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는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데킬라와 메즈칼 같은 술도 있지만, 식사 전이나 식사 중은 물론 하루 언제든 쉽게 자주 마시는 멕시코의 음료들이 있습니다. 바로 아구아 프레스카(Agua Fresca), 오르차타(Horchata), 그리고 테파체(Tepache)인데요. 오늘은 이 음료들이 어떻게 만들어져 멕시코인들의 국민 음료로 자리 잡았으며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아구아 프레스카(Agua Fresca)
아구아 프레스카는 ‘시원한(신선한) 물’이라는 이름처럼 덥고 습한 여름을 저 멀리 날려주기에 제격인 음료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과일 뿐 아니라 쌀(오르차타-horchata)이나 히비스커스(플로르 데 하마이카-flor de Jamaica), 보리(세바다-cebada) 등의 지역에서 나는 여러 재료가 사용되어 계절에 따라 다양한 아구아 프레스카가 만들어집니다.
기본 재료에 물과 약간의 설탕을 넣어 시원하게 서비스하며, 멕시코에서 아구아 프레스카는 보통 그란데(grande) 혹은 치까(chica), 두 가지 사이즈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에 들어와 많은 인터내셔널 기업이 대량생산한 아구아 프레스카를 여러 채널에서 홍보하고 판매하지만, 많은 멕시코인들은 자주 찾는 길거리 가게 그리고 집에서 직접 만든 아구아 프레스카의 맛을 더 높이 삽니다.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 시티에서 자주 판매되는 아구아 프레스카는 라임 주스와 치아시드를 넣은 것, 오르차타, 타마린, 히비스커스 네 가지이며, 이 중 오르차타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소개합니다.
아구아 프레스카의 일종인 오르차타는 특유의 색상과 쌀이라는 특별한 재료로 만드는 멕시코의 유명한 음료입니다. 만드는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쌀을 하루 전날부터 불려 물과 함께 믹서에 넣어 갈아낸 후 당분과 다른 향을 더해 완성합니다. 우유나 다른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지만 특유의 바디감과 볼륨 덕분에 칵테일의 재료로 쓰이기도 하며, 일부 멕시코와 한국음식처럼 매콤한 요리에도 무난히 잘 어울립니다.
오르차타는 서아프리카에서 Kunnu aya라는 이름을 가진 타이거 너트(기름골)라 불리는 덩이뿌리 식물로 만든 음료에서 유래해 13세기 무슬림이 스페인의 발렌시아에 이 음료를 전파했고, 오르차타 데 추파(Horchata de chufa)라는 음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 스페인의 영향을 크게 받은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 오르차타라는 음료가 탄생하는데, 처음과 달리 쌀을 물과 함께 갈아 시나몬, 때로는 바닐라나 아몬드를 첨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멕시코의 슈퍼마켓에선 미리 준비된 오르차타 팩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에 물, 연유를 넣어 차갑게 가정에서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 집에서 만든다면 쌀을 불리고 갈아 다른 재료를 더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지만, 집에서 만드는 오르차타의 맛을 시판 제품이 따라올 수 없다고 하는데요. 한 멕시코 친구의 집에서 계속 만들어 먹고 있다는 오르차타의 레시피를 아래 공개합니다.
필요 재료 : 쌀 1컵 / 물 5컵 / 우유나 코코넛 밀크 반 컵 / 시나몬 스틱 한 개 / 바닐라 1티스푼 / 설탕 약 반 컵(취향에 따라 가감할 것)
만드는 방법
1. 반나절 이상 물에 불린 쌀과 물을 믹서기에 넣어 쌀알이 부스러질 정도로 40초-1분가량 갈아낸다.
2. 시나몬 스틱을 갈아낸 1의 결과물에 넣는다.
3. 반나절-하루 동안 실온에 둔다.
4. 체로 걸러 나머지 재료를 넣는다.
5. 냉장고에 두어 차게 시키고 마시기 전 얼음을 넣어 매우 차게 낸다.
테파체(Tepache)
멕시코에서나 외국에 자리 잡은 멕시코 음식점에서나 위에서 언급했던 두 가지 음료보다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음료는 테파체입니다. 아즈텍 언어의 Tepiãtl이라는 단어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이 음료는 처음엔 옥수수로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옥수수보다 파인애플을 주원료로 만들어집니다.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드는 이 음료는 집에서 만들거나 스트리트 음료를 판매하는 곳, 혹은 멕시코의 재래시장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전통적인 음료입니다.
일반적으로 파인애플의 껍질과 질긴 중간 부분을 발효 시키며, 시나몬은 거의 필수로 그리고 정향은 선택적으로 음료에 향을 더하고, 필론씨요(piloncillo)라는 비정제 갈색 설탕으로 당도를 높이고 맛의 깊이를 끌어냅니다. 때론 사과나 오렌지 혹은 다른 과일의 맛을 첨가해 색다른 개성 있는 음료로 탄생시키기도 하지요.
테파체라는 음료는 본래 테파체라(tepachera)라 불리는 나무로 된 배럴에서 발효시키는 게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가격과 실용적인 면에서 불리해 많은 곳들이 유리나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합니다. 발효 과정은 보통 하루에서 5일까지 걸리는데, 그 과정을 통해 갈색으로 변한 음료에 이산화탄소와 옅은 산도, 펑키한 맛이 더해지면서 일반적인 파인애플보다 개성 있는 맛이 생겨납니다. 여기에 좀 더 발효의 시간을 더 길게 가지면 산도가 증가하며 또 다른 테파체의 베이스가 탄생합니다.
보통 2도에서 3도가량의 알코올 함량이 있어 콤부차를 판매하는 카페에서 테파체도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를 네덜란드나 몇몇 유럽국가에서 종종 목격합니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테파체를 길거리에서 사 마시는 경우 그 도수가 간혹 더 높을 수도 있으므로 운전을 해야 하거나 알코올 섭취를 원하지 않는 경우엔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