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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판타지가 그려진 곳, 퓌센 노이슈반슈타인 성 Schloss Neuschwanstein

독일의 판타지가 그려진 곳, 퓌센 노이슈반슈타인 성 Schloss Neuschwanstein

신동호 2016년 12월 29일

 

뮌헨에 도착하고 이틀 동안 내내 밥보다 맥주를 더 마셨던 것 같다. 내 여행의 모토 중의 하나가 다음에 못 올 것처럼 돌아다니고, 다음에 못 마실 것처럼 술을 마셔라인데, 점점 일처럼 마시는 맥주에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뮌헨의 주변에 관심을 끌게 되었다. 온 거리가 맥주로 진동하는 시기에 뮌헨 마리엔 광장 한쪽에 자리 잡은 마켓에 들렀다. 매일 서는 장은 아닌 것 같고, 정해진 시기마다 열리는 장인데, 옥토버 페스트 기간에는 연일 상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아이쇼핑하던 중에 호박이 진열된 곳에 멈춰 섰다.

 

[사진 001] 마리엔 광장 인근에 자리한 마켓.

[사진 001] 마리엔 광장 인근에 자리한 마켓.


가짜 호박이겠지 했는데, 아니다. 모두 실제 독일에서 자란 호박들이다. 독일은 맥주로 유명하지만, 다양한 품종의 호박을 키우는 나라다. 사진과 같은 호박은 잘 생긴 축에 속하고, 우리가 봤을 때 변종으로 보여서 거부감이 느껴질 정도로 생긴 호박들도 즐비하다. 독일에는 약 450여 종의 호박을 생산한다고 한다. 호박 축제도 자주 열리며, 호박으로 만든 보트로 경주를 벌이는 호박 보트대회도 전 세계인들이 참여한다. 독일의 핼러윈 축제가 유명하다는 데도 다 이유가 있다. 외국 여행을 하면서, 항상 아쉽기 마련이다. 그중 하나가 로컬들의 문화를 흡수하지 못하고 지나가 버린 경우다. 나름 여행 가기 전에 조사하고 간다 하지만, 여행객들이 자주 가고, 보고, 먹는 정보가 대부분이다. 난 모든 여행이 술에 초점이 맞춰져서 여느 여행객과는 차별화되었다고 자부하지만, 때론 술과 별개의 문화를 접해보고 부딪히고 싶은 소망이 있다. 호박을 물끄러미 보면서, 여행의 근본을 운운할 줄이야. 다시 오게 된다면, 맥주만 사랑하지 않으리…

[사진 002] 마켓에 진열된 갖가지 호박들.

[사진 002] 마켓에 진열된 갖가지 호박들.


내 여행의 기조가 또 있다. 혼자 하는 여행과 함께 하는 여행의 성질은 전혀 다르다. 혼자 하는 여행은 철저히 계획된 동선과 시간에 의해 움직이고, 꽤 고단하게 다닌다. 함께 하는 여행은 이를 포기하는 대신, 내가 가고자 하는 최소한의 곳을 동행인들에게 약조를 받고 나머지는 다른 이의 의견에 따라 여행한다. 후자는 다소 느슨한 여정이다. 내 여행의 90%는 혼자 떠나지만, 이번 독일 여행은 함께 하는 여행이다. 나의 목표는 옥토버페스트와 뮌헨 시내에 있는 펍투어일 뿐. 나머지는 다른 이의 의견을 따랐다. 그 중 한 명이 동화 같은 성이 자리한 퓌센 Fussen에 가고 싶어 했다. 난 그녀가 아니었으면, 아직도 그 성을 알지도 못했을 거다. 운 좋게 현지에 계신 지인의 선배를 만나서 자가 차량으로 근처 퓌센을 갈 수 있었다. 함께 하는 여행의 백미는 이런 즉흥성이다.

 [사진 003] 퓌센으로 가는 길에 기가 막힌 풍경을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사진 003] 퓌센으로 가는 길에 기가 막힌 풍경을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사진 004] 바트 바이어조이엔 Bad Bayersoien. 독일 남동부인 바이에른 주의 도시.

[사진 004] 바트 바이어조이엔 Bad Bayersoien. 독일 남동부인 바이에른 주의 도시.


정확히 말하면, 퓌센을 가는 게 아니라 그 옆에 자리한 슈방가우 Schwangau라는 시골 마을에 있는 성을 보러 가는 거다. 퓌센 기차역에서 버스로 10분 정도 들어가는데, 주로 이 교통수단으로 관광객들이 오기에 퓌센으로 알려지게 된 거다. 뮌헨 기차역에서 2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곳으로 퓌센역에 도착하면 그 도착시각에 맞춰서 슈방가우 마을로 가는 2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대중교통으로 가는 건, 이러하고 우리는 독일 현지 거주인의 가이드를 받으며 편하게 퓌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진 005] 호엔슈반가우 성.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골짜기 사이로 마주보며 지어졌다.

[사진 005] 호엔슈반가우 성.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골짜기 사이로 마주보며 지어졌다.


줄이 길다. 노이슈반스타인 성을 보러 온 관광객들로 장사진이다. 이 성을 멀리서 보려면 걸어 올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대부분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경사진 산길이 부담스러워 말이다. 늘어진 줄에 질린 사람들은 삼삼오오 먹거리에 눈을 돌린다. 차라리 배를 채우고 기다리겠다는 심산이다.

[사진 006]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관광객들

[사진 006]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관광객들


노란색 파라솔이 눈에 띈다. 브로이슈튀벨 Bräustüberl. 이곳은 식당 겸 비어가르텐으로 무장한 음식점이다. 일행과 나는 간단히 맥주에 요깃거리를 할 요량으로 비어가르텐을 선택했다. 노는 테이블을 먼저 선점하고 음식을 주문하는 창구에 서서 메뉴를 골랐다.

[사진 007] 노란색의 눈에 띄는 브로이슈튀벨.

[사진 007] 노란색의 눈에 띄는 브로이슈튀벨.


쾨니히 루드비히 바이스비어 Konig Ludwig Weissbier. 루드비히 왕의 맥주란 뜻이다. 독일의 밀맥주는 일단 무난한 선입견을 품고 있기에, 이 맥주의 기대감도 컸다. 부풀어 오른 거품의 양만큼이나 과일향도 풍성했다. 텁텁한 맛도 작아서 목 넘김에도 수월하다. 이에 걸맞은 안주는 커리부어스트 Currywurst. 참고로 커리부어스트는 독일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인데, 역사적으로 다져진 음식이다. 서독이 영국군에 통치를 받았을 시기에, 영국이 점령했던 인도에서 들고 온 커리파우더 소스를 서독에서 공급받았다. 그로 인해 커리파우더가 독일에 대량 뿌려지면서, 독일식 가정에서 커리부어스트를 해 먹기 시작했다는 유래가 있다. 이 역사를 알고 먹으면, 좀 더 요리가 묵직해 보인다. 하지만 곁들여 나온 프렌치 후라이는 좀 짰다.

[사진 008] 쾨니히 루드비히 바이스비어. 거품이 풍성하다.

[사진 008] 쾨니히 루드비히 바이스비어. 거품이 풍성하다.

[사진 009] 커리부어스트.

[사진 009] 커리부어스트.


이제 배를 채우고 전열을 다졌다. 다시 셔틀버스 라인에 줄을 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노이슈반슈타인 성 Schloss Neuschwanstein을 검색하며 예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바이에른 왕국의 왕이었던 루드비히 2세가 1869~1886년에 지었다. 루드비히 2세는 바그너의 팬으로 그의 오페라 ‘로엔그린’ 중 백조의 전설에서 영감을 얻어 성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 후에 뉴이슈반슈타인 성은 디즈니랜드의 로고인 ‘판타지랜드 성’에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바이에른 알프스 기슭에 자리 잡은 이 고성은 주변의 호수와 수려한 산자락들로 인해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사진 010]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아찔한 마리엔 다리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사진 010]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아찔한 마리엔 다리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외관은 중세지만, 중앙난방, 수도, 수세식 화장실, 심지어 전화에 이르기까지 근대 문명의 이기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루트비히의 몽상을 현실로 만들어준 크리스티안 얀크(1833~1888년)의 원래 직업은 무대 감독이었으며, 노이슈반슈타인은 이러한 사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단순히 중세의 성을 충실히 재건한 것이 아니라, 로마네스크, 비잔틴, 고딕 양식이 한데 어우러져 생동감이 넘치는 것이다. 모든 방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 그리고 그 밖의 바그너 테마를 묘사한 조각과 프레스코를 볼 수 있으며, 성 전체로 보았을 때는 중세의 성배 전설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 011] 마리엔 다리에서 바라 본 노이슈반슈타인 성.

[사진 011] 마리엔 다리에서 바라 본 노이슈반슈타인 성.


성의 내부 투어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성수기라면 이 성을 멀리서 감상하는 루트를 추천하고 싶다. 마리엔 다리 Marienbrucke에서 바라보는 성의 모습은 직접 본 사람만이 그 느낌을 안다. 마을 중심부에서 마리엔 다리로 올라가는 버스 대기 줄이 있다. 티켓을 끊고 줄을 서면, 파란색 버스가 도착한다. 그 버스를 타고 산을 오르면,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한 마리엔 다리가 나온다. 이곳에 서서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감상하면 된다. 내려올 때는 같은 방법으로 버스를 타도 되지만, 내리막길이라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슈방가우 마을을 감상하는 것도 꽤 낭만적이다.

[사진 012] 내려오면서 바라본 슈방가우 마을 전경.

[사진 012] 내려오면서 바라본 슈방가우 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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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발로 기억하는 보헤미안, 혀로 즐기는 마포술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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