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과 술을 마실 때는 약간의 바이주가 많은 것 같지만, 친구들과 함께라면 천 잔으로도 부족하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 큰 나라만큼 다양한 매력과 관광 명소가 많은 중국, 그중에서 시추안성의 도시, 청두는 음식과 중국의 바이주(백주)로 유명한 곳입니다.
바이주는 중국의 모든 곡물주를 포괄하는 음료 카테고리로, 일반적으로는 수수를 이용해 증류하지만 쌀, 밀, 옥수수, 기장 등의 다른 곡물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매우 간단한 재료로 상상하기 힘든 다양한 향과 맛을 가진 바이주는 생산 지역의 물과 특유의 자연환경, 오랫동안 전해져 온 주조 방식을 통해 만들어져 왔는데, 바이주의 생산 기술은 지역과 스타일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우리가 알고 있는 위스키나 데킬라처럼 매우 뚜렷합니다.
보드카와 위스키보다 더 많은 양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술이지만, 바이주라는 이름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대개 45~53도의 알코올을 함유한 독한 중국 술로 알려져 극히 일부의 사람들 외에는 그 명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국 문화와 미식, 그리고 새로운 음료를 선보이고자 하는 큰 도시의 바를 중심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이한 향취와 맛으로 일부 사람들만 선택했던 멕시코의 술, 메즈칼이 뉴욕의 바를 중심으로 칵테일이나 샷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마시는 것처럼 이다음의 새로운 주인공은 바이주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중국 내부에서는 서구 트렌드의 유입으로 맥주, 와인이나 위스키를 선호하는 젊은 층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Luzhou Laojiao나 Maotai와 같은 유명하고 큰 브랜드는 중국의 선물 문화 덕분에 오랫동안 매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진핑의 부패 척결 개혁 이후 이 큰 선물을 하는 전통이 무너지고 바이주 생산자들은 지난날 간과했던 젊은 층과 여성층에 대한 고민을 시작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낮아진 알콜 도수, 그리고 가벼운 풍미와 바디를 가진 바이주를 생산하고 하위 브랜드를 만들어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쓰는 것이 그 일환이라 볼 수 있으며, 중국 내에서도 호텔 바를 중심으로 바이주 칵테일을 제공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Ming River라는 바이주의 브랜드 교육 이사이자 Baiju Essential Guide to Chinese Spirit의 저자인 Derek Sandhaus는 바이주를 만드는 과정이 수수 김치를 만드는 것이라며 김치의 발효 과정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원재료를 잘 섞어 곡물을 밀폐된 구덩이에 삽을 이용해 넣고 2!3개월간 발효한 후 증류를 거치는 바이주는 오래된 구덩이를 이용할수록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미생물 덕분에 다양한 풍미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바이주의 특이한 향 때문에, 향의 종류가 술의 카테고리를 결정합니다. 강하거나 약한 향, 간장을 연상시키는 냄새, 쌀의 향 등 만드는 지역과 숙성 연도에 따라 다양한 향을 경험할 수 있는데, 시추안 지역에선 바이주를 설탕과 체리, 자두, 감 같은 과일과 섞거나, 건강에 좋다는 인식으로 인삼이나 생강과 같은 약용식물과 향채 등을 섞어 마시기도 하고, 개미, 뱀 등의 동물성 재료를 담가 먹기도 합니다.
강한 바이주의 도수를 낮추고 부재료를 통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술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집집마다 다양한 레시피를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와인 양조에서 말하는 테루아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술 또한 바이주인데 비옥한 땅에 습도 높은 지역으로 좋은 술이 나기로 유명한 청두는 새로운 술을 경험하고자 하는 주당들이 바이주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청두에 가면 한 번쯤 마셔보거나 방문해보면 좋을 바이주, 그리고 증류소는 어떤 곳들이 있을까요?
<다국적 기업과 함께하는 Shui Jing Fang>
청두 시내에 유일하게 위치한 증류소로 여행자들이 쉽게 들러볼 수 있습니다. 2000년에 만들어진 이 바이주 브랜드이자 증류소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소로 알려지고 광고하고 있는데, 이는 1998년 모회사인 Quanxing이 레노베이션을 하는 도중 600여 년 된 증류 시설을 발견해 이후 그 사실을 강점으로 내세웁니다. 효모가 자라고 양조를 하는 공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아주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엣 헤네시와 손을 잡고 스미노프 보드카, 조니워커 위스키, 기네스 맥주 등으로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영국의 주류회사 디아지오는 2003년에 Quanxing과 협업하여 Shui Jing Fang을 자체 독립 법인으로 설립했습니다. 이 술의 명성이 높아지고 마니아층이 늘어나면서 디아지오는 그 투자와 지분을 늘렸고 희소가치가 높은 병이 전시된 Shui Jing Fang의 전시장은 잘 계획, 설계된 고고학 박물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국영 양조장 Luzhou Laojiao>
청두에서 남동쪽으로 약 3시간가량 걸리는 곳에 위치한 양조/증류소는 Luzhou Laojiao이며 중국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곳입니다. 미국을 비롯 여러 나라에 수출, 판매되고 있는 술이기도 한데, 이곳을 방문하면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전 생산과정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천 년 된 구덩이, 만 년간 으깨 왔던 주재료라는 슬로건을 통해 긴 역사를 자랑하고자 하는 이곳은 바이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 번에 구경하기도 안성맞춤입니다. 이 지역에서 나는 수수를 쪄내고 곡물을 식힌 다음 이전에 증류한 수수 더미와 함께 긁어보아 전분을 설탕으로, 설탕을 알코올로 동시에 전환시키는 박테리아, 효모 및 기타 자연 발생 미생물의 독특한 혼합물인 Qu를 뿌리는데 고체 발효라고도 불리는 이 절차는 바이주 공장에서만 구경할 수 있으며 강한 풍미를 얻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GuShu 증류소>
청두 서부의 산악지역 Qionglai에 위치한 Gushu 증류소는 화이트 라벨 바이주(혼합을 위해 다른 공장이나 양조장에 판매되는 생 증류액)을 만들기 위해 발전시켜온 수백 년의 증류 기술로 유명한 곳입니다. 크레인, 냉각 팬과 같은 현대 시설의 도입에 앞장서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