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훌륭한 맥주를 접할 때면, 저는 심사지를 펼치거나 오롯이 맥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마시는 것을 좋아합니다. 맥주를 음식처럼 하나하나 떼어내서 맛을 느끼고, 적절한 배합이 되는 것을 느끼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런 테이스팅 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구성요소에 대하여 설명해 드리려 합니다. 테이스팅하는 구성 요소는 크게 ‘향’, ‘외관’, ‘맛’, 마우스필’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요소들의 전체적인 평가가 모여 최종적인 점수를 부여합니다.
1. 외관
외관은 맥주를 평가할 때 제일 먼저 시행하는 파트입니다. 맥주를 처음 잔에 따르고 나서의 첫 모습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관을 통해 맥주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관을 평가할 때는 크게 ‘탁도’, ‘색’, ‘거품’ 이렇게 나누어지는데, 색은 부가물을 첨가하지 않는 이상 맥아의 색상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맥아는 종류에 따라 건조, 구움, 볶음 등의 과정을 거치며, 이때 생기는 색이 그대로 맥주의 색상으로 작용합니다. 만약 부가물을 사용할 경우에는 과일의 색상이나 시럽 등의 색상이 맥주에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색을 그저 오렌지색, 보리 색, 진한 색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아닌 객관적인 숫자로 ‘SRM(Standard Reference Method)’나 ‘로비본드(Lovibond)’ 등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 많이 필요할 뿐, 평가할 때는 특정 색상을 보고 정확하게 SRM을 맞추는 것은 어렵습니다.
탁도는 투명한 정도를 정의하는 말로, 맥주에서 불투명함은 대부분 결함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바이젠이나 밀맥주 등의 경우에는 탁도가 그대로 인정되기도 합니다. 탁함은 대부분 재료의 잔여물이 많을 경우에 생기는데, 충분한 필터링을 통해 이러한 잔여물들을 제거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텁텁한 질감을 주거나 때로는 떫은맛을 주기도 할 수 있어서 결함이 있는 맥주라 평가됩니다. 단백질로 구성된 효모를 제거하지 않고 맥주에 그대로 남을 경우(Hefe-Weizen)에는 불투명하게 나오는 것이 정상적이기에 결함이 있는 맥주라 평가되진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거품은 거품의 색상과 유지력, 조밀도 등이 평가됩니다. 이는 스타일에 따라 평가되는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특정한 경우가 무조건 좋은 맥주라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맥주에는 거품의 조밀함과 유지력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이 신선하고 보관에 이상이 없었다고는 판단됩니다. 또한 맥아의 색상이 그대로 거품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어두운색을 가진 맥주일수록 거품의 색상도 약간은 어두워지는 편입니다.
2. 향
맥주를 받고 나서 외관을 평가한 후 다음으로 하는 것은 향을 맡는 것입니다. 향을 평가하기에 앞서 주변에 다른 냄새가 나지 않도록 향이 강한 물건이나 음식은 정리해주어야 합니다. 향을 평가할 때는 맥주의 재료별로 나누어서 향이 어디서 왔는지 정확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맥아로부터 오는 향은 곡물, 견과류, 비스킷, 캐러멜, 초콜릿 등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으며, 홉에서 오는 향은 오렌지, 자몽, 허브, 흙 등으로 표현됩니다. 마지막으로 효모와 발효 과정 중에 발생하는 부가물로 인해 나는 향은 정향, 과실향, 농익은 자두, 바나나 등이 있습니다.
국가와 스타일에 따라 효모의 풍미는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특정 국가나 스타일을 집중적으로 마셔보면 효모의 향에 대해서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향을 맡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 번에 많은 향을 들여 맡는 것은 후각의 피로도가 빨리 올 수 있어 코를 가까이 댄 후 짧게 3번 정도 흡입하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이때 맥주잔을 손으로 덮은 후 와인을 돌리듯 잔을 돌려 향을 가둔 뒤, 위와 동일한 방법을 향을 맡으면 더욱 진한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향으로부터 맥주의 결함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만약 맥주에서 황이나 썩은 달걀, 부적절한 효모 향이 난다면, 양조 과정 중에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