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 명칭인 시라(Syrah)와 호주에서 흔히 사용되는 쉬라즈(Shiraz)는 같은 품종을 달리 부르는 이름이다. 작은 열매와 두꺼운 껍질을 가진 적포도 품종으로, 검은 과일 풍미와 검은 후추 향의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화한 기후에서 자란 시라/쉬라즈는 전형적으로 중간 바디에 블랙 체리, 블랙베리 등 신선한 검은 과일 풍미와 허브, 검은 후추 향을 드러낸다. 이는 프랑스 북부 론의 특징적인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따뜻한 기후에서 생산된 와인은 보통 익힌 검은 과일과 감초 등의 향신료가 더 돋보이며, 무거운 바디와 높은 알코올 도수를 지닌다. 이처럼 더 완숙된 풍미의 와인은 호주와 같은 따뜻한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라/쉬라즈 와인 생산에 흔히 오크 숙성을 진행하는데, 이를 통해 와인의 타닌을 부드럽게 하고, 훈연과 향신료 풍미를 더 하게 된다.

이번 픽커스 테이블을 위해 엄선된 6종의 와인이 준비되었다. 프랑스, 호주 등 시라/쉬라즈의 대표 생산국은 물론,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그리고 시라/쉬라즈의 생산지로는 다소 낯선 포르투갈까지 6개 국가에서 생산된 와인들이다. 와인의 모든 정보를 가려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진행된 픽커스 테이블에서 패널들은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 6종의 와인을 시음하고 함께 토론하는 평가의 시간을 가졌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와인은 남아공 시라의 정수를 보여준 ‘러스트 엔 브레데 에스테이트 빈야드 시라(Rust en Vrede Estate Vineyards Syrah) 2015’와 좋은 품질의 호주 와인을 연상시키는 가성비 좋은 스페인 와인 ‘자리스(Zarihs) 2015’였다.

따뜻한 기후, 특히 호주에서 생산된 와인을 주로 접한 이들 중에는 시라/쉬라즈 와인의 전형적인 특징이 말려지고 졸여진 듯한 검은 과실의 달달한 풍미와 매우 농밀하고 진득한 질감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번 픽커스 테이블에서는 신선한 과실 향과 상큼한 산도가 돋보이는, 보다 가벼운 스타일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프랑스, 호주 외의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시라/쉬라즈의 재배 면적은 괄목할 만큼 증가하는 추세이며, 다양한 품질의 다채로운 스타일을 보여주는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무한 매력을 발산하는 6종의 시라/쉬라즈 와인을 소개한다.

1. 러스트 엔 브레데 에스테이트 빈야드 시라(Rust en Vrede Estate Vineyards Syrah) 2015
생산 지역. 남아프리카공화국 > 웨스트 케이프 > 스텔렌보스 / 품종. 시라/쉬라즈 / 수입처. 케이프밸리와인
1694년, 스텔렌보스에 설립된 러스트 엔 브레데(Rust en Vrede) 와이너리는 생산량보다 품질에 집중하며 320년이 넘는 전통을 지켜가고 있다. 1993년 12월, 남아공 전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의 노벨 평화상 디너에서 남아공 와인으로는 유일하게 선택받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진하게 펼쳐지는 과일 향, 화려한 향신료 풍미, 부드러운 타닌과 좋은 밸런스를 보여주는 산미로 남아공 시라의 정수를 보여준다.

[박준형 / 웰메이드 시라 와인] 블루베리 등의 과실과 함께 가죽, 훈연 그리고 후추 등 적당한 스파이시함이 강한 타닌감과 조화를 이루며 좋은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마지막에 꽉 조여주는 타닌감이 있지만 질감이 부드럽고, 어느 하나도 과함이 없는 와인이에요. 와인 좀 안다는 사람에게 권해도 호평받기에 충분해요. 요즘 남아공의 훌륭한 와인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것 같아 놀랍네요.

2. 자리스(Zarihs) 2015
생산 지역. 스페인 > 아라곤 / 품종. 시라/쉬라즈 / 수입처. 케이엔제이와인앤스피리츠
스페인에서 생산된 이 와인은 좋은 품질의 호주 쉬라즈 와인을 떠올리게 한다. 호주 쉬라즈 클론을 사용하고, 호주 최고의 와인 메이커인 크리스 링랜드(Cris Ringland)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도밭이 위치한 몬카요 산맥은 거친 바람과 극심한 기온 차를 보이기에, 와인에 산뜻한 산미를 더하여 풀바디 와인임에도 신선함을 잃지 않는 와인으로 표현된다.

[임현경 / 풍미도 강하고, 여운도 강하고!] 잘 익은 붉은 과실에서 오는 달콤함이 너무 좋아요. 그 단맛의 여운을 조금 더 음미하려고 침을 삼키면, 적당한 산미가 입안을 한 번 더 자극해요. 전체적인 밸런스가 아주 잘 어우러지는 느낌. 와인을 한 모금 넘기는 순간, 트러플 오일과 버섯이 듬뿍 올라간 화덕 피자가 생각났어요! 마음에 드는 이성과 단골 화덕 피자집에서 데이트할 때 곁들이고 싶은 와인이에요.

3. 미니스트리 오브 클라우즈 맥라렌 베일 쉬라즈(Ministry of Clouds McLaren Vale Shiraz) 2017
생산 지역. 호주 > 남호주 > 맥라렌 베일 / 수입처. 어벤져스와인
‘통제할 수 없는 구름을 통제한다’는 모순을 뜻하는 미니스트리 오브 클라우즈(Ministry of Clouds). 이는 자연이 보살핀 포도를 와인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있어서 사람의 노력이 매우 중요함을 나타내며, 사람의 통제를 통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맛을 구현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들은 품종의 특성이 와인에 깨끗하고 명료하게 표현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하는 개성을 보여주는 와인을 추구한다.

[최은지 / 호주 쉬라즈 와인요?] 붉은 과실의 향과 함께 젖은 낙엽, 흙과 같은 얼시함, 그리고 다소 쿰쿰한 아로마도 풍기기는 하나, 호주 쉬라즈일 줄이야! 높은 산도와 가벼운 바디, 타닌도 약하게 느껴져서 이탈리아 와인으로 착각할 정도예요. 호주 쉬라즈 특유의 진~득하고 다크 초콜릿과 같은 뉘앙스를 기대했다면, 전혀 다른 호주 쉬라즈의 매력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4. 데 마르티노, 레가도 레세르바 시라(De Martino, Legado Reserva Syrah) 2017
생산 지역. 칠레 > 코킴보 > 초아파 밸리 / 품종. 시라/쉬라즈 / 수입처. 국순당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의 데 마르티노(De Martino)가 설립한 와이너리로, 칠레 최초로 카르메네르를 병입하여 판매했으며, 싱글 빈야드와 올드 바인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이어오는 칠레 프리미엄 와인 생산자의 리더로 알려져 있다. 떼루아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으면서 신선한 산도와 섬세하고 밸런스 좋은 와인을 만들며, 칠레 와인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재윤 / 모임에 가져간다면 칭찬받을 와인] 검붉은 장미 향과 약간은 숙성된 딸기의 과실 향을 느끼다 보면, 뒤이어 나무 등의 오크 뉘앙스가 퍼집니다. 부드러운 타닌과 훌륭한 밸런스로 마시기에 아주 편안한 와인이에요.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닭고기나 기름기가 적은 소고기와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친구들과 좋은 레스토랑에서 와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마시면 좋을 듯해요.

5. 샤또 푸에슈오, 르 루 뒤 픽(Chateau Puech-Haut, Le Loup du Pic) 2016
생산 지역. 프랑스 > 랑그독 / 품종. 시라/쉬라즈, 그르나슈 / 수입처. 와이넬
로버트 파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랑그독 최고의 와이너리로 꼽히는 샤또 푸에슈오(Chateau Puech-Haut)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와인 산지인 픽 생 루(Pic Saint Loup) 지역에서 생산하는 와인이다. 마을의 불청객이었던 늑대가 ‘Pic Saint Loup’라는 포도밭을 지키는 수호신이 된 전설을 들려주었던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담았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진해지는 바이올렛 향과 달콤한 과실의 향이 일품인 와인이다.

[신나라 / 위안을 주는 와인] 농밀하고 달콤한 향이 기분을 좋게 해주고, 끝에 올라오는 약간의 알싸함과 산미가 와인 전체의 밸런스를 맞춰줍니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아, 곁들이는 음식 없이 와인만 즐겨도 충분한 만족감을 주네요. 잠들기 전에 침대에 기대어 이 와인으로 힘들었던 하루를 버텨낸 나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어요.

6. 페고스, 쉬라(Pegoes, Syrah) 2017
생산 지역. 포르투갈 > 세투발 / 품종. 시라/쉬라즈 / 수입처. 나루글로벌
시라/쉬라즈의 생산지로는 낯선 국가, 포르투갈 현지에서 가성비 최고의 시라로 꼽히는 와인이다. 리스본 남동쪽의 세투발(Setubal) 반도에 위치한 산토 이시드로 드 페고스(Santo Isidro de Pegoes)는 농작물을 보호해주고 풍년을 가져다주는 성 이시돌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포르투갈에서 4번째 규모의 와이너리이며, 포르투갈의 가장 성공적인 와인 생산자조합으로 알려져 있다.

[장대한 / 기분 좋은 산미와 착한 가격] 레드 과일부터 블랙 과일까지 다양한 과일의 향이 나며, 향신료의 향도 매력적이네요. 산도가 굉장히 돋보여서 와인을 한 모금 마시자마자 음식을 먹고 싶게 합니다. 연인과의 영화 데이트를 위해, 육즙과 풍미가 가득한 소시지와 이 와인을 준비하고 싶어요. 기분 좋은 산미에 가격까지 착해서 10점 만점에 10점입니다!

Tip. 각 와인의 자세한 정보 및 모든 패널들의 리뷰는 AI 기반 주류 검색 서비스 ‘마시자GO 앱’에서 만나볼 수 있다.

[Pickers’ table이란?] 픽커스 테이블은 소비자가 현재 가장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반영한 주제를 선정하여 격주로 진행되는 시음회이다. 각 주제에 맞춰 선정된 와인을 시음한 패널들의 리뷰는 Wine Pick 기사 컨텐츠와 마시자Go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Wine Pick이란?] 와인 픽은 픽커스 테이블에서 소개된 와인을 하나씩 추천하는 서비스로, 마시자Go를 통해 와인 정보와 소비자의 시음평을 확인하고 예약 서비스를 통해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