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제퍼드가 그 답을 찾기 위해 북쪽으로 눈을 돌려보았다.

서섹스 릿지뷰에서 서리를 막기 위해 피운 불. 이번 주 몇몇 보르도 포도원에서 비슷한 기법이 사용되었다. / 사진 제공: 줄리아 클랙스턴, 올해의 국제 정원 사진전/왕립사진작가협회 은메달 수상자

5월밖에 안 되었는데도 프랑스 포도원들, 그리고 그 정도가 약하긴 하지만 영국을 비롯해 유럽 포도원들의 올해의 헤드라인이 무엇인지 이미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온화하고 이른 봄 뒤에 찾아오는 극심한 봄 서리로, 프랑스 내에는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이 거의 없고 일부 지역(특히 보르도)은 거의 20년 만에 최악의 사태를 겪었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포도원에 꽃이 피기 시작하는 다음 달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5월과 6월의 날씨 패턴 또한 포도나무의 회복 잠재력에 영향을 미친다. 서리는 우박만큼이나 예측할 수 없어서 일부 포도원은 완전히 망가지는데도 바로 옆 언덕 위에 있는 포도원은 멀쩡한 경우도 많다. 그런데 보르도와 코냑, 루아르, 샹파뉴, 알자스 지방의 피해는 잠재 수확량의 4분의 1에서 2분의 1에 달하고, 부르고뉴와 랑그독 역시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모든 아펠라시옹들이 피해를 입었다. 사브니에르의 경우 겨우 10퍼센트만이 4월 서리를 면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프랑스(보통 4월 20일부터 27일 사이에 서리가 내린다)에서 가장 넓은 지역에 피해를 입었는데 이탈리아는 조금 일찍(4월 17일부터 19일) 피에몬테와 토스카나, 베네토, 마르케, 심지어 아브루쪼의 평지 포도원들이 서리를 맞았다. 프란치아코르타와 가비는 문제가 심각해서 프로세코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리 예보는 정확했고, 갑작스럽게 예상치 못하게 터진 것이 아니라 꽤 긴 기간에 걸쳐 있었다. 이는 곧 서리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력이 있는 곳들과 전형적인 방사형 서리(이류형 서리나 바람을 타고 오는 서리는 단기적인 대응책이 거의 없다)가 예상된 곳들은 다양한 전략으로 서리에 맞설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불꽃과 연기 등으로 가득 채워진 ‘전쟁터’ 같은 극적인 포도원 사진들을 모두 보았을 것이고, 헬리콥터를 대여하는 회사들도 4월에 꽤 짭짤한 수입을 올렸을 것이다.

경제적 여력이 없는 곳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봄 서리로 인한 수확량 감소는 안 그래도 힘이 약한 포도 재배자들, 즉 전년도 수확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소규모 재배자들에게는 크나큰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단 하루의 추운 밤 사이에 반년 치 수입이 날아가니 말이다. 서리 피해에 강한가 약한가가 포도밭 사용 잠재력을 측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준 중 하나인 것도 이 때문이다.

루아르나 부르고뉴 같은 지역의 경우 봄 서리에 의해 수확량이 피해를 본 것은 전년에 이어 연속으로 두 번째다. (작년에 부르고뉴 포도나무 중 3분의 1이 서리 피해를 입었고, 루아르는 수확량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따라서 부르고뉴의 경우 그 어느 때보다도 전세계적인 수요가 높은 시기에 공급 부족이 이어지게 되었다. 2010, 2012, 2013, 2016년 모두 수확량이 크게 줄었고, 2011년과 2014년만 이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잠재 수확량에서 조금 모자랐을 뿐이었다. 물론 간혹 서리가 내리기도 했지만 2016년 전만 해도 우박과 함께 안 좋았던 봄, 여름 날씨가 주 원인이었다.

지난 2012년에 샤블리에서 기후 변화의 영향력을 조사한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당시에 듣기로 1950년대에는 1951, 1953, 1957, 1959년에 모두 큰 서리 피해를 입었는데, 그 이후에는 2003년의 소규모 서리를 제외하고 큰 피해가 있었던 적은 1997년이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2012년 샤블리 재배자들이 입을 모아 하던 말이 있었다. 기후 변화로 서리 위험이 크게 줄었지만 우박 위험은 크게 높아졌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2016년의 서리 피해와 2017년의 무시무시한 서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한 가지 가능성은 그것이 경향을 벗어나는 이상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기후 변화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느리게 일어나고 있고, 따라서 2016년과 2017년이 재배자들에게 현실 확인을 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가능성은 이 모두가 단순히 더 극단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기상 변화의 일부일 뿐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네 번째 가능성도 있다. 지구 온난화가 사실은 서리 위험을 낮추는 게 아니라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조사를 도와준 전 에든버러 대학교의 지리학과 교수 마이클 서머필드에게 감사를 전한다.)
이 가설을 설명하기 전에 독자들에게 경고할 것이 있다. 단 몇 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기후 변화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건 추측에 불과하고 심한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뿐만이 아니고 기후 연구에 이용되는 기법은 매우 복잡하여 잘못 해석할 여지가 매우 크다. 하지만 기후는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또한 어리석은 일일 터다.

포도 재배자들은 특정 품종/위치의 발아일이 지난 20년 동안 점점 더 앞당겨졌고, 불안하게도 이는 봄 동안 최종 서리의 날짜 또한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2014년 「그레이프 앤드 와인 리서치」라는 호주 학술 저널에 대니얼 몰리터 박사 외 5인이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1950년 이후로 수집된 룩셈부르크의 뮐러-투어가우의 일곱 개 구획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볼 때 마지막 봄 서리 날짜가 발아 날짜보다도 더 빨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사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러한 경향은 계속될 것이나, 높은 위도의 포도원의 경우에는 앞으로 발아 후 서리 현상의 빈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따라서 다른 지역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다른 요인이 끼어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북반구 중위도 지역(세계의 와인 대다수가 생산되는 지역)에서 그런 요인을 하나 꼽는다면 북극 기온 변화의 영향, 특히 북극해 빙산과 높은 위도 지역의 잔설 감소다.

북극에 얼음과 눈이 줄어들면 지구에서 우주로 반사되는 태양광의 양도 줄어든다. 이는 곧 증발과 증산이 증가한다는 뜻이고, 그것은 다시 극소용돌이의 작용에 변화가 생기게 만든다.

북반구에서 이것은 차갑고 밀도 높은 극지방 공기 덩어리 위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돈다. 소용돌이가 강할 때에는 이 공기 덩어리가 억제되지만 반대로 그것이 약해지면 이 흐름이 무질서해져서 극지방 공기 덩어리가 적도를 향해 밀려 내려오게 된다. 마치 차가운 공기가 불규칙적으로 북부 유럽, 북 아메리카, 중앙 아시아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처럼 말이다. 태양 광선 반사율 저하로 증발과 증산이 늘어나면 이 소용돌이를 약화시킨다.

물론 극소용돌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이것 뿐이 아님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요인들로는 유라시아 적설과 북극 진동(AO)의 강약 주기, 준격년 주기(QBO), 엘니뇨/남방 진동과 태양의 흑점 활동 등이 있다.

그럼에도 포도처럼 기후에 취약한 과일을 재배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지난 20년간 목격한 극적인 온난화 경향이 계속되면서 발아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한다. 그런데 바로 그 경향이 동시에 북극의 얼음과 눈을 녹여 극소용돌이가 강해야 할 겨울과 초봄(여름엔 항상 약하다)에 그것을 약화시키고, 결국에는 발아 이후 찬 공기가 와인 재배 지역으로 갑작스레 밀고 내려오는 현상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바로 올해 그랬듯 말이다.

CREDIT

• • • • 작성자

        Ande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7.5.15

      •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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