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품종, 빈티지 등의 와인 정보를 담았던 와인 레이블은 요즘 와인 메이커의 철학이나 와인을 만드는 과정을 표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 여러 나라의 내추럴 와인을 만날 수 있는 레스토랑과 바, 테이스팅 행사에서 다양한 예술가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목격합니다. 유럽의 내추럴 와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아티스트 2인을 만나, 그들이 내추럴 와인을 만난 계기와 예술 세계에 대해 들었습니다.
로헝스 셰네 Laurence Chéné
당신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보자르와 파리 국립장식미술고등사범학교에서 공부했고, 그곳에서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아트에 대한 열정을 발견했다. 이후 독립출판사를 위해 일하기 시작한 지 15년이 되어 간다. 그래픽아티스트로 일하는 동안 일러스트레이션의 필요에 대해 느끼기 시작했고, 여러 사람과 소통하는데 그래픽 아트가 주는 장점을 경험하며 그 부분에 힘을 쏟았다. 개인적으로 작업을 하는 중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업을 의뢰하는 사람과 그를 이용하거나 쓰는 사람 사이의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벤트나 하나의 내추럴 와인 레이블을 만드는 것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를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키는데 나의 창조 에너지를 주로 쓰고 있다.
어떻게 내추럴 와인 업계를 위해 일하게 되었는가?
2015년 프랑스의 L’Epure라는 출판사의 <매니페스토 콜렉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첫 번째 책이 내추럴 와인에 관한 매니페스토였다. 당시 나는 이미 내추럴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었지만, 이 책에 참여하면서 내추럴 와인의 철학을 더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었다. 내추럴 와인은 새롭고 즐거우며 더 투명한 사회의 모델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농업이 가야 할 길에 대한 고민, 억지로 만들지 않은 자연스러운 솔직한 맛, 그리고 내가 자라온 환경을 잘 반영하는 크래프트맨십 정신을 담은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 <Des tripes et des lettres>라는 책의 작업을 위한 Michel Tolmer과의 만남도 내추럴 와인 프로젝트를 위해 일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내추럴 와인의 중요성과 의미를 크게 믿고 포용하는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럽의 내추럴 와인바를 방문했으면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그의 유명한 포스터 Epaulé-jeté는 지금도 내추럴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디에서나 하나로 묶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신이 사랑하는 프로젝트는?
2019년, 마리 호셰라는 작가이자 와인 메이커가 만든 세 개의 다른 와인 레이블 작업이다. 그 이름은 Les Valseuses(레 발서즈 : 왈츠를 추는 이들), Les Passantes(레 파상트 : 지나가는 이들) 그리고 Emmenez-moi(아므네 무아 : 날 데려가 줘요)인데, 인간적이면서도 와인 메이커의 모습이 들어가 있는 레이블이다. 오랫동안 서로 의견을 나누고, 와인을 시음하고, 그려보며, 아이덴티티를 충분히 담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녀가 만든 첫 와인들의 레이블을 내가 작업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되어있는 작업은?
Sous les pavés la vigne라는, 매년 열리는 행사의 2020년 그래픽과 일러스트레이트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전 와인 페어의 포스터와 그래픽 디자인을 맡았는데, 그 역사와 의미를 잘 알고 있어 계속하게 될 예정이다. 또한 미식계에서 내추럴 와인 선구자에 대한 책을 비밀리에 작업 중이고, 영국의 와인 수입사를 위한 아이덴티티 작업 중이기도 하다.
당신이 살고 있는 파리에서 추천하고 싶은 내추럴 와인의 장소는?
Coureurs de terroirs(14 Rue de La Jonquière) : 주인이 매우 열정적으로 찾은 와인 셀렉션이 있는 와인샵
Le Montcalm(21 rue Montcalm) :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네오 비스트로
Cocotte et tire bouchon(184 Rue Marcadet) : 항상 따뜻하고 맛있는 요리와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곳
웬디 갸즈 Wendy Gaze
당신은 어떤 작업을 하는 예술가인가?
제네바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프렌치 아티스트이다. 예술작품을 통해 여러 장인들과 예술적 교류를 해오고 있다. 드로잉이 주요한 수단이라 할 수 있는데, 무한한 공간의 상상을 종이에서 또는 3D로 표현한다. Nature(자연)은 내 드로잉을 위한 에너지다. 나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프로젝트는 시노그라피(전시공간예술)와 일러스트레이션에 관련된 것이 많다. 동시에 HEAD- Geneva(제네바 미술대학)의 건축디자인과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어떤 내추럴 와인 관련 프로젝트를 했나?
약 5년 전 내추럴 와인 업계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내추럴 와인 레스토랑이나 바와 가까이 지내며 부르고뉴의 Christelle Roch(Prieuré Roch 와이너리)를 만났는데, 그녀가 2017년 Passeur de Vin이라는 스위스 제네바의 주요 내추럴 와인 공급자가 주최하는 와인 페어 포스터를 요청했다. 최근 50여 개의 리노컷(linocut : 부조판화기법) 프린트를 만들었고, 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젝트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포스터가 단순한 비주얼로 여겨지던 시대의 고대 기법을 이용하고 싶었다. 부조판화기법과 프린팅은 사용하는 잉크의 양에 따라 그 방식이 결정되고, 때문에 매번 독특하고 다양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매년 그해의 특성에 따라 와인의 스타일이 달라지는 내추럴 와인에 잘 어울리는 표현 방식이라 생각한다.
작업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과 앞으로의 계획이나 프로젝트는?
내가 주로 쓰는 방식은 라인 드로잉인데, 컴퓨터로 하는 에디팅 작업을 최대한 적게 쓰려 한다. 고대의 기술, 예를 들어 리노컷 작업의 프린팅을 말리는데 최대 일주일까지 걸리는 등의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이런 과정은 어렵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고 디자인이나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2020년까지는 다양한 와인 레이블 작업을 할 계획이다. 부르고뉴의 와인 생산자들, 그리고 BAKA라 부를 4인의 유명한 와인생산자의 프로젝트를 위해 일할 예정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추천할 내추럴 와인 스팟은?
Tablar(Rue de la Coulouvrenière 38) : Nicolas Darnauguilhem 셰프가 운영하는 다양한 내추럴 와인을 갖춘 타파스 바이며, 쥐라 Arbois의 유명 와인샵 Les Jardins de St Vincent가 일부 참여한 와인 리스트가 좋다.
La Réplique(Rue du Temple 5) : 훌륭한 와인 리스트를 자랑해 제네바에서 들려야 할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