 일본 최고의 금광이었던 폐광산 동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일본 미야기현 케센누마시 카미히가시가와(宮城県気仙沼市上東側)에 소재한 시시오리(鹿析) 폐금광이다. 최근 이곳에 동굴 일부를 개조해 와인 저장고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던 마을에 황금 대신 그에 버금가는 최고급 와인이 익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기업은 오토코야마 혼텐(Otokoyama Honten)이라는 일본의 와인 전문 기업이다. 이 기업을 이끌고 있는 60세의 스가와라 아키히코 사장은 과거에도 깊은 바닷속에 저장한 와인을 대중에 선보이는 등 매번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온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스가와라 사장은 지난 15년 동안 각종 실험적인 와인을 제조하는데 직접 참여해, 일본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제법 얼굴이 알려져 있다.
그의 회사는 일본 정부에 의해 유형 문화재로 등록됐을 정도로 각종 실험적인 사업과 혁신, 그리고 일본 각 지역의 전통문화를 되살리기 위한 그의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아오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올해는 더 특별하게 회사 창립 110주년을 기념해 일본 와인 마니아들에게 혁신적인 와인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프로젝트로 이 같은 아이디어를 창안했다.
이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금광은 시시오리(鹿析) 금광으로 지난 1971년 이미 폐광된 곳이다. 메이지 시대였던 지난 1868년부터 1912년까지 일본에 유통된 황금의 주요 생산지였으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금의 경우 다른 곳보다 그 순도가 높은 83%의 순도로 유명했다. 특히 한때 이 곳에서 2.25kg의 일명 ‘몬스터 골드’가 발견돼 폐광이 결정될 때까지 줄곧 일본 최고의 금광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특히 스가와라 금광 내부 온도는 1년 내내 10도 안팎의 온도와 습도 87%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곳으로 와인 숙성에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 저장고는 금광이 외부로 통하는 문과 최소 20m 이상 떨어진 지점에 설치됐는데, 이는 최대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다. 와인을 숙성시키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덕분에 향후 이곳에는 시중에서 만나보기 힘든 일본 와인의 향과 맛을 고루 갖춘 이 지역 특색의 와인 바가 운영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겨울철이지만 가벼운 옷차림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동굴 내부는 아늑한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와인을 운반하는 차량이 다닐 정도로 길이 넓고 전 구간이 평지여서 누구라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다는 점도 향후 이곳을 와인 바와 레스토랑 등으로 개방할 시 와인 마니아들의 발길을 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11월에는 와인 전문가들은 1.8리터의 와인 110병을 금광 내부 숙성 저장고에 넣어 둔 뒤 문을 닫아 완벽한 숙성을 위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빠르면 올가을 중으로 폐금광에서 농익은 최고급 와인이 일반에 공개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동굴 안 전체 통로는 7.8㎞로, 이 가운데 1.7㎞가 개방을 앞두고 있다. 어둡고 삭막한 폐금광이 아니라 와인 저장고로 최적화된 시설들이 다수 들어서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동굴 내부에는 채굴한 원석의 황금을 운반하던 권양기와 광부들이 타던 사갱 운반차, 사갱 운반차가 다니던 레일도 그대로 남아 있는 덕분에 향후 관광객들이 찾는 볼거리, 마실 거리 등 주요 특색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이 현지 매체들의 반응이다.
그 덕분에 일본 전역의 와인 농가와 와인 생산업체, 와인 전문가들이 시시오리 금광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 국산 와인을 팔면 팔수록 와인 생산 농가와 업체의 수입이 늘어날 뿐 아니라 지자체의 수입도 늘어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빠르면 오는 9월부터 와인의 숙성 상태를 점검해 완벽한 기준을 넘기는 와인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유통할 예정이다. 또, 이렇게 판매된 최고급 와인의 수익금은 금광의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할 수 있는 금광 박물관에 지원하는 등 기부금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스와가라 사장은 “금광이 폐쇄된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져 이전과 같은 활발한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지는 이 마을이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면서 “마을 발전과 이 마을이 가졌던 황금 문화를 전국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