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와인과 달리 뉴욕 와인을 우리나라에서 다양하게 접하기란 쉽지 않다. ‘뉴욕에서도 와인을 만드나요?’ ‘Of course.’ 심지어 뉴욕 주는 미국 내 포도 수확량과 와인 생산량을 기준으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오호라. 수확한 포도 약 2/3는 주스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1/3 정도를 와인 양조에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 생산량이 많은 이유는 다른 주에서 포도를 조달해 와인을 만들기 때문이다. 워싱턴이나 오리건처럼 해당 주에서 수확한 포도를 일정 비율 이상 (혹은 100%) 사용해야만 와인 레이블에 표기해야 하는 규정이 없어서 가능한 일이겠지만.
뉴욕은 일반적으로 포도가 자라기에 서늘하며 연간 비가 내린다. 겨울엔 몹시 추워질 수 있기에 포도나무가 얼어서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할 수 있다. 이를 어느 정도 막아주는 것이 호수와 바다다. 여름에는 더위를 식혀주고 겨울엔 냉해를 방지한다. 뉴욕 동부는 멕시코 만과 카리브 해로부터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서부는 이리(Erie)와 온타리오(Ontario) 호수와 같은 뉴욕의 그레이트 레이크(Great Lake)가 기온이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게다가 호수 주변에서 내리는 엄청난 양의 눈은 포도나무를 뒤덮어 보호하는 역할까지 한다. 마찬가지로 뉴욕 중부에서는 핑거 레이크스(Finger Lakes)가 동일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뉴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허드슨 강(Hudson River)까지. 당연하게도 대다수 와이너리는 강이나 호수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다면 뉴욕은 어떤 포도 품종에 주목했을까?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 품종으로는 리슬링(riesling)과 샤르도네(chardonnay)를 들 수 있다. 레드 품종으로는 메를로(merlot),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이나 피노 누아(pinot noir) 등이 있으며, 미국 토착 품종과 하이브리드 품종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사실, 와인을 양조할 때 널리 사용하는 비티스 비니페라 품종은 뉴욕 기후에 적합하지 않아 번번이 수확에 실패했었다. 이때, 우크라이나 출신인 프랭크 콘스탄틴 박사가 1950~60년대에 걸쳐 꾸준히 연구한 끝에 성공을 하게 되었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리슬링이 탄생하게 되었다.
뉴욕 대표적인 AVA(American Viticultural Area: 미국 포도 지정 재배지역)로는 레이크 이리(Lake Erie) AVA가 있다. 뉴욕 주 이외에도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와 오하이오(Ohio) 주를 포함하고 있으며, 뉴욕 포도의 60% 이상이 자라는 곳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핑거 레이크스(Finger Lakes) AVA. 뉴욕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로 캐넌다이과(Canandaigua), 큐카(Keuka), 세니커(Seneca) 그리고 카유가(Cayuga) 호수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캐넌다이과 호수 부근에 와이너리가 분포하고 있는데, 카베르네 프랑과 리슬링을 생산하는 헤론 힐 와이너리(Heron Hill Winery), 지속 가능한 농법에 주목한 해즐릿 레드 캣 셀러(Hazlitt’s Red Cat Cellars), 부티크 와이너리인 인스파이어 무어 와이너리(Inspire Moore Winery)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롱 아일랜드(Long Island) AVA가 있다. 뉴욕 부촌인 햄튼(Hampton)이 있는 곳으로, 비니페라 품종이 상대적으로 잘 자란다. 메를로, 샤도네이, 카베르네 프랑, 피노 누아 그리고 소비뇽 블랑을 생산한다.
와인 소비가 늘어난 만큼 다양한 지역의 유니크한 와인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동일한 품종이라도 미국 내 서로 다른 지역에서 자랐다면 그리고 생산자나 양조 방식 등이 상이하다면 전혀 다른 와인이 탄생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뉴욕 와인을 맛보기가 쉽지 않다. 나파만큼의 수요가 없어서 그렇겠지만 일단 선택지 자체가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맛보면 생각이 달라지는 게 와인 아닌가? 롱 아일랜드 아이스 티 말고 오늘은 롱 아일랜드 와인을 마셔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