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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캘리포니아, 그 중에서도 소노마(Sonoma)를 좋아하는 이유

내가 캘리포니아, 그 중에서도 소노마(Sonoma)를 좋아하는 이유

Rachael Lee 2019년 6월 17일

캘리포니아 기사를 쓰기 시작하고 어느새 5번째 글을 맞이한다. 이제 어느정도 캘리포니아 글 시리즈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어느날 문득 생각을 해 보았다. 내가 왜 캘리포니아를 좋아하는지. 이런저런 캘리포니아의 매력 포인트들이 생각났지만, 머리에 뭉개 뭉개 떠오른 답은 생각보다 명쾌했다. 조금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1차 산업*에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1차 산업: 생산 활동 과정이 자연 환경과 직접 연관된 산업. 농업, 축산업, 어업, 임업, 수산업 등)

이게 뭔 소리인가 하겠지만, 그냥 쉽게 생각해 보면 과일과 채소는 파머(Farmer)들에게 직접 살 수 있는 파머스 마켓 (Farmers Market)이 활성화되어있고, 와인은 와이너리에 가서 포도밭 옆에서 테이스팅 하며 어떤 와인인지 체험 후 구매할 수가 있다. 작물을 어떻게 재배했는지, 수확했는지 소박한 시골 얘기까지 들으며.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자연이 가까이 있고, 내가 먹고 마시는 것의 Origin – 농업이나 축산업  – 에 바로 다가갈 수 있는 그 구조. 거기에 매료되어 난 캘리포니아를 사랑하게 된 거 같다. 

캘리포니아는 한국의 약 2배 면적에 달하는 아주 큰 주이지만, 그중에서도 소노마 카운티는 시골적인 소박함과 모던한 우아함, 양면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포도 경작 및 와인 생산지이기에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에디터가 소노마에서 느낀 그 경험과 느낌을 얘기하면, 1차 산업 운운하는 에디터의 애착, 또는 사심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거 같다.

Farmers Market, Farm-to-Table

파머스 마켓 (Farmers Market)이라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 컨셉을 다른 주에서도 보긴 하였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워낙 활성화 되어있다. 주말마다 도로를 막아두고 크게 하는 마켓도 있고, 소규모로 여는 마켓도 있는데, 농부들이 직접 키운 작물을 가져 나와 판매를 한다. 신선한 과일, 채소, 직접 짠 올리브, 직접 만든 빵, 잼 등. 물론, 인심좋게  ‘맛배기’도 보여주고, 요리 레시피 까지 알려준다. 기름진 땅과 풍부한 태양을 머금고 자란 야채와 과일은 정말 신선하기 그지없고, 게다가 중간상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슈퍼마켓에서 사는 가격에 비해 착하기까지 하다.

[사진 1 – 캘리포니아 파머스 마켓]

[사진 1 – 캘리포니아 파머스 마켓]

파머스 마켓이 활성화 있는 배경에는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이 있다는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다. 식품유통은 어느 곳에나 정부 규제를 받기 마련인데, 캘리포니아 정부는 1977년부터 생산자 인증제도를 도입해 ‘Certified Producer’ 별도 포장이나 레벨 (, 농부들에게는 비용부담이 수도 있는) 없이도 직접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있도록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The high quality and fresh produce brought to the CFM’s by its’ producers creates a diverse market and also provides the consumer with opportunity to meet the farmer and learn how their food supply is produced.”

(출처: https://www.cdfa.ca.gov/is/i_&_c/cfm.html

현재 캘리포니아 내에는 700개의 Certified Farmers Market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으며, 2,200 인증받은 생산자 (Certified Producer) 있다. 1 산업의 근간을 튼튼하게 하는 게 사실 전체 사회구조를 보다 튼튼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근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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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3 – 소노마 힐즈버그 타운의 파머스 마켓 (Healdsburg Farmers Market) ]

[사진 2,3 – 소노마 힐즈버그 타운의 파머스 마켓 (Healdsburg Farmers Market) ]

  

소노마 힐즈버그 (Healdsburg) 타운에는 매주 토요일 파머스 마켓이 열리는데 그 옆에는 Shed라는 특이한 ‘공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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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5 – 힐즈버그의 쉐드 (Shed in Healdsburg) ]*Photo from www.Modernfarmer.com , by Drew Kelly

[사진 4, 5 – 힐즈버그의 쉐드 (Shed in Healdsburg) ]*Photo from www.Modernfarmer.com , by Drew Kelly

  

Shed – 헛간 또는 격납고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컨테이너 활용한 창고처럼 심플한 디자인의 이 곳. 안에는 슈퍼, 식당, 카페 등 혼합되어 있어 다양한 모든 것을 만날 수가 있다. 현지 농작물이나 와인, 식료품, 과일, 정원용품 등을 구매할 수 있고, 야외 테이블에서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로컬 푸드로 조리된 음식을 먹을 수가 있다. 

[사진 6 – Shed 매장 내부]

[사진 6 – Shed 매장 내부]

[사진 7 – Shed 야외 테이블]

[사진 7 – Shed 야외 테이블]

  

Shed의 야외 테이블에서 신선한 샐러드에 화이트 와인 한잔 마시면, 자연의 기를 한껏 보충하는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소노마의 와인 – 평범한 듯, 특별한 듯

소노마의 도시에는 곳곳에 테이스팅 룸이 있다. 그런데 숨어 있다. 굳이 와이너리에 찾아가지 않는다 해도, 이 지역 와인을 테이스팅 할 수 있는 공간. 아직까지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 아니여서일까. 나파에 비하면 그다지 붐비지도 않고, 여유도 있고, 인심도 후하다.   

소노마 타운에는 바인 알리 (Vine Alley, 포도나무 골목) 라는 길이 있는데, 좁은 길 사이로 테이스팅 룸이 모여 있는 곳이다.

[사진 8 – Vine Alley, Sonoma]

[사진 8 – Vine Alley, Sonoma]

우연히 와인만 구경하려 들어간 테이스팅 룸. 사실 입구에 로버트 파커 (Robert Parker)의 높은 점수가 써 있길래 궁금해서 들어갔다.

[사진 9 – Bryter Tasting Room 입구]

[사진 9 – Bryter Tasting Room 입구]

쓱 돌아보고 나가려 하니, 일하시는 분이 말을 건다. 한국에서 왔다 하니, 그리고 기사도 쓰는 와인 애호가라고 하니 우리 와인 좋은데 그냥 조금만 마셔보라고 한다. 한국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보낼 수 없다며 수선을 떨며.

소비뇽 블랑. 그 맛이 신선하고, 푸릇푸릇하니 좋다. 과하지 않은 느낌.

카베르네 쇼비뇽. 나파의 전형적인 카베르네 쇼비뇽 와인과는 확연히 다른 맛 때문에 첫 모금에 좀 놀랐다. 로버트 파커의 ‘이전에 마셔보지 못한 인상적인 와인’이라고 평한 게 이해가 된다. 

사실 와인보다도 더 매력을 느낀 건,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부부의 사진이 아이패드에 슬라이드 쇼로 계속 돌아가고 있다. 와인이 좋아서 부부가 합심해서 와인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는데. Bryter라는 이름도 Terin & Bryan 두 분의 이름을 합쳐서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부부의 행복한 모습과 와인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서, 나조차도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Cheers to the BRYTER side of life!

 

 

 

[사진 10 – Bryter Tasting Room 내부]

[사진 10 – Bryter Tasting Room 내부]


힐즈버그 거리를 걷다 와인 이름이 마음에 들어 들어갔다. ‘Willliam’ 이라는 이름이 필자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그냥 순전히 이름만 보고 말이다.

[사진 11 – Williamson Wine Tasting Room]

[사진 11 – Williamson Wine Tasting Room]

다양한 품종의 와인이 구비되어 있어 테이스팅 비용을 물어보니 무료라고 한다. 몇 종류의 와인을 마시고 싶은지도 직접 정할 수가 있고, 특이하게 Wine & Cheese Pairing 컨셉으로 와인에 어울리는 치즈를 함께 서빙 해 준다. 궁금한 와인이 있으면 더 부어 주기도 하고 풍부한 테이스팅 경험이 가능한 곳.

[사진 12 – Williamson 와인 테이스팅]

[사진 12 – Williamson 와인 테이스팅]

호주에서 이주해 온 가족은 미국에 정착해 Williamson 와이너리를 시작하였고, 쉬라즈와 같은 호주 품종뿐 아니라 다양한 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미국 와인업계의 특성이라고 해야 할까. 규제에서 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보통 사람’도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와인을 만들 수가 있다.    

직원들은 젊고 발랄하게 방문객들을 맞이하는데, 호주에 대한 나의 이미지처럼 젊고 진보적인 느낌을 받았다. Williamson 와인도 일반 샵과 레스토랑에는 판매되지 않는 와인인데, 힐스버그 타운 방문객들을 위해 무료 테이스팅 룸을 준비해 두었다는 게, 좋은 와인과 음식을 나누겠다는 철학과 미덕을 엿보게 한다. 나도 그 분위기에 매료되어 와인 두 병을 사 들고 나와 몇 일 뒤 가족과 함께 나누며 즐겼다.

[사진 13 – Willison Wine Tasting Room, Healdsburg]

[사진 13 – Willison Wine Tasting Room, Healdsburg]

한국의 대도시, 서울에서의 생활에서는 이런 파머나 와인 메이커에 다가간 느낌을 가지기가 힘들다. 단순히 제품 구매 측면에서만 보면, 요즘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있을 거 다 있기는 하다. 하지만, 로컬 제품보다는 수입품이 압도적이고, 항상 그 북적함과 편리함에는 뭔가 영혼이 빠져있는 장터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나는 요즘 집 앞에 가끔 오시는 과일 트럭 아저씨한테 가서 제철 과일을 산다. 그 분은 경기도 어느 농장에서 직접 과일을 가져오시는데, 올해 작황이나 농촌생활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고, 그 분 손에서 흙 많이 만지신 느낌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집 바로 앞에 어른들의 놀이터를 표방하는 대규모 주류 상이 생기기는 했지만 발길이 안 내키고, 종종 와인 메이커와의 만남을 겸한 시음회를 준비해 주는 작은 와인샵을 찾게 된다. 그래도 최소한 와인 산지가 아닌 한국에서도 와인 메이커와의 대화를 할 수 있고, 와인에 대해 이해하며 마음에 드는 바틀을 살 수가 있으니까.

어쩌면 나이가 든 건지도 모르겠다. 모던하고 세련된 것만 찾는 것이 아닌, 뭔가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거에 훨씬 더 끌리게 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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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ael Lee

Life, world, contemplation, and talk through a glass of wine 여행과 예술을 사랑하는 프리랜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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