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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의 장거리 트레킹-Pacific Crest Trail:PCT

미국 서부의 장거리 트레킹-Pacific Crest Trail:PCT

선경 고 2018년 4월 18일

Pacific crest trail?
미국 서부의 산맥들을 따라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2658miles, 4278km를 걸어서 횡단하는 트레킹 코스다. 단련된 몸에 가벼운 배낭을 메고 빠르게 걷는 사람들은 4개월 여만에 끝낸다고도 하나 쉬는 날을 빼고는 부지런히 걸어도 하루 30km 이상을 걸어야 6개월 안에 끝낼 수 있는 길고도 어려운 코스이다.
그 긴 길을 걷기 위해 나는 지금 로스 엔젤레스로 가는 비행기에 앉아 있다. LA 공항에서 샌디에이고로 가서 2일간 정비를 마친 뒤 3월 30일 아침 일찍 이동해 그 시작점에 서게 될 것이다. PCT의 시작점(Trail Head)은 샌디에이고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멕시코 국경 인근의 Campo 라는 곳에 있다. 대부분의 하이커들은 그 시작점에 있는 조형물에 올라서거나 그 옆에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긴 여정의 시작을 알린다.
하지만 그전부터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한데 먼저 해야 할 것은 몇 가지 허가증과 서류 그리고 백패킹에 필요한 장비들이다.

1) Long distant trail permit
이 코스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관리되기 시작한 것은 1968년부터라고 한다. 올해로 50년이 되는 셈인데 그동안 꾸준히 하이커(이 트레일을 걷는 사람들을 Hiker라고 부른다)들이 증가하다 몇 년 전 영화 ‘Wild’의 개봉과 상영으로 명성을 얻으면서 그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이커들의 수가 늘기 전부터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로 운영되는 단체인 Pacific Crest Trail Association:PCTA에서 자연상태를 최대한 유지 보호하기 위해 트레일 관리와 함께 최근 장거리 트레킹 허가증(Long distant trail Permit)을 발급해 왔는데 500mile 이상의 트레일을 걷는 사람은 무조건 이 허가증이 있어야 한다. 헌데 이 허가증은 하루 50명에게만 발급이 되기 때문에 신청이 시작되는 날에는 마치 인기 공연 티켓이 마감되기 전에 구해야 하는 것처럼 전 세계 하이커들이 PCTA의 운영 시간에 맞춰서 자신의 컴퓨터 앞에 앉아 경쟁한다. 이 퍼밋이 없으면 출발조차 할 수 없으니 이 시점부터 이미 긴 여정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2) VISA
PCT Long distant Permit 신청에 성공해서 발급을 기다리라는 메일을 받았다면 그다음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장기간 미국에 체류할 때 필요한 서류다. 한국의 경우 관광비자는 3개월까지만 머물 수 있기 때문에 항공권을 두 번 구입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6개월짜리 비자가 필요하다. 나의 경우 B1(사업)/B2(관광) 비자를 발급받았다.
위의 두 가지가 해결되면 그때 항공권과 각종 백패킹 장비들을 준비하면 된다.

3) 항공권
앞서 말했다시피 트레일이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이어지므로 대부분 In/Out 도시가 다르다. 미국은 입국 심사할 때 출국 항공권이 없으면 입국이 거절될 경우도 있다 하니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티켓을 미리 구매해서 미국에 도착하기 전에 지니고 가자. 열심히 준비했는데 작은 것 하나로 입국이 거부돼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낭패를 겪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4) 캐나다 입국 허가증
트레일이 산속에 있는 국경지대에서 끝나는데 주변에 마을이 없기 때문에 걸어갔던 길을 39.4miles/64km나 되돌아 걸어 나와 가장 가까운 미국의 마을로 가거나 아니면 트레일이 끝나는 지점에서 그대로 걸어서 0.9mile/1km 떨어진 캐나다의 Manning Park라는 곳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캐나다로 넘어갈 경우 국경 검문소가 없기 때문에 사전에 PCTA를 통해 캐나다 입국 허가증을 받아야 하고 캐나다에 머무를 동안 이 허가증을 늘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 이 입국 허가증을 받기 위해서는 여권 사진/PCT Long distant trail permit 허가번호/VISA 사진/PCTA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신청서를 작성해서 이메일로 보내야 한다. 그 후 2주 정도 지나면 캐나다 입국 허가증을 메일로 받을 수 있다. 이것을 인쇄해서 가지고 다니면 된다.

5) 기본 장비
배낭/텐트/침낭/신발(통상 5~6켤레 정도가 소비된다고 하며 쿠션이 좋고 가벼운 것을 추천한다)/조리도구(버너, 코펠, 수저 등)/등산용 스틱/입을 옷/갈아입을 옷/모자(처음 한 달 반 정도는 사막 구간을 걷는다)/양말/장갑/보온의류/방수 의류 등
장비는 품목이며 종류가 무척 다양해서 일일이 적지 않고 대표적인 것만 적었다. 공통 포인트는 가성비가 아니라 비싸도 가볍고 성능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6개월 동안 장비와 먹을 것, 물을 직접 배낭에 넣어 메고 산길을 걸어야 하니 칫솔 손잡이도 잘라 버리고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게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자, 준비가 끝났다면 이제 비행기를 타고 떠나면 된다. 물론 저 위에 열거한 것들만으로 모든 준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어디서 잠을 자고 무엇을 어떻게 먹으며 물은 어디서 구할 것인지, 6개월 치 식량은 다 배낭에 어떻게 넣고 가는지 등. 궁금한 것들이 아주 많겠지만 긴 여정을 이야기해야 하니 그때마다 차근차근 알아가기로 하고 우선은 그 출발점에 서서 한 걸음을 내딛어보자.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으니 말이다.

30 March 2018. 4278km의 첫 발.

LA 공항에 아침 일찍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고 Union Station으로 이동. 예약해 둔 Amtrak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앞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San Diego의 Santa fe 역에 도착했다. Union Station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있으니 안내 요원은 나보고 기다리라 하고는 자기가 움직여서 곧 출발할 열차의 승강장과 다음 티켓으로도 이번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고 알아봐 주고, 계단 앞에서는 지나가던 사람이 짐을 함께 들어준다. Santa fe역에서도 입구까지 짐을 들어준 고마운 사람들을 만났다. 신세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데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시작부터 이렇게 여기저기 신세를 지고 있다. 한국에서의 나는 낯선 여행자들에게 어떤 모습이었을까 반성하게 된다.
일찍 도착한 덕에 시간이 여유가 좀 생겨서 도착역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여기까지 24간. 생각에 잠길 짬도 없이 따끔따끔 피곤한 눈이 편안해지자 잠이라도 자고 싶을 지경이다. 그러나 아직 정신을 놓으면 안 된다.

[사진 01] 샌디에이고 산타페 역

약속한 시각이 되어 역 밖으로 나가니, 미리 연락해 둔 Trail Angel이 알려준 대로 노란색 응원 술을 창문에 단 차가 나타났다. 나 이외에도 도움을 요청한 하이커들이 4명이나 더 있어서 공항에 들러 그들을 픽업하고는 드디어 1차 목적지인 Trail Angel House에 도착했다. 일면식도 없는 나 같은 하이커들을 픽업해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기까지 하는 데다 여러 가지 도움을 주니 정말 천사가 따로 없다.

[사진02] 트레일 엔젤을 만나다

Trail Angel은 일종의 자원 봉사자들로 이 트레일을 걸었거나 잠깐이라도 경험했던 사람들이 현재 PCT를 걷는 Hiker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데 꼭 천사를 만난 것처럼 감사하단 의미에서 Hiker들이 붙여준 명칭이다. 이들의 도움으로 때로는 물이 다 떨어진 사막 구간에서 신기루처럼 쌓여있는 물통들을 만나고 배고픈데 먹을 것이 없거나 신선식품이 그리울 때 거짓말처럼 트레일 옆에 트레일러를 세워두고 직접 만든 햄버거를 무료로 나눠주기도 한다. 사막 한가운데 놓인 아이스박스에서 시원한 맥주를 꺼내 마실 일도 생긴다니 진정 마법 같은 일이 아닌가 말이다. 힘들고 긴 여정에 이들의 도움이 없다면 많은 하이커들이 중간에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을 거라고 입을 모아 말하니 어쩌면 PCTA사람들과 함께 이들 역시 이 길과 그곳을 걷는 이들이 존재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힘일 것이다. 하이커들은 약간의 도네이션을 하는 것으로 그들의 마음과 노고에 감사를 표하지만 유독 오늘 만난 트레일 엔젤은 그것마저 마다한다. 차라리 PCTA에 기부하는 것을 부탁하면서 매일 저녁 시간마다 주의사항과 당부를 아끼지 않는다.

[사진03] 트레일 엔젤 하우스

[사진04] 트레일 엔젤 하우스의 저녁 식사

이곳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3일. 미국인은 1일, 캐나다인은 2일 그 외 해외에서 오는 사람들은 최대 3일까지 머물면서 트레일 시작에 필요한 준비를 한다. 장비점, 휴대폰 통신사 등에 태워다 주고 데려오며 소포를 보낼 수 있는 우체국 상자와 테이프도 제공한다. 나 역시 도착한 첫날은 오후에 쉬며 저녁 식사를 하고 둘째 날엔 재공급 상자를 정리해서 보낼 준비를 해 놓고 마트에서 장도 보고 아웃도어 장비점에 갔다가 오후에는 휴대폰 매장에 가서 유심칩을 사기도 했다. 셋째 날엔 우체국에서 소포 상자를 보내고, 샤워를 한 뒤 오후엔 쉬면서 배낭을 풀었다가 쌌다가 반복하며 뭐 하나라도 더 무게를 줄일 일이 없을까 고민의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같은 텐트에 머무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은 서로 장비를 살피고 비교하거나 모르는 기능들을 알려주며 수다 삼매경이다. 나 역시 소소한 팁들을 공유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 오늘 역시 스캇과 프로도는 새로 온 하이커들에게 주의사항과 이 트레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당부를 잊지 않는다.

[사진 05] 일정에 맞춰 음식과 장비를 준비한 소포 상자

드디어 출발하는 날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 밥을 먹고, 하이커들을 이동시켜주는 자원봉사자들의 차를 타고 캄포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서서히 긴장감과 흥분이 밀려오며 비로소 이 길의 시작에 서게된 것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사진 06] 출발 일자에 맞춰 허가증을 확인받는 테이블

4278km.
그 긴 걸음의 첫발이다.

[사진7] 드디어 출발점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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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 고

여행하는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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