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페어링이란?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필자는 음식과 맥주를 따로 먹었을 때보다 같이 먹었을 때 특정한 맛들을 보완 및 강조, 상쇄시키는 작용을 통해 더 풍미롭게 느끼게 해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개 ‘푸드 페어링’이라 하면 와인과 음식을 많이 연상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음식에 와인보다 맥주가 풍부하고 다채로운 페어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맥주는 쓴맛, 단맛, 신맛, 짠맛, 과일, 커피, 부가물 등 비교적 다양한 맛의 범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맥주와 음식의 페어링을 낯설게 느낄 수 있지만,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익숙하게 자리 잡혀 있습니다. 그중 가장 익숙한 것이 ‘치맥’ 문화인데, 이것을 푸드 페어링 관점으로 보자면 맥주의 탄산감이 치킨의 기름진 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여 같이 먹을 때 더 조화롭게 느낄 수 있습니다. 치맥 이후 나타난 ‘피맥’도 비슷한 원리로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푸드 페어링은 실제 맥주 애호가들도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깊게 들어가면 갈수록 맥주뿐 아니라 요리, 특히 조리 방법과 재료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이 있을 때 자유롭게 페어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리 방법까지 전부 다루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어, 간략하게 몇 가지 원리와 한두 가지 예시를 아래에 적어보려 합니다.
일단 푸드 페어링을 위해서는 맛에 대한 구조와 맥주의 특징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맛에 대해 말하자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맛은 현재까지 ‘단맛‘,’쓴맛’,’신맛‘,’짠맛’,’감칠맛‘ 이렇게 5가지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이들의 맛은 상호 간에 강도에 따라 상쇄를 시키기도 증가를 시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짠맛과 감칠맛이 만나면 감칠맛이 증가합니다. 삼겹살만 먹었을 때보다 베이컨을 먹었을 때 보다 감칠맛을 강하게 느끼는 원리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인 맥주의 특징 중 마우스필(Mouthfeel)이라는 평가요소가 있는데, ‘마우스필’은 말 그대로 입안에서 느껴지는 신체적 감촉입니다. 여기에는 탄산감, 알코올 도수에서 오는 부즈감, 부드러움, 떫은맛, 바디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위의 요소들은 페어링에서 꽤 중요한 역할들을 합니다. 국민 음식 ‘삼겹살과 소주’를 예로 들자면, 소주의 높은 도수는 삼겹살의 기름진 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높은 도수가 고기의 감칠맛까지도 해칠 수 있어, 페어링의 관점에서 보기에는 다소 난해한 부분이 있습니다.
페어링하는 방법
페어링하기 전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푸드 페어링에는 절대적으로 정해진 정답이 없으며, 내가 원하는 결론을 잘 나타낼 수 있다면 그것이 정답이라는 점입니다. 가령 내가 단맛을 좋아한다면 단맛이 증가하도록, 내가 매운맛을 좋아한다면 매운맛이 강조되도록 페어링을 하면 됩니다. 반면에 특정한 경우 페어링에 실패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그 예시로, 강도가 맞지 않아 다른 요소를 해치는 경우, 음식 또는 맥주의 매력적인 다수의 요소가 전부 사라지고 한두 가지만 맛만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음식과 맥주를 매칭하는 방법은 ‘강도 맞추기’와 ‘비슷한 맛 찾기’, 이 두 가지만 알아도 대략 75% 정도는 완성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인 ‘강도 맞추기’는 말 그대로 맥주와 음식의 강도를 비슷하게 맞춰 페어링하는 방법입니다. 만약 강도가 맞지 않을 경우, 강도가 강한 요소가 다른 하나를 덮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맥주의 강도를 결정하는 요소로는 5가지 맛들의 강도(특히 쓴맛과 단맛), 바디, 주재료의 맛(맥아, 홉, 효모)이 있지만, 대부분은 특정 맥주가 어느 정도의 강도를 가진 맥주인지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대신 쉽게 확인할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알코올 도수’ 입니다. 다행히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맥주는 ‘알코올 도수’(물론 높을수록 강도가 강해짐)가 필수적으로 적혀있으니, 이 방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인 ‘비슷한 맛 찾기’는 비교적 쉬울 수 있습니다. 음식에서 느껴지는 맛을 맥주에서 느낄 수 있는 비슷한 맛과 매칭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페어링할 경우 비슷한 맛들은 더욱 강조되어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가령 음식에서 바나나 맛이 난다면 맥주에서 바나나 맛을, 음식에서 초콜릿 맛을 나면 맥주에서 초콜릿 맛을 찾아내는 방법입니다. 요즘은 맥주에 대한 리뷰나 앱을 통해 굳이 먹어보지 않아도 맥주의 맛을 확인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음식에 대한 내용만 알면 충분히 페어링할 수 있습니다. 위 단계만 해도 75%를 완성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비슷한 맛을 매칭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쓴맛과 쓴맛’, ‘신맛과 신맛’은 더해질 경우 다른 매력적인 요소들을 다 해칠 수 있기에 페어링할 때 추천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위의 2가지 방법 외에도 ‘대조되는 맛을 이용’하여 페어링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실제 이 방법까지 완성했을 때 100%의 페어링이 완성되는데,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음식 종류별 페어링하는 방법과 함께 소개해보겠습니다.
(다음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