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는 것은 그 끝에 반드시 꽃피는 봄이 찾아온다는 믿음 때문이 아닐까. 얼었던 땅이 녹고 따뜻한 바람이 살랑거리기 시작하면, 눈길이 닿는 곳곳 기다리던 새로운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봄꽃의 향연을 즐길 시간이 온 것이다.
봄의 전령사 개나리와 진달래에 이어, 봄을 대표하는 벚꽃이 올해 서울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일찍 개화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설레는 봄꽃 개화 소식에도 마냥 즐거울 수가 없다. 전국의 봄꽃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고, 모두의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넋 놓고 봄의 낭만을 포기하기에는 아쉽지 않은가.
이번 픽커스 테이블에는 ‘꽃놀이 와인’이라는 주제에 맞춰 6종의 와인이 엄선되었고, 20여 명의 패널들이 신중하게 모든 와인을 시음하고 평가했다. 6종의 와인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와인은 ‘이 카피타니 클라룸 이르피니아 팔랑기나(I Capitani Clarum Irpinia Falanghina) 2018’로, 한 아름의 꽃다발을 글라스에 담은 듯한 이국적이면서 강렬한 풍미를 보여준다. 아쉽고 속상하지만, 올해는 봄나들이 대신 집 근처 또는 내부에서 흐드러지게 핀 꽃과 꽃을 닮아 아름다운 와인들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1. 이 카피타니 클라룸 이르피니아 팔랑기나(I Capitani Clarum Irpinia Falanghina) 2018
생산 지역. 이탈리아 > 캄파니아 > 이르피니아 / 품종. 팔랑기나 / 수입처. 어벤져스와인
캄파니아(Campania)는 산, 계곡, 해안 평야 등 다양한 지형으로 구성되어, 다채로운 품종으로 여러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한다. 이곳에서 주로 식재되는 청포도 품종, 팔랑기나(Falanghina)는 사과, 배의 풍미와 시트러스-블러썸 아로마, 특히 씁쓸한 오렌지 필 아로마로 유명하며, 생산지에 따라 향신료 풍미와 미네랄 노트를 보이기도 한다. 팔랑기나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았으며, 이 카피타니(I Capitani)의 100년을 이어온 경험과 와인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 풍부하게 올라오는 와인의 꽃향기에서 한 아름 담은 꽃다발을 연상시킵니다. 약간의 달콤함, 감미로운 신맛, 페트롤 향, 그리고 마지막에 조여오는 혀끝의 느낌이 좋아요. _백승배
# 스월링을 하면 처음에 느껴지는 바나나 향에 이어 풍성한 향들이 코를 자극합니다. 입안에서는 오히려 부드러우면서 복합적인 풍미들이 어우러지고, 부드러운 목 넘김 후에는 기분 좋은 과실 향이 길게 맴돌아요. _권예진
# 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와인과 장미 한 송이를 함께 선물해도 좋지 않을까. _김강욱
2. 꼬또 드 라르데슈 로제 ‘마귀론느’(IGP Coteaux de l’Ardeche «Maguelonne» Rose) 2018
생산 지역. 프랑스 > 론 밸리 / 품종. 그르나슈, 생소, 시라 / 수입처. 트레드수드
꽃을 닮아 아름다운 색과 향기로움을 보여주는 로제 와인으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통해 떼루아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2,000년이 넘는 와인 역사를 가진 아르데슈(Ardeche) 지역은 갈로-로망 시대의 암포라 조각과 압착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협곡에서 불어오는 강하고 차가운 바람인 미스트랄과 언덕 위에 위치하여 충분한 햇볕이 내리쬐는 포도밭에서는 화사하고 과실 풍미가 가득한 포도가 생산되며, 이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인정받아 2009년 IGP 등급이 부여되었다.
# 맑은 로제 컬러에 배향이 가득, 입에서는 상큼한 시트러스와 미네랄리티가 느껴집니다. 알코올과 바디감이 가벼워서 식전주로 좋을 것 같아요. _김명선
# 연어 색을 띠는 색감이 매력적이며, 미네랄리티가 과감하게 느껴져요. 향에서 느껴지는 달콤함과는 달리 산도가 강하게 뒷받침해줘서 단맛이 느껴지지 않아 좋은 와인 _이진희
# 투명한 로즈골드 색이 눈길과 손길을 이끕니다. 와인에서 느껴지는 지배적인 풀내음이 오랜 연인과 잔디밭으로 봄 소풍을 떠나고 싶게 해요. 김밥과 좋은 페어링이 될 것 같습니다. _백승배
3. 뮤랄 리제르바 브루토(Mural Reserva Bruto) NV
생산 지역. 포르투갈 > 바이라다 / 품종. 비칼, 마리아 고메스, 아린투 / 수입처. 소울와인
포르투갈 중북부에 위치한 바이라다(Bairrada) 지역은 풍부한 풍미와 깊은 컬러의 레드 와인과 더불어 스파클링 와인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의 영향으로 스파클링 와인에서 중요한 요소인 높은 산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와인은 포르투갈의 대표 토착 품종을 사용하여 트레디셔날 방식으로 생산되었다. 생기 넘치는 버블과 뛰어난 청량감으로 화사한 봄날, 야외에서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와인이다.
# 상큼한 레몬과 사과 향, 부드러운 탄산과 밸런스 좋은 산도가 인상적인 와인. 포르투갈 와인이라는 것에서 놀랐고, 토착 품종을 사용했으나 모던한 느낌입니다. _황채민
# 퇴근길에 한 병 가볍게 손에 들고 한강으로 향하게 만드는 와인. 수면 위로 반짝이는 햇빛처럼 톡톡 튀는 버블이 지친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만 같아요. _신나라
# 맑은 황금색을 띠며, 효모 향에 이어 배와 레몬 계열의 시트러스 향이 느껴져요. 눈에 보이는 기포보다 입속에서 터지는 발포감이 두드러지며, 단맛이 적고 상큼한 시트러스의 풍미가 경쾌하게 다가옵니다. _김명선
4. 까르피네토, 도가졸로 로쏘(Carpineto, Dogajolo Rosso) 2017
생산 지역. 이탈리아 > 토스카나 / 품종. 산지오베제, 카베르네 소비뇽 외 / 수입처. 국순당
와인 스펙테이터 Top 100에 3차례 선정된 실력 있는 생산자, 까르피네토(Carpineto)는 토스카나의 전 지역 5곳의 포도밭을 직접 소유하며, 개성 넘치지만 부드럽고 유순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한다. ‘베이비 수퍼 투스칸(Baby Super-Tuscan)’으로 불리는 이 와인은 싱글 빈야드에서 자란 포도로 생산되며, 화려한 레이블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파워풀함과 진한 색, 오크 숙성에서 오는 우아함과 뛰어난 밸런스, 그리고 풍부한 과일 향과 다채로운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 허브향이 숨지 않고 다가오는 느낌, 뒤이어 적절한 산도와 바디감, 부드러운 마무리로 부담 없이 마시기 좋은 와인입니다. _한재현
# 프룬, 라즈베리 잼, 감초, 그리고 살짝 스치는 바이올렛 향이 매력적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향이 더 피어올라 수다를 떨면서 오래 즐기고 싶어요. 화려한 라벨, 만족도 있는 퀄러티, 그리고 착한 가격! _이명하
# 노을이 지는 저녁, 푸드트럭에서 꼬치류나 바비큐 등을 사서 곁들이면 좋을 와인이에요. 하지만 와인의 섬세한 향을 즐기기 위해서는 음식의 양념이 강하지 않았으면 해요. _최수현
5. 피츠 퓨어, 모스카토(Pete’s Pure, Moscato) NV
생산 지역. 호주 > 빅토리아 / 품종. 모스카토 / 수입처. 위매드
호주 본토에서 가장 서늘한 기후를 가진 빅토리아(Victoria)에서는 해양 미풍의 영향을 받아 고품질의 피노 누아, 샤르도네, 스파클링 와인을 위한 품종이 주로 생산된다. 피츠 퓨어(Pete’s Pure)는 땅과 자연에 가장 이로운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유기농-비건을 고집한다. 모스카토 품종으로 생산한 이 와인은 섬세한 버블과 풍성한 꽃, 달콤한 과일 풍미가 폭죽 터지듯 잔을 가득 메우며, 묵직한 단맛과 상큼하고 신선한 산도가 좋은 밸런스를 보여준다.
# 와인이 궁금하지만 아직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친구들과 함께 마시고픈 와인. 어린잎 돋아난 나무 아래 앉아 마카롱, 파운드 케이크, 청포도 등 달콤한 핑거푸드를 예쁘게 늘어놓고 소꿉장난하듯 마시고 싶어요. _신나라
# 달달한 향으로 첫인상부터 강렬합니다. 잘 익은 딸기와 바나나, 멜론의 풍미가 느껴지는데, 부드러운 탄산감의 맛있는 에이드를 마시는 듯해요. _하수민
# 청포도와 아카시아 향, 그리고 과하지 않은 단맛이 인상적입니다. _황채민
6. 콘스탄시아 에잇직, 세미용(Constantia Uitsig, Semillon) 2016
생산 지역. 남아프리카공화국 > 코스탈 리전 / 품종. 세미용 / 수입처. 나루글로벌
프랑스 보르도에서 중요한 화이트 품종인 세미용(Semillon)은 주로 최고급 디저트 와인인 소테른(Sauternes)과 같은 스위트 와인이나 블렌딩에 사용된다. 하지만 이 와인과 같이 단일 품종으로 생산될 경우, 시트러스 과실의 상큼함과 고급스러운 오크 뉘앙스가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풀바디한 질감과 바디감을 가진 최고급 화이트 와인으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남아공의 토착 조류 ‘오렌지 가슴 태양새’를 레이블에 담아 봄의 생명력과 화사함을 전해준다.
# 살짝살짝 햇빛이 비치는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그 나른함을 즐기고 싶을 때 _최지현
# 아주 푸릇푸릇하고 상큼한 향이 강렬한 와인.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향의 풍미가 더 깊어집니다. 산도 역시 밸런스가 좋고, 여운이 길게 지속되어 좋아요. _박수연
# 입안의 모든 미각을 일깨우는 맛과 독특한 향. 지금껏 마셔보지 못한 스타일의 와인입니다. _권예진
Tip. 각 와인의 자세한 정보 및 모든 패널들의 리뷰는 AI 기반 주류 검색 서비스 ‘마시자GO 앱’에서 만나볼 수 있다.
[Pickers’ table이란?] 픽커스 테이블은 소비자가 현재 가장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반영한 주제를 선정하여 격주로 진행되는 시음회이다. 각 주제에 맞춰 선정된 와인을 시음한 패널들의 리뷰는 Wine Pick 기사 컨텐츠와 마시자Go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Wine Pick이란?] 와인 픽은 픽커스 테이블에서 소개된 와인을 하나씩 추천하는 서비스로, 마시자Go를 통해 와인 정보와 소비자의 시음평을 확인하고 예약 서비스를 통해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